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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에서 ‘큐비트’의 세계로
비트’에서 ‘큐비트’의 세계로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4.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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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6 00:00:00
정보통신공학의 발달은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선 경험을 가능케했지만, 동시에 신종 범죄를 양산하기도 한다. 불완전한 암호체계를 뚫고 해킹이 이뤄지기도 하고, 불법복제로 저작권이 침해당하기도 한다. 컴퓨터의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처리해야할 정보량은 점점 더 많아 지고 있다. 미래의 정보기술은 이런 장애를 어떻게 극복할까.

현대과학의 쟁점 토론장인 기초과학문화포럼의 세 번째 주제는 미래형 컴퓨터로 떠오르고 있는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에 대한 것이다. 지난 2일 과학문화재단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양자컴퓨터에 대한 두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양자 정보통신, 양자 암호키’(발표:김재환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교수)와 ‘양자 컴퓨터와 컴퓨터의 미래’(발표:안도열 서울시립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그것.

양자 컴퓨터는 양자역학계의 특징인 불확정성, 중첩, 간섭, 얽힘 등을 이용하여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전송하는 컴퓨터를 말한다.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기술혁신은 엄청난 정보처리속도와 절대보안에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갖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양자 암호키에 대해 발표한 김재완 교수는 “고전적인 디지털 정보는 무한정 복사가 가능하다. 이에 반해 양자정보는 복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재의 컴퓨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고전암호체계’는 실용적인 면에서나 보안성의 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양자 컴퓨터가 완성되면 절대보안이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는 공개키 암호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며, 양자정보의 불가역성과 양자측정의 비가역성 덕분에 보안이 절대적으로 유지되는 양자암호체계, 즉 양자 암호키의 생성 및 전송이 가능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이라는 비트(bit)를 단위로 하고 있음에 비해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중첩(superposition)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큐비트(qubit)를 단위로 한다. 이를 이용하면 병렬 작업이 가능해져 기존의 64비트 컴퓨터가 한번에 1개의 64비트 숫자를 처리할 수 있음에 반해, 양자컴퓨터는 모든 64비트 숫자를 단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지난 94년 129자릿수를 소인수 분해하는데 세계 1천6백여대의 워크스테이션을 병렬로 연결해 8개월이 걸렸다. 만약 250 자릿수라면 80만년이, 1000자릿수라면 10의 25제곱년이 걸린다. 이것은 우주의 나이보다 많은 것으로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이런 난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안도열 교수는 “현재 알려진 Shor 알고리즘과 Search 알고리즘이 양자컴퓨터를 이용하였을 때, 획기적으로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알고리즘이지만 여러 연구자들이 다른 알고리즘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데 어려움도 있다. 이 컴퓨터의 연산은 힐버트 스페이스라는 수학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데, 외부의 노이즈에 의한 섭동(perturbation)에 대단히 민감한 것. 이런 섭동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관건이다. 안 교수는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연구팀들에 의해 최근 이로 인한 오차를 보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개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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