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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40대 총장들의 등장 … 외부수혈 증가 추세
젊은 40대 총장들의 등장 … 외부수혈 증가 추세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4.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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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총장 -1. 임용파괴 바람
언제부턴가 대학은 고매한 인격을 소유한 총장보다는 당장 발벗고 나서 재원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 올 수 있는 총장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학식이나 덕망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던 전통적 총장상은 퇴색하고, 경쟁시대를 맞아 경영가·행정가적 총장상이 부상하고 있다. 대학총장의 위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총장의 위상 변화는 대학의 역할과 기능변화를 대변한다. 대학교육이 교양교육 중심에서 실무·기능교육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결국 총장들의 경영마인드 변화에서 시작된 것이다. 본지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러한 총장상의 변화를 진단해 본다.

지난해 12월, 영남대 총장선거에서 이변이 빚어졌다. 8명의 출마자 중 가장 젊은 나이였던 이상천 교수(기계공학부)가 1, 2차 투표에서 연거푸 최고득표를 기록하며 차기 총장으로 당선됐다. 당시 이 총장의 나이는 48세, 영남대 역사상 40대 교수가 총장을 맡기는 처음이다. 더구나 이 총장은 공학계열 교수였고, 행정보직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대학내에서는 ‘선거혁명’으로 받아들였다.

올 3월부터 순천향대의 수장을 맡은 서교일 총장도 만 42세. 동년배 교수들이 이제 막 신임의 꼬리표를 떼고 있을 즈음 서 총장은 한 대학을 이끌게 됐다. 물론 서 총장은 설립자 2세란 배경이 작용해 대학 수장에 오른 것이지만 전통적인 대학의 관행을 고려할 때 드문 현상임에 분명하다. 현재 4년제 대학 가운데 가장 젊은 총장은 임상혁 추계예술대 총장(만 40세). 재임 3년째를 맞는 임 총장은 지난 99년 38세란 최연소의 나이로 대학총장을 맡았다.

38세의 대학운영 책임자

대학개혁과 변화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해 총장선임·선출에도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40대 총장들의 잇딴 등장에서 보듯 그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학문배경도 기초학문에서 경영·경제학·공학으로 옮겨가고 있다. 또한 수 십 년간 재직한 교수가 총장을 맡던 관행도 외부인사 영입바람에 무너지고 있다. 이른바 총장임용에도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젊은 총장들의 등장이다. 과거 같으면 한참 연구에 증진하고 있을 40대 학자들이 대학운영의 책임자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본지의 조사에 따르면 총장이 유고중인 7곳을 제외한 전국의 1백76개 대학(교육대 제외) 중 40대 총장이 재임하는 대학은 13곳에 이른다. 윤신일 강남대(만 45세)·최성해 동양대(만 48세)·손종국 경기대·성기태 충주대·최태길 밀양대·유병진 관동대(이상 만 49세) 총장이 그들이다. 40대 총장의 등장은 고매한 인격과 심오한 학식에 바탕을 둔 지성과 덕망을 총장의 최고 덕목으로 여겼던 관행이 깨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60대 총장이 91명(52%)으로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50대 총장도 59명(34%)으로 점차 늘고 있다. 그 밖에 70대 총장이 11명이고, 80대 총장은 2명이다.

총장들의 학문적 배경도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대학의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경영·경제학자가 총장을 맡는 빈도가 늘고 있으며 의학·공학자 총장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적으로 보면 20개 대학에서 경영·경제학자가 총장을 맡고 있으며, 의학자 총장이 11명, 공학자 총장도 13명에 이른다. 반면 교육학 전공은 11명, 철학 전공이 12명, 정치학 전공 7명, 법학 전공 4명 등 과거에 비해 인문사회계열 총장의 비율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본지가 지난 1994년에 조사했을 때만 해도 교육학 전공 총장이 16개 대학에 재직해 가장 많았으며, 법학 전공 13명, 정치학 전공 12명으로 인문사회계열 출신이 강세를 보였고, 경영학 전공 총장은 6명에 불과했다.

