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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없는 발전은 사상누각…대학연구소 지원 늘려야
기초없는 발전은 사상누각…대학연구소 지원 늘려야
  • 교수신문
  • 승인 200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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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6 00:00:00
앞으로 우리가 살아 가야할 21세기는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대변혁의 시대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변혁은 단순히 과거로부터 이어온 연장선상에서의 변화가 아닌 새로운 첨단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생활양식과 사회구조, 경제·산업환경 등 폭넓은 분야에서 가히 혁명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미래사회는 지금까지 자본과 노동을 핵심으로 한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의해 결정되었던 국가의 경제력이 지식정보를 중심으로 한 지식기반사회로 전환되며, 지역이나 영역의 개념이 모호해지는 국제적인 무한경쟁시대가 될 것이고, 획기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이 대변혁의 중심에 자리하여 사회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영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 각 국은 기초과학관련 예산을 대폭적으로 늘리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노동력을 바탕으로 선진 기술의 도입을 통해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 몇몇 분야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여 세계 시장에서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핵심기술과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천 기술과 성장 잠재력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선진일류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성장 잠재력의 발굴이 필요하며, 성장의 원천으로 기초과학을 육성하여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주요 선진국에서 첨단 과학기술과 응용기술이 크게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기초과학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놓은 결과이다. 앞으로 전개될 첨단정보화 및 지식기반사회는 더욱 새로운 차원의 기초과학이 발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어느 때부터인가 응용과학을 중시하고 파급효과가 무한한 기초과학을 등한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와서 사회 저변으로부터 기초과학에 대한 중요성이 알려지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2000년도 세계경쟁력연감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아직도 세계 28위로 나타나많은 부문에서 충분한 지원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의 연구는 주로 대학에서 수행되는데 박사급 연구인력의 78%를 수용하고 있는 대학에서 수행되는 연구비는 전체 연구비의 10%미만으로 미국의 16%, 일본의 20%에 크게 뒤지고 있다. 즉 대학에 대한 연구지원이 미미한 것을 말해준다. 특히 대학에는 차세대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중대한 의무가 주어졌으나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인해 제대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이 제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좋은 시설, 훌륭한 교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젊은 학생들이 연구능력을 마음껏 펼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기초과학분야에는 지속적이며 자율적인 지원이 필수적이고 이런 지원은 주로 정부로부터 이루어져야한다. 산업체의 지원이 거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과학기술관련 논문의 수가(SCI논문) 세계 16위로 매년 1만1천편 이상의 논문발표 실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1979년부터 불모지였던 전국의 기초과학연구분야에 대해 교육부가 지원해온 기초과학연구소 연구지원사업의 역할이 컸다.

학술진흥사업의 대표적인 성공과제로 평가 받아온 이 연구사업으로 기초과학분야의 연구역량이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수준이면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3위 수준이며 대만, 싱가포르보다 높은 순위다. 그러나 아직도 논문의 질을 나타내는 인용빈도에서는 더욱 개선해야할 여지가 있다. 이는 바로 앞으로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대학에는 경상적인 연구비의 지원이 필요한데 그것은 연구자의 자유로운 연구의 기반을 형성하기 위한 경비로써 일본의 경우에는 교실당(교수, 조교수 각 1명, 박사급 조수 2명이 한 교실 단위를 이룬다) 매년 약 5백만엔이 지원되고 있다.

간섭은 배제, 자율성은 보장

따라서 그나마 구축해 놓은 기초연구의 기반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 차제에 기초과학연구소 연구비를 경상적 연구비의 개념으로 바꾸어 재원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소수의 지원단위(우수거점, Center of Excellence)에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전국의 기초과학분야 교수 1천5백명에게 매년 2천만원의 교실비를 지급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3백억원이다. 이 정도의 예산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로 볼 때 그리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는 규모라고 판단된다. 물론 이 때 결과에 대한 평가는 3년이나 5년마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져야한다.

또, 대학이나 연구소에 대한 통제와 간섭을 배제하고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전체적인 방향과 범위만 설정하고 자세한 내용은 연구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5%미만의 불합리성을 시정하기 위해 나머지 95%이상에게 불편한 지침을 내리고 복잡한 규정을 정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 점이다.

과학기술의 제도적인 면에서도 여러 소관부처로 흩어져있는 연구비의 활용계획과 집행 평가까지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과학기술자문위원회에 부여하여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인 활용도 고려해 볼만하다.

지식기반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금세기는 새로운 기술과 도구의 개발 없이는 새로운 과학발전을 이루기 어렵고, 기초과학 없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 정책결정자의 혜안과 의지, 및 국민의 이해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초과학 관련자의 뚜렷한 목적의식과 책임감이 따라야한다.

□김하석 교수는 현재 전국 대학 기초과학연구소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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