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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를 통해 본 기독교의 이치
성서를 통해 본 기독교의 이치
  • 교수신문
  • 승인 2021.01.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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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크 지음 | 이태하 옮김 | 아카넷 | 236쪽

 

종교적 관용은 어디서 오는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정치적 담론의 핵심 주제는 ‘경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7-8세기로 돌아가면, 당시의 핵심 주제는 경제가 아닌 ‘종교’였다. 당시 종교의 문제란 순수하게 종교만의 문제가 아닌 국방과 경제 그리고 사회와 문화의 문제이기도 했다. 군주가 어떤 종교를 갖느냐는 단순히 개인적인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로서 국방과 경제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헨리 8세는 수장령을 통해 로마가톨릭이 영국 내에 갖고 있던 막대한 토지 재산을 몰수하였다. 이것은 왕권 강화의 발판이 되었으며 또한 토지가 없던 기사계급이나 상공인들에게 토지가 양도됨으로 인해 신흥 귀족계급인 젠트리 계급이 부상하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 결과 영국은 이후에 사실상 로마가톨릭으로 복귀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고, 유럽의 어느 곳보다 프로테스탄티즘이 활발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17세기까지 가난한 섬나라에 지나지 않았던 영국이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 종교적 분쟁이 종식되어야 했으며, 대외적으로는 종교를 이유로 한 국가 간의 외교적 분쟁에 휘말려서도 안 되었다. 따라서 공위시대가 끝나고 왕정복귀가 이루어진 이후 17세기 후반 영국의 지식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종교적 관용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서에서 관용의 근거를 찾는 것이 시급했으며 바로 이 작업을 수행한 인물이 로크였다. 그러나 로크는 관용을 옹호하기 위해 이신론과 자연종교를 옹호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자연종교를 종교가 아닌 철학이라고 보았는데, 자연종교가 신비적 차원으로 나가는 길을 차단함으로써 도덕적 실천을 이끌어낼 힘을 상실했다고 보았다.

로크는 서론에서 이 책을 쓴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내가 접한 대부분의 신학은 내게 어떤 궁금증도 해결해 주지 않았고 이론적으로 일관성도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기독교를 이해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신학의 근거인 성서를 읽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그의 집필 목적은 성서에 근거해 기독교의 모순 없는 합리적인 교리를 탐구함으로써 교리적 분쟁을 종식시키고 종교적 관용으로 나가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던 것이다. 로크의 이런 시도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종교철학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간은 무언가를 믿기 전에 그것을 이해하려고 한다. 따라서 종교인 역시 자신의 신앙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그것을 납득시키려고 할 때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이 자신의 신앙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을 능력이 닿는 데까지 합리적으로 이해시켜야 한다. 그러나 종교의 교리를 만족할 만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으며, 설혹 그런 합리적인 설명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것이 신앙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대한 합리적인, 즉 객관적인 논의를 시도하는 것은 종교인이나 비종교인 모두에게 유익하다. 합리적인 논의란 바로 종교인과 비종교인, 타종교인 간에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출발점이다. 종교인은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자신의 신앙이 부지불식간에 빠져들 수 있는 미신이나 광신을 경계하며 종교적 관용으로 나아갈 수 있고, 비종교인들은 그들이 지니고 있는 종교에 대한 막연한 반감, 즉 종교란 대체로 불합리한 것이기에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로크의 이 책은 기독교 전래 20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복종교의 테두리를 넘나들고 있으며, 타 종교에 대해 강한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의 기독교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무엇보다 기독교를 인류의 보편적인 종교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이해의 지평을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이며, 또한 근원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자세는 학문연구의 전범을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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