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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포를 벗는 ‘상징적 면역’
죽음의 공포를 벗는 ‘상징적 면역’
  • 김재호
  • 승인 2021.01.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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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 페터 슬로터다이크 지음 | 문순표 옮김 | 오월의봄 | 768쪽

같은 작용 실행하려는 수련
면역학적 존재로서 인간
우주적 위상 최적화 하려 시도

비판이론에 대한 비판과 우생학적 인간복제로 논쟁을 일으킨 철학자 ‘패터 슬로터다이크’. 그가 쓴 2009년 책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이 번역돼 나왔다.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의 유명한 소네트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에서 인용했다. 토르소는 목과 팔, 다리가 없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 보이지 않는 완전함을 갖췄다. 인간 역시 유한성과 불완전함에서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 

슬로터다이크는 칼스루어 국립 조형대학대학교의 철학과 미디어 이론 교수와 총장을 지냈다. 현재 그는 ‘출판 기계’라고 불릴 만큼 반년마다 책을 한 권씩 내고 있다. 이번 책은 수련 혹은 수행을 통해 더 나은 인간을 조명한다. 19세기의 인지적 생산, 20세기가 성찰성에 주목했다면, 이젠 모든 인간이 ‘수련 혹은 수행’이라는 공통 우산 아래 놓인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수련 혹은 수행은 “행동하는 자가 같은 작용을 이어서 실행하기 위한 능력을 얻게 만들거나 이 능력을 개선하는 모든 조작이라고 정의”된다.   

슬로터다이크는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기 위한 탐구에서 ‘면역’에 주목한다. 면역은 ‘일종의 타고난 사전지식’이 생명체 안에 들어 있는 것이다. 그는 “이른바 체계들을 비로소 체계들로, 생명체를 생명체로, 문화들을 문화들로 되게 만드는 것이 면역장치들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망설이면서 이해하기 시작했다”면서 “면역적 특질로 인해서만 이것들은 자기조직적인 통일체들로 그 위계가 높아진다”고 적었다.  

성찰에서 이젠 수련으로

‘호모 이무놀로기쿠스(homo immunologicus)’. 면역학적 인간 정도로 이해하면 될 이 용어는 면역의 세 가지 층위를 분류한다. 첫째, 바이러스 등에 대항하는 생물학적 차원의 면역이다. 둘째, 법률이나 연대와 같은 사회와 문화적 면역체다. 셋째, 죽음이라는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정신적, 상징적 차원의 면역체이다. 슬로터다이크는 호모 이무놀로기쿠스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들과 과잉들과 함께 자신의 생명에 어떤 상징적인 틀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자이며, 자기 자신과 씨름하고 자신의 컨디션을 걱정하는 인간”으로 규정했다. 

슬로터다이크는 종교와 문학, 철학 등에 대한 철학적 분석으로 수행을 드러낸다. 종교는 불교, 힌두교, 그리스도교, 브라만교, 고대 그리스 로마 이교 등의 수행들을 살펴본다. 문학에선 릴케와 카프카, 철학에선 니체와 시오랑이 등장한다. 

저자 슬로터다이크의 인간공학은 “정신적, 육체적 수행 절차들”이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작업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 절차들로 다양한 문화에 속하는 인간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모호한 위험과 죽음의 긴박한 확실성에 직면하여 그들의 우주적, 사회적 면역 위상을 최적화하려고 시도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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