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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5년 만에 최저기온…출근길 시민들 '완전 무장'
서울 35년 만에 최저기온…출근길 시민들 '완전 무장'
  • 하영
  • 승인 2021.01.08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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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택시, 결빙 도로서 엉금엉금…재택근무 신청도
수증기 내뿜는 도심 건물…북극발 최강 한파 절정. 사진=연합뉴스
수증기 내뿜는 도심 건물…북극발 최강 한파 절정. 사진=연합뉴스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진 8일 아침 서울 시민들은 외투와 방한용품으로 `완전 무장'을 한 채 출근길에 나섰다.

털모자와 목도리, 장갑에 핫팩까지 동원해 몸을 감쌌지만, 한기가 옷깃을 스며드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계속 발을 구르며 몸을 움직였다. 마스크에서 나온 입김이 속눈썹에 서린 후 그대로 얼어버리기도 했다.

선릉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나보민(38)씨는 "아침에 생수를 들고 나왔는데 잠깐 걸었더니 살얼음이 생겼다"며 "회사 사무실에서도 추워서 외투를 입고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3)씨는 "자취하는 원룸 주인이 `수도관과 보일러가 얼 수도 있다'며 어제부터 자주 연락해 오길래 물을 조금 틀어놓고 나왔다"며 "회사에서도 교통 혼잡과 한파를 우려해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늦췄다"고 했다.

버스정류장과 달리 지하철역에는 평소보다 사람들이 몰렸다. 강남에서 종로로 출근하는 정모(30)씨는 "평소 택시를 타고 다니는데 폭설이 내린 뒤 며칠은 계속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며 "오늘도 집 근처에서 추돌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보고 지하철을 탔다"고 했다.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아침에 차 시동을 걸어보려 했는데 방전이 돼서 지하철로 출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로 대부분이 제설작업을 마친 상태라 전날과 같은 큰 혼잡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곳곳에 얼어붙은 구간이 생겨 차들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해 평소보다 이동 시간이 길어졌다.

경기도의 한 도시에서 서울로 출근한다는 김모(28)씨는 "어제는 길이 막힐까봐 걱정돼 지하철을 탔는데 오늘은 도로가 정비됐을 것 같아 버스로 출근했다"며 "길이 얼어서 차들이 서행한 탓에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27)씨도 "평소 대기 중인 택시를 바로 탈 수 있었는데 오늘은 날이 추워서인지 (택시 앱으로) 웃돈을 내고 우선 배차를 받아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며 "도로에서도 차들이 속도를 내지 못해 출근에 좀 더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직장과 집 사이 거리가 먼 경우 재택근무를 택하는 이도 있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강모(30)씨는 "요 며칠 한파와 폭설 때문에 출퇴근 길에 너무 고생해서 진이 다 빠졌다"며 "오늘도 춥다는 소식을 듣고 전날 회사에 재택근무를 신청했다"고 했다.

인도에 생긴 빙판길에서 바쁜 걸음을 옮기다 넘어질 뻔한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대입구역 앞을 걷던 대학생 A(22)씨는 "아직도 길이 미끄러운 곳이 많아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며 "학교에 갈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외출했는데 볼일만 보고 이르게 귀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2001년 1월 15일과 똑같았다. 이는 1986년 1월 5일에 기록된 영하 19.2도 이래 최근 35년간 서울의 하루 최저기온 중 공동 최저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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