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4-13 18:46 (화)
바이러스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 볼 수 있다
바이러스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 볼 수 있다
  • 정민기
  • 승인 2021.01.21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이스트 연구팀, 액체 속 원자 단위 전자현미경 기술 개발
바이러스 및 단백질들의 상호작용 관찰 등 다양하게 활용 기대
육종민 카이스트 교수

육종민 카이스트 교수(신소재공학과)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유체 내 물질을 원자 단위 고해상도 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로 유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들의 분자 단위, 원자 단위에서의 관찰이 쉬워졌으며, 그동안 관찰하지 못했던 물질의 합성 과정을 밝히고 바이러스 및 단백질들의 상호작용과 같은 생명 현상 규명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빔을 광원으로 이용하는 전자현미경 기술은 일반 광학현미경보다 약 수천 배가량 높은 배율에서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 전자현미경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진공 상태가 필요하다. 문제는 진공에서 쉽게 증발하는 액체 샘플은 관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액체 시료를 건조시키거나 시료를 급격히 냉동시키는 초저온 전자현미경 방식으로 관찰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런 방식들은 시료가 정지된 상태에서 구조적인 정보만을 주기 때문에 역동적인 현상을 관찰할 수 없었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액체를 관찰하는 것은 아쿠아리움에서 물고기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물고기들을 선명하게 관찰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유리가 필요한 것처럼, 액상 투과전자현미경에서는 전자빔에 대해서 투명하며 높은 진공 상태를 견딜 수 있는 물질이 필요하다.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의 모식도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의 모식도

기존의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은 약 50나노미터 두께의 질화 실리콘 막을 이용해 액체를 고진공으로부터 보호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전자빔에 대해서 반투명하므로 물질을 흐릿하게 만들어 원자 단위의 관찰을 방해한다. 또한 단백질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생체 분자들의 경우 명암을 높이는 염색 과정 없이는 쉽게 관찰할 수 없었다.

2012년 육 교수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그래핀 두 층 사이에 액체를 가두는 그래핀 액상 셀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고, 이번 연구에서 이를 개선해 자유로운 액체 순환이 가능한 그래핀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투과 막으로 사용한 그래핀은 원자 단위의 두께를 가지고 강철보다 200배 높은 강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연구팀은 자유로운 액체 순환과 교환을 위해 30~100나노미터(nm) 두께의 액상 수로를 가지는 구조체를 반도체 제작 공정인 리소그래피 공정으로 구현해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을 제작했다.

그래핀 액상 유동 침을 이용해 관찰한 나노 입자 및 박테리아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그래핀 액상 유동 침을 이용해 관찰한 나노 입자 및 박테리아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연구팀의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은 약 4기압에 달하는 압력을 견딜 수 있으며, 기존보다 20배 빠른 액체 유동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또한 기존 막보다 100배 정도 얇은 그래핀은 전자빔에 대해 투명하기 때문에 원자 단위에서 물질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박테리아 및 생체 분자를 염색 과정 없이 온전히 관찰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관찰에 사용가능

연구팀이 개발한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은 체내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감염을 일으키는지,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발병 원인으로 여겨지는 아밀로이드 섬유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과 같이 기존 기술로는 관찰할 수 없었던 현상들의 직접적인 관찰과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육 교수는 "새로운 이미징 플랫폼의 개발은 과학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 액체 내 물질들을 분자 및 원자 단위로 관찰하면 자연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현상들을 규명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미지에 싸여있던 생명 현상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ˮ라고 말했다.


구건모 박사과정생(왼쪽부터), 박정재 박사과정
구건모 박사(왼쪽부터), 박정재 박사

연구팀에는 구건모 박사, 박정재씨(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14일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 미래기술 육성 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