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20 (금)
교수논단-'17대 국회(교육위)에 바란다'
교수논단-'17대 국회(교육위)에 바란다'
  • 주경복 건국대
  • 승인 2004.06.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부단히 발전을 거듭해 온 한국의 역동적 역사에 또 하나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고 있다. 17대 국회의 출범이 바로 그 중심에 놓여 있다. 이번 국회는 개국 이래 이어져 온 열일곱 번의 임기 가운데 그냥 하나가 아니라 매우 중요하고 특별한 사명을 부여 받으며 시작하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개국 이후 언제나 삼권분립의 원칙이 헌법에 반영돼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입법권과 사법권이 통치 권력에 대한 종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16대 국회는 그에 대하여 명백한 검증을 치러주었다. 이제 국회는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마음껏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런 권한의 행사가 자의적으로 오용되거나 국민주권을 침해할 때에는 응징된다는 사실을 함께 경험적으로 인지한 상태에서 새로운 사명을 부여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17대 국회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개국 때부터 주체적인 토대를 갖추지 못한 채 온갖 왜곡된 정치사의 고비마다 굴곡을 거쳐 온 법 현실은 한국인의 삶을 옥죄고 왜곡시켜 왔다. 그래도 그 탓을 전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만 돌리지 못하고 더 큰 통치 군력의 모순 앞에서 국민들은 인내심을 발휘하며 의정활동에 대한 상황론을 일정부분 묵인해 오곤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국회는 책임과 보람을 공유하며 주어진 시대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특히 교육관련 법령의 개혁에 큰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진리에 바탕을 두어 바르고 곧아야 할 교육과 학문의 제도들이 부조리한 법의 굴레에 짓눌려 뒤틀리고 오염되어 왔던 과거의 많은 시간들은 오늘의 희망이 있었기에 인내될 수 있었다. 사립학교법, 국립대특별법 등 제자리를 찾아야 할 법령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회의원의 얼굴이 바뀔 때마다 부풀어 오르던 기대가 실망으로 끝나버리던 과거의 전철이 17대 국회에는 결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이 순간에도 많은 교육주체들은 장밋빛 희망에만 젖어 들지 못하고 상당한 불안감을 함께 느끼고 있다. 그것은 과거의 경험에서 오는 반복충동의 현상만도 아니고, 의원들의 언어와 의지를 의심해서만도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의원들의 교육현실에 대한 전문성, 문제의식, 교육철학, 개혁의 비전 등이 신뢰할만한 증후를 보여주지 못하는 데에 있다. 정확하게 무엇이 문제이고, 그 원인은 무엇이며, 그 해결책은 어떤 방향에서 찾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지식과 자료와 조건이 필요한 지에 대한 종합적 비전을 갖추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교육과 학문의 문제는 정치적 의지 이상의 많은 변수와 조건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17대 국회 전체와 각 국회의원 개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국회의 교육위원회 구성은 모든 비교육적 변수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교육적 입법 활동에 가장 적합한 인적 조건으로 구성하길 바란다. 이것은 전문성이나 신념 없는 의원들의 정치적 안배를 경계함과 더불어 단순한 교육계 연고주의에 따른 정실과 이해관계의 개입도 배제하라는 뜻을 포함한다.

둘째, 각 교육위원은 각자 자신의 사명에 맞게 교육문제를 심층적으로 부단히 연구해 정책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바란다. 단순히 소속 정당의 상황적 당론에 움직이지 말고, 학계나 시민단체의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스스로 연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신의 조건에 가장 적합한 전문성을 특성화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모든 개혁은 ‘주체적’ 토대에서 추진하길 바란다. 우선 국회는 교육의 ‘주체’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고, 교육의 주체가 개혁의 주체로 설 수 있는 법적 공간을 확립하며, 교육발전을 가로막고 있던 장애를 주체적으로 허물고 한국의 교육이 스스로 창조적 발전을 추동해 나가도록 법적 장치를 정립해야 한다.   

  
넷째, 교육의 개혁과 발전을 위한 입법 활동은 ‘교육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 궁극적으로 교육은 ‘교육적으로’ 발전할 때 경제와 정치와 모든 사회 영역에 제대로 봉사할 수 있다. 경제적 또는 정치적 동기에서 교육을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도용하는 정책들은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주경복 건국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