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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탄생 대가의 발견
명화의 탄생 대가의 발견
  • 교수신문
  • 승인 2021.01.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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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희 외 6명 지음 | 아트북스 | 348쪽

 

명화와 대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정선, 강세황, 최북, 김홍도, 신윤복, 김정희, 장승업, 그리고 위작의 세계

한국회화사의 ‘명화’와 ‘대가’, 그 ‘만들어진 전통’ 다시 보기

 

정선, 김홍도, 김정희, 신윤복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이에 더해 강세황, 최북, 장승업이라면?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어쩌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선시대 회화사, 아니 한국회화사에 한 획을, 그것도 아주 굵직하게 그은 대가와 명화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책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간 한국회화사 연구자들은 안휘준의 『한국회화사』(1980)에서 배운 대로 대부분 양식사에 기반한 미술사학의 초기 방법론과 시대구분론에 연구의 근본을 두었다. 하지만 서구 학계에서는 관점과 관심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미술사 방법론이 등장했다. 작품 내용은 물론 사회경제적·정치적·문화적 배경, 의례, 여성 등 작품을 둘러싼 문화와 사유방식에 다각도로 밀착하려는 관점이 그것이다. 이에 이 책의 글쓴이들은 회화사 연구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양식사 연구에서 간과되었던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회화사를 볼 필요가 있다며 의기투합했다.

‘동아시아 회화사 연구1’로 출간된 이 책은 한국회화사를 공부하는 7인의 연구자들의 의욕이 낳은 첫 결실이다. 글쓴이들은 달항아리, 석굴암,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 유명한 작품과 화가의 명성이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다며, 서구의 연구방법론을 적용하기에 앞서 한국회화사가 한국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내면부터 짚어보기로 한다. 이유는, 서구적 근대화의 추구와 민족주의의 의지를 안고 만들어진 우리 역사 속에 그림의 역사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상 작가는 겸재 정선, 표암 강세황, 호생관 최북,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추사 김정희, 오원 장승업 7인이고, 명작 못지않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위작(僞作)의 세계를 함께 조명하여 연구의 의의를 더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작가’가 어떻게 ‘대가’가 되는가를 추적한 성과이다. 작가가 예술세계를 구축하면서 대가의 지위를 부여받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 자신의 창조적 역량일 것이다. 그러나 그 창조적 역량은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고 가치를 평가받아야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의 창작 활동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작가의 명성을 구축하는 데에는 여타의 요인이 작동하게 마련이다. 자기 작품을 객관화하여 설명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작가를 대신해 의미를 부여할 비평가, 작가가 작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을 해줄 후원자, 전시를 통해 작품을 대중에게 알리는 기획자 등은 작가의 명성과 위상을 높이는 대표적인 조력자이다.”(199쪽)

지은이들은 각 작가들이 ‘위대한 예술가’가 되는 역사를 조명함으로써 한 작가가 어떻게 대가가 되는가를 톺아본다. 특히 작가들이 생전에 예술가로서 무엇을 하였으며, 사후에 누가 왜 그들을 추숭했는지를 통시적으로 살핀다. 연구는 쉽지 않았다. 앞선 연구에 딴죽을 건다는 것은 부담스럽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한국회회사의 척추를 잇고 있는 명화와 대가들의 정체를 진단하는 작업은 그 자체가 한국미술계의 스승과 선배의 논고를 근본부터 검토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7쪽) 연구자들은 2년의 시간을 함께하며 2019년 12월에는 학술대회(‘명화의 발견, 대가의 탄생’)를 가졌고, 이번에 그것을 일반인과 공유할 수 있게 수정 보완했다. 그 결과, “독자들은 아주 쉽게 근현대기 서구 지향적, 근대 지향적, 그리고 민족주의적인 관점이 과거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는 점을 알게” 되고, “과거를 기억하는 현재의 한계, 과거를 미화하려는 다각적 욕망의 속성에 대하여 성찰하게”(12쪽) 된다.

각 글 뒤에는 글쓴이의 ‘후기’를 더했다. 지극히 사적인 진술로, 해당 글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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