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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통·연합 해법 없나
대학 통·연합 해법 없나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4.05.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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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줄여도 교수·정부지원 늘려야"

전국에서 권역별로 진행되고 있는 국립대 연합대학 구축 움직임과 최근 경상대와 창원대가 대학통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대학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대학통·폐합 등 대학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추진과정에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통·연합 추진 현황=교육부는 지난 2000년 12월 국립대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권역별 국립대 통·폐합, 연합대학 체제 구성을 제시하면서 국립대 구조조정이 가시화 됐다. 지난 2001년 5월 경북대, 금오공대 등 대구경북지역 5개 국립대가 가장 먼저 연합대학 구축을 발표했지만 현재 인적·물적 교류 확대 이외에 뚜렷한 진전 사항이 없다. 전남대, 목포대 등 광주·전남지역 5개 국립대는 지난 해 7월 연합대학체제 구축에 나서 지난 3월에 '연합대학 사업계획서'를 확정하고 교육부와 협의 중이다. 광주·전남지역 국립대의 연학대학 구축 움직임에 교육부는 대폭 지원을 약속하면서 전국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올해 2월과 3월에는 강원지역과 대전·충남지역 국립대도 동참했고 전북지역과 부산지역은 교수회 등 교수들이 나서 통·연합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달 21일 경상대와 창원대가 4년제 일반대학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대학통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또다시 촉발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일 창원대 교수회가 민주적 합의절차와 공론화 과정 부재를 이유로 반대해 현재는 잠정 중단상태다.

지난 해 설훈 전 국회의원이 전국 4년제 대학총장 1백2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5.4%가 대학통·폐합에 찬성하는 등 구조조정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실천과정은 미흡한 모습이다.

● 무엇이 문제인가=대학 통·연합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교수를 비롯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수렴이 첫 번째 수순인 것이다.

"의사수렴 과정없이 '밀어부치기'반발만 초래"

광주·전남지역 연합대학 구축에 대해 순천대 ㅈ교수는 "아래에서부터 논의된 게 아니라 총장들이 모여 일방적인 발표로 시작했다"며 "일반 교수들의 참여없이 만들어진 계획안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ㅈ 교수는 또 "대학 스스로 자발적인 방안이 다양하게 제출되야 생산적인 논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상대-창원대의 통합논의도 잠정 중단상태를 맞은 것도 공론화 과정의 부족이 이유였고, 지난 2월 충주대가 교수 의견을 모으기 위해 '통합·연합 추진 실무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연합대학, '바람'으로 그칠까 우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립대 연합대학체제 구축도 '바람'이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다른 지역도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의 '알맹이 없는' 연합대학 구축 발표는 자칫 '이슈'로 거치고 '바람'으로 그칠 우려를 제기했다. 김진남 삼척대 교수협의회장(기계공학부)은 "유행처럼 번지는 연합대학은 경계해야 한다"며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흡수통합 방식이 돼서도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기업 구조조정식 접근은 곤란"
대학구조조정의 화두는 대학교육의 질적 제고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과 같은 경제논리를 앞세운 전개방식은 여러 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뼈를 깍는 구조조정', '통폐합', '퇴출'만 강조해서는 반발만 초래할 뿐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학 통·연합을 단순한 구조조정으로 보고 덩치를 줄여서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얘기가 강조되는 분위기에서는 교수, 직원 등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얘기다.

김현태 창원대 총장은 "양적 통합방식보다 교육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질적 통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조무제 경상대 총장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백종국 경상대 기획연구처장은 "통합이 성사되면 보직교수와 학생정원이 줄고 예산상의 중복투자도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학생정원은 줄여도 교수와 직원은 늘어나야 양질 교육이 가능하다"라고 통합목표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 관건"
대학 통·연합 추진에서 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정부의 교육정책 불신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구조조정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학이 없는 이유는 괜히 나서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호영 창원대 기획협력처장은 "통합논의시 형식과 양식에 구애됨이 없이 추진해야 하지만 교육부 장관이 바뀌면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른다는 불신이 크다"면서 "획기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부도 "연합대학을 추진하다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던 다른 지역 사례를 감안해 교육부의 대응도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교육부가 오는 5월 중순께 발표할 국·공립대 통폐합과 부실 사립대 퇴출, 전문대와 산업대 정원감축 등 구체적인 대학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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