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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 석학의 일침…"미국의 자유주의적 패권정책은 실패"
국제정치학 석학의 일침…"미국의 자유주의적 패권정책은 실패"
  • 하영
  • 승인 2021.01.08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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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미어샤이머 교수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번역 출간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자유주의적 패권 정책은 시작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었고, 실제로 실패했다. 미국은 자유주의적 패권에 대한 야망을 버려야 한다."

국제정치학의 세계적 석학인 존 미어샤이머(74) 미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번역 출간된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김앤김북스)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며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제시한다.

미국은 1991년 12월 소련의 해체로 냉전이 종식되면서 '단극(單極) 체제'를 지배하는 유일한 패권국으로 떠올랐다. 저자는 국제정치에 자유주의 이론을 적용한 이 시기 미국의 외교정책을 자유주의적 패권 정책으로 정의한다.

그는 자유주의적 패권을 추구한다는 것은 가능한 한 더 많은 나라를 미국을 닮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고, 개방적인 국제경제를 촉진하며, 이에 부응하는 국제기구를 만들고자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당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세계가 자유주의 국가들로만 이루어질 때 평화롭고 안전할 것이기 때문에 군사적 수단을 통해서라도 비자유주의적인 국가들을 자유주의 국가로 개조해야 한다고 봤다고 분석한다.

개방적 국제 무역 질서를 만들어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높이고 여러 국제기구를 통해 국가 간 협력을 제도화함으로써 세계를 더 평화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정책결정자들의 생각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미국이 1989년 이래 총 7개의 전쟁을 하는 등 군사력에 의존한 것을 비판한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이집트·시리아 내정 개입 등을 그 근거로 든다.

그 결과 유럽에서는 서방 진영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나빠졌고, 조지아 전쟁과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중동은 처참한 전쟁터가 됐고, 미국이 오늘날에도 중동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미국이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승인하고 자유무역 질서에 편입할 수 있게 도왔지만, 오히려 중국은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군사력을 구축해 미국에 맞설 상대가 됐다며 정책 실패 사례로 언급한다.

책은 "중국 포용 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며 "동아시아에 강대국 국제정치가 다시 돌아왔으며, 한국과 미국 양국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중국의 위협은 상당 기간 한미 동맹관계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저자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미국이 자유주의적 패권 정책을 포기할 수 있는 현명함을 갖추면서, 강대국들의 개입을 제약하는 민족주의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현실주의에 기초한 절제된 외교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은 "현실주의에 근거한 외교정책은 자유주의에 따른 정책보다 미국이 전쟁에 빠질 가능성을 낮추고 외교적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민족주의는 외국을 상대로 한 야심 찬 정책을 훨씬 불필요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구상의 모든 나라의 정치에 간섭할 필요가 없고, 자유주의적 패권 정책은 삶과 돈이라는 측면에서 미국 국민들에게 막대한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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