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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연구 행정인력을 키워야 한다
교육·연구 행정인력을 키워야 한다
  • 강신철
  • 승인 2021.01.1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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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강신철 논설위원 / 한남대 교수·경영정보학과

 

강신철 논설위원
강신철 논설위원

대학의 핵심 역량은 교육과 연구라는 말은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대학의 환경변화는 가끔 우리로 하여금 상식을 잊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코로나19 사태, 입학정원 감소, 등록금 동결 등 대학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들이 등장할 때마다 CEO 총장이니 기업형 대학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둥 대학의 모든 관심이 수익성과 효율성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면서, 대학은 왜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누가 뭐래도 대학의 핵심 역량은 교육과 연구이다. 교무와 학사행정, 재정, 시설관리 등은 핵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 활동에 불과하다. 산학협력 활동도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부수적인 기능이다. 따라서 대학의 모든 자원의 투입과 산출은 교육과 연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대학의 행정체계는 대학 본연의 목적인 연구와 강의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보조 활동과 기능 업무들은 ERP와 같은 정보시스템으로 처리하여 투입인력을 최소화하고 행정력을 연구와 강의를 직접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강의와 연구는 교수와 학생이 전담하는 것이고 직원과 조교는 행정을 전담하는 것으로 업무 영역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역할 분담이 과거에는 옳았는지 모르지만 정보기술이 고도화되고 인공지능이 일반 행정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시대에 대학 행정시스템은 달라져야 한다. 대학에 ERP를 도입하기 시작할 때,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ERP를 구축하면 행정인력을 대폭 감축시킬 수 있어서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런데 입학정원은 줄고 등록금 수입은 동결된 지 오래인데 행정인력은 오히려 그대로 있거나 늘고 있고 연구와 학습 활동에 대한 직접 행정지원서비스가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기껏해야 수업시간표 작성과 성적처리 등 학사업무가 교육을 직접 지원하는 행정서비스이고, 교수의 수업과 연구 관련 잡무를 조교가 일부 지원하는 것이 전부일 뿐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현행 행정체계의 문제점은 공학인증제도를 실시하는 학과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공학인증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일반학과 학생들은 학습진도관리나 취업 및 진로 관리는 교수와 상담하거나 조교의 조언을 듣는 정도로 최소한 이루어질 뿐 대부분 학생의 몫이다. 공학인증제도를 도입한 학과의 학생들은 그나마 학습진도관리나 진로상담 등의 행정서비스를 교수들로부터 체계적으로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지만, 그만큼 교수들은 과중한 행정업무 부담으로 인해 본연의 업무인 연구와 강의에 투입해야 할 노력과 시간을 많이 뺏긴다. 공학인증제도를 도입해도 연구와 강의에 대한 부담은 교수와 학생에게 전가될 뿐, 학교 행정시스템은 달라지지 않는다.

학생들의 학습과정을 제대로 행정적으로 지원하려면 입학할 때부터 사회에 진출할 때까지 자신이 선택한 진로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 역량 등을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충분히 갖추어 나가는지 단계별로 역량관리와 진도관리를 해주어야 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할 수 있는 학습자원을 제시해주고 성취 여부를 확인해주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교수들의 강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강의계획서 작성부터 교육콘텐츠 제작, 과제 및 시험 채점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행정적으로 지원해줘서 강의 준비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교수들이 연구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구비 관리나 보고서 편집 및 제본, 제출, 출판 등 잡다한 행정업무를 학교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교수들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번역팀, 연구비 정산팀, 연구정보 수집팀, 논문 스타일리스트, 논문 퍼블리싱 전문가팀 등을 운영하는 대학이 과연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대학 행정시스템을 교수와 학생의 연구와 강의를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하려면 직원과 조교도 강의와 연구팀의 일원으로서 교수와 학생들과 한 팀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직원과 조교를 재교육시키고 신입직원을 채용할 때는 교육지원서비스 역량을 갖춘 사람들을 채용해야 한다. 단순 행정업무는 정보시스템으로 과감히 전환하고 대부분 행정인력을 강의와 연구에 직접 투입하여 교육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때 대학의 본래 모습을 되찾고 경쟁력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강신철 논설위원
한남대 교수·경영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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