경영·경제학자 총장 비율 급증

이는 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변화되면서 총장의 위상도 바뀌고 있으며, 대학총장에 대한 기대 또한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내의 의견을 모아내는 조정자, 대학을 대변하는 대표자, 연구와 교육활동을 진두지휘하는 학자적 총장의 위상이 퇴색하고, 시장과 경쟁논리에 따라 대학을 운영하는 경영자적 위상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학의 쪼들리는 재정형편과 무관하지 않다.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외부에서 한푼이라도 더 끌어오면서 알뜰하게 살림을 꾸릴 수 있는 경영자 총장이 현실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영입 총장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흐름이다. 1백76개 대학 가운데 30%에 달하는 51개 대학의 총장들이 외부에서 영입됐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외부인사로 다른 대학에 초빙된 총장만도 홍기형 대진대(전 중앙대 부총장)·김광식 협성대(전 연세대 교수)·신극범 대전대(전 광주대 총장)·이무근 경일대(전 직업능력개발원장)·선우중호 명지대(전 서울대 총장) 총장을 비롯해 19명이나 된다. 반면 모교 출신 총장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94년엔 1백57개 대학 중 25명(15.9%)이었지만 지금은 1백76개 대학 중 18명(11%)에 불과하다. 특히 외부 영입 총장들 중에 官에서 활동한 이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안광구 영동대(전 통상산업부장관)·홍철 인천대(전 국토개발원장)·염홍철 한밭대(전 대전시장)·김하준 여수대(전 국립교육평가원장) 등이 그들이다. 대학이 관료출신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이유는 그들의 출신배경이 대학운영에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대학총장의 무게를 고려할 때 새로운 총장임용 바람은 단순한 유행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 총장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그 대학의 운명이 엇갈린다는 점에서 대학은 총장선출에 적잖이 고심할 수밖에 없다. 그 대학이 지향하는 목적지도 곧 총장을 통해 드러난다 할 때 해당 대학의 총장 성향은 곧 그 대학의 개혁의지로 읽힌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경향을 띤 총장들의 등장은 대학교육의 변화를 시사한다. 시장과 경영논리에 점거당하는 대학의 모습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의 사정이, 변해야 산다는 대학의 강박관념이 ‘새로운’ 총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배부른 돼지보다 굶주린 소크라테스’를 지향하던 총장의 시대는 이제 끝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서울대 출신 最多 … 연임 총장 20% 수준

대학총장들의 프로필

출신대학별(학부기준)로 보면 총장을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역시 서울대다. 1백76개 대학 중 30%에 가까운 50명의 대학총장이 서울대 출신이다. 그 다음으로 연세대가 14명으로 두 번째로 많고, 고려대 10명, 전남대 7명, 동국대 6명, 한양대 5명, 한국외국어대와 성균관대 4명, 단국대·부산대·이화여대·중앙대가 각각 3명이다.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총장은 1백49명으로 84%에 이른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획득한 총장은 62명이다. 80년대에 70%에 머물던 것과 비교해 보면 박사학위가 총장의 기본요건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학총장들 대부분이 풍부한 보직경험을 갖고 있지만 부총장, 교무처장, 기획처장을 거친 이들의 비율이 높다. 학내 보직을 두루 경험한 총장은 80여명 중 20명이 부총장을, 21명이 교무처장을, 14명이 기획처장을 역임했다.

근래들어 정부 부처의 장·차관을 지내고 총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도 적지 않다. 정근모 호서대 총장(전 과기부 장관), 이진설 서울산업대 총장(전 건설부 장관), 노건일 인하대 총장(전 교통부 장관)등 16명이 장·차관 출신이다. 교육관료를 지낸 총장도 이용원 경산대 총장, 이원우 한경대 총장을 비롯해 8명이다. 전체적으로 행정관료 출신 총장이 재임중인 대학은 30곳. 박찬석 경북대 총장, 주자문 충북대 총장, 허상만 순천대 총장은 교수들을 대표하는 교수협의회 회장을 거친 총장들이다. 또한 신극범 대전대 총장(한국교원대, 광주대), 윤형섭 호남대 총장(건국대), 최한선 대구가톨릭대 총장(전남대) 등은 두 대학 이상에서 총장을 맡은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가장 많은 대학의 총장을 역임한 이는 이상주 정신문화연구원장, 이 원장은 강원대, 울산대, 한림대 총장을 역임하는 등 전문총장의 시대를 열었다.

총장들의 연임비율은 20% 수준. 2차례 이상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도 35명에 이른다. 가장 오랜 기간 한 대학 총장으로 재임중인 이는 38세에 총장을 시작한 신일희 계명대 총장으로, 1988년이후 줄곧 대학의 수장을 맡고 있다. 황승룡 호남신학대 총장, 이종욱 수원대 총장, 이중화 세종대 총장, 이상섭 동신대 총장도 10년 이상을 재직중인 장수 총장.

현재 4년제 대학의 중 최연소 총장은 임상혁 추계예대 총장(40)이고, 최고령 총장은 김영실 안양대 총장(8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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