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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속의 유목민’…비정규직 코리아 블루
‘캠퍼스 속의 유목민’…비정규직 코리아 블루
  • 김재호
  • 승인 2021.01.15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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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 『코리아 블루』 서종택 지음 | 푸른사상 | 230쪽

4월은 심미정 과정을 겪어야 하는 달
슬픔과 분노를 거르는 구원의 방식
비정규직 교원 문제는 심각한 수준

서종택 고려대 명예교수(현대소설)가 쓴 세 번째 산문집인데 제목이 심상치 않다. ‘코리아 블루’라니. 서 명예교수는 한국사회가 불신과 반목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한다. 바이러스 때문만이 아니다. 원로학자가 세상을 보는 눈과 세월을 흘러보내는 심상이 우울을 향한다. 

첫 번째 산문은 2019년에 쓰인 ‘꽃비로 오는 4월’이다. 저자에게 4월은 4·3, 4·19, 세월호라는 고통스런 사건들로 점철돼 있다. 이 세 사건은 각각 ‘꽃비’, ‘껍데기’, ‘바람’으로 기억된다. 화가나 시인, 작사가의 작품 속에 표현된 단어들이다. 이 세 단어들은 다음과 같이 엮인다. “화사한 비탄으로 떨어져 내리는 꽃비의 역설은 마침내 광장을 가로질러 내닫던 젊은 생명력으로 전이되며 또한 그것은 거대한 여객선의 동체 안에서 암흑의 물길 속으로 침몰해가던 어린 생령들의 절규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저자 서종택 명예교수는 그럼에도 희망을 찾는다. 그는 세 단어들을 중심으로 한 심미적 과정이 아픔과 화남을 걸러내기 위한 각자의 ‘구원의 방식’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 블루』의 제1부는 주로 정치, 사회적 사건들이 저자 개인의 일상과 교차됐다. 남북협상부터 장관 청문회, 지방 선거와 동계올림픽, 미국과 일본에 대한 단상 등. 마지막은 ‘4·16 세월호 참사’를 다뤘다. 2014년에 쓴 이 산문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족들 앞에서 포식시위를 저지를 패륜을 지적했다. 서 명예교수는 슬픔에 무뎌져버린 한국사회의 공감 기능을 안타까워했다. 

공감 위한 감전연습이 필요

그는 “현대사회의 적막감이란 무엇보다도 아픔이나 슬픔이 전이되기 어려운 절연체로서 개인들의 삶에서 온다”면서 “상처가 공감되고 아픔이 공유되고 마침내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는 수많은 감전연습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젠 우리는 고감하는 연습마저 필요한 것일까. 

『코리아 블루』에서 눈에 띄는 산문은 ‘캠퍼스 속의 유목민’이다. 문학 지망생이었던 제자 A가 독일에서 사회학 학위를 마치고 귀국했다. 서 명예교수는 제자가 성실하고 감수성이 있어서 전임교원으로 임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A는 결국 가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강남의 한 학원에서 대입 논술 과외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것도 가족과 떨어져 반지하 방에서 살면서 말이다. 

또 다른 제자 B는 10여 년의 시간강사 생활을 마치고 비정년 교원으로 연구실을 얻었으나 2년마다 임용계약을 새롭게 해야 한다. 급여 역시 전임교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강의전담 교원인 후배 C는 매해 임용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C는 가족의 최소 생계를 책임질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서 명예교수는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의 한시적이고 임시방편적 고용행태가 항구적이고 보편적인 인간 불평등의 원리로 고착될 때 사회 통합은 멀어지고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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