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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낙연
이제는 이낙연
  • 교수신문
  • 승인 2021.01.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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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지음 | 모아북스 | 242쪽

 

기자, 국회의원, 전라남도지사,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대표. 40년 세월 동안 이낙연이 걸어온 길은 주목할 만하다. 비단 이름 앞에 붙은 직위가 굵직해서만은 아니다. 한 인간으로서 이낙연의 삶은 삶에 대한 태도, 사람들에 대한 시선, 남에게 영향을 끼치는 말과 인품을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는 이낙연이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받고 결정적인 순간이 두 번 있다고 말한다.

한번은 1989년이었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던 그는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의 전남 영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권유를 뿌리치고 도쿄 특파원의 길을 택했다. 당선이 거의 보장된 절호의 기회였지만, 기자로서 더 여물고 싶다며 홀연히 도쿄로 떠난 행보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두 번째는 2003년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분당의 길을 걷고 있었다. 대통령은 이낙연에게 여러 번 사람을 보내 신당 합류를 권했다. 이낙연은 명분과 의리 사이에서 갈등하며 고심했지만 민주당에 남았다. 꽃길을 마다하고 가시밭길을 자처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1990년 3당 합당 과정에서 보인 노무현의 강단과 닮은 것이었다.

이낙연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의원으로 입법 경험이 풍부하고, 전남도지사와 국무총리를 역임하며 행정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언론인 출신으로 언변이 뛰어나며 부정적 이미지가 적고 논란거리를 생산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장점 말고도 그가 품고 있는 여러 저력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점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저자는 이낙연을 이렇게 압축해서 평가한다. “누구는 이낙연을 두고 순탄한 길만 걸어왔다고 하고, 이미 주류의 삶을 살고 있다고도 하지만 그 속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는 하루도 안일하게 살아본 적 없고 스스로 주류로 행세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그는 기자로 살 때도 정치인이 되어서도 늘 낮은 데에 시선과 관심을 두었고, 그 낮은 데의 그늘을 조명하고 걷어내는 데 기자로서 20년, 정치인으로서 20년을 오롯이 바친 사람이다.”

 

감성이 다른 ‘새로운’ 정치인의 모습

 

이낙연은 ‘새롭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 국회의원으로서도 그랬고, 특히 총리로 재직하면서 전례 없이 국민의 사랑을 받은 이유도 새로움 덕분이었다. 그러면 그 새로움이란 뭘까?

정치인들은 자기주장, 자기 입장만 내세우느라 상대방을 조금도 헤아리려 하지 않는다. 나만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이분법에 갇혀 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상대방을 물리쳐야 할 적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낙연은 그런 프레임을 통쾌하게 허물어버렸다.

정치는 언어로 시작해서 언어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낙연은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적대시하거나 대립을 유도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자신도 변명하지 않았고 비속한 말을 쓰지도 않았다. 누가 어떤 억지를 쓰고, 가짜뉴스로 싸움을 걸어와도 그는 결코 맞서지 않고도 상대방이 스스로 깨닫거나 머쓱해지도록 만들었다. 상대방이 적대하는 말로 대들면 그는 거기에 반박하여 싸우는 대신 ‘우리는 적이 아니라 친구’라는 것을 깨우쳐주어 상대방이 스스로 부끄럽게 했다.

그가 국민을 대하는 감성과 공감의 깊이도 남다르다. 2019년 4월 20일,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생일」을 세월호 및 영화 관련자들과 함께 관람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그는 어느 철학자나 심리상담사가 할 법한 뜻 깊은 말을 남겼다.

“타인의 고통을 대할 때 제일해서는 안 되는 게 함부로 위로하는 것입니다. 위로한답시고 더 심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가족들은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은 비교하면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안 됩니다. 옆에 있으면서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을 하는 겁니다. 커튼을 열어주고, 물 가져다주고, 방 청소해주고, 그러면서 믿음이 생기고 세월이 한참 지나 말을 걸어주면 됩니다.”

이낙연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성이 몸에 밴 사람이다. 그의 관심과 시선은 늘 사회적 약자, 고통을 겪는 사람들, 낮은 곳, 그늘진 곳에 가 있었다. 그는 기자일 때도 그랬고 정치인으로서는 더욱 그랬다. 이낙연의 정치 20년은 우리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우리 정치에 희망을 주었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희망을 보았고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책에는 짧지 않은 이낙연의 삶에서 주목할 만한 장면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의 모습, 기자로 일하기까지 겪은 노력과 성실함은 물론이고 기자가 된 뒤로 정치 현장을 누비고 다니면서 우리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보도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20년간 한국 정치의 속살을 낱낱이 목격하면서 정치인보다 더 잘 아는 기자가 되었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국회의원이 되어서도 늘 사람들의 낮은 곳과 고단한 삶을 외면하지 않고 돌보았던 사례도 살펴볼 수 있다. 공감을 잘하고 품격을 유지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노련함도 기자와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느낀 경험이 잘 어우러져 나온 결과물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 총리 시절 발언과 주목할 장면,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처와 이후를 준비하는 모습, 훌륭한 리더의 가치, 좋은 정부의 역할 등을 거론한 발언 등 정치인으로서 면면을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은 이낙연이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게 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막걸리에 대한 사랑, 공감과 유머가 넘치는 에피소드,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 지인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인간적인 면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이낙연은 언젠가 취업을 앞둔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멀리서 산을 보면, 산속의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산에 가보면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묵묵히 걸으면 능선에 이르고, 더 걸으면 정상에 다다릅니다.”

전 세계인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동일한 고통을 겪으며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요즘, 이 말은 국민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낙연은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온 프런티어다. 거창한 혁명가가 아니라 묵묵한 개혁자다. 국회의원으로서도 참신한 면모를 보였고, 도지사로서 탁월한 도정을 펼쳤다. 총리로서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고 당대표로서 리더십을 펼치고 있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희망을 보았고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낙연의 미래를 예측해보려면 우리는 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이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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