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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 교수신문
  • 승인 2021.01.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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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76쪽

 

조선 후기와 꼭 닮아 있는 ‘헬조선’ 대한민국을 위한 가장 확실한 처방!

‘신뢰 사회’, ‘바로 선 법치’를 향하여

 

거짓말과 편 가르기, 혐오와 분노, 갈등과 폭력은 대한민국 사회를 특징짓는 현상이 되었다. 최근 불거진 이른바 ‘추윤 갈등’과 ‘교수 사회 편법 인턴’ 사례는 ‘불신이 만연한 사회’가 더 견고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사회에서 각자 맡은 직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그것을 ‘정의’라고 규정했다. 또한 다양한 역할과 직업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살게 되었으니 각자 직분을 다해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국가 운영에 중요한 원칙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1948년 헌법을 제정한 이래 선진적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갖가지 법 제도를 만드는 데 집중했으나 만들어진 제도의 확실한 이행과 성과 달성에는 소홀했다. 법 제도를 운영하는 이가 직분들 다하도록 신뢰하며 권한을 주는 문화, 사회 지도층을 비롯한 국민들이 법 제도를 준수하고 위반 시 제재하는 문화도 형성하지 못했다. 선진화되지 못한 사회문화는 법 제도의 효과적 운영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그 결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근 대한민국의 상황을 지켜보면 조선의 쇠퇴 과정이 연상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의 쇠망에도 의식, 가치관 같은 문화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건국 초기, 성리학을 토대로 국가를 개조한 조선은 쇄신적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 제도는 100년이 지나지 않아 지배층 중심의 폐쇄적·착취적 제도로 변질되어 국가 발전을 저해했다. 지배 계급인 성리학자와 관료들이 백성의 삶과 관련이 없는 삼강오륜 이데올로기를 강요했고 경제의 근간이 되는 상공업을 천시했다. 사농공상이라는 차별적 신분 질서를 합리화하며 ‘특권’을 추구했다. 같은 유교권이었던 중국이나 일본보다 심화된 반시장적이고 편협한 사회문화가 조선 후기를 지배했다.

오늘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적법성’을 무시하고 획일적 도덕 잣대를 내세운 진영 논리로 모든 영역을 재단하는 행태는 법보다 도덕을 앞세운 조선시대 정치를 연상시킨다. 획일화되어가는 문화, 이분법적 사고, 적과 친구로 편 가르기 역시 성리학이라는 단일 이데올로기만을 허용해 다양성·포용성을 상실한 조선과 닮아 있다. 사회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일부 계층의 특권이 더욱 확대되고, 서민은 위화감을 느끼는 오늘날 대한민국은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내야만 한다.

 

불신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제시하다

 

로마의 원로원 의원은 임기가 없는 종신제였다. 원로원 의원으로 선출된 귀족은 죽을 때까지 의원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면 원로원 의원들이 전투의 선두에 섰다. 거의 매년 되풀이되는 전쟁에서 많은 의원이 희생됐다. 로마의 일반 시민은 원로원 의원이 갖는 특권을 부러워하거나 질시하지 않았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를 보인 로마 귀족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스웨덴의 정치인들은 아무런 특권 없이 입법 활동 같은 격무에 집중한다. 비서 같은 보좌관을 두지 않고 보수도 대기업 과장급 수준으로 받는다. 4년 임기가 끝나면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의원의 비율이 평균 30퍼센트나 된다. 이렇게 스웨덴은 정치인이 특권의식을 갖지 않고 의정활동에만 매진하도록 이끄는 제도와 관행을 정립해왔다. 이 같은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에 부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이야기해야 할 때가 왔다.

 

선진국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국가의 품격’을 높여라

‘바로 선 민주주의’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국민은 정치인과 관료, 언론, 지식인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다. 우리가 느끼는 한국의 정치·경제·사회 위기는 ‘신뢰’, ‘의식’, ‘가치관’ 등 이른바 사회문화 측면에서 비롯되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급속한 경제 성장 과정에서 소홀히 했던 사회문화를 보완해 국가의 품격을 올릴 단계가 되었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법 집행의 공정성’ 문제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준법 문화와 법치는 선진 사회를 이루는 핵심 요소다. 법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으면 재산권과 계약의 확실한 이행이 담보되지 않아 마음 놓고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또 경제활동의 규칙이기도 한 법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개인의 자유·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도 어려워진다.

선진 국가는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법 질서가 확실히 준수되는 사회다. 대한민국 선진화의 우선적 과제 ‘신뢰 형성’, ‘법치 실현’을 지금 해내지 못하면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간 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이 전체주의적 통치를 야기했다는 사실을, 또 ‘사회가 국가를 견제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 사례와 근거를 들어 지적하고 있다. 또 정부·국가와 민간·시장의 역할 분담과 더불어 사회 지도층과 지식인, 시민이 도모할 실제적 변화를 담았다. 현대에 남아 있는 신뢰와 법치 미흡 문제의 상당 부분이 조선의 문화유산이라는 문제 제기도 의미가 있다. 국격의 갈림길에 놓인 때,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고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 길로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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