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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파베르의 미래
호모 파베르의 미래
  • 교수신문
  • 승인 2021.01.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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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화철 지음 | 아카넷 | 432쪽

‘기술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인간이란 무엇이다’로 답하다

‘호모 파베르의 역설’에 비추어 ‘목적이 이끄는 기술 발전’을 모색

호모 파베르(Homo Faber)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인간을 일컫는다. 인공물을 만들어 사용하는 능력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지만 기술 또한 인간을 만들어간다. 호모 파베르가 만드는 도구는 자기 자신을 주조하는 도구인 것이다. 이러한 인간과 기술 사이의 상호관계(‘역설’)에 주목함으로써 기술철학의 이론적 대안을 모색한다. ‘호모 파베르의 역설’은 ‘인간의 제작이 생명적 창조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앙리 베르그손의 주장과 ‘기술이 인간 고유의 사유 능력을 방해하는 현실’에 대한 한나 아렌트의 우려를 건설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현대 기술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해법은 기술 발전의 방향과 내용을 설정하는 일에서 찾는다. ‘목적이 이끄는 기술 발전’은 개발 목적에 ‘왜’라는 물음을 던짐으로써 결과적으로 ‘좋은’ 기술을 우선하자는 방안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을 개발하기보다는 우리가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특정한 목적이 공학설계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기술철학의 논의를 확장하고 기술철학은 저마다 좋은 세상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기술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술 진보의 기준으로 지은이가 제시하는 것은 기술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접근성’이다.

강력한 공학자 단체와 선도자 모델의 과학기술 거버넌스 등 실천 방안 주문

새로운 이론적, 실천적 대안 제시를 위한 기술철학의 흐름 재조명

이 책은 기술철학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개념적 통찰을 바탕으로 현대기술의 내용과 형식을 실천적으로 채워갈지를 함께 고민한다. 기술사회의 주체가 되는 공학자와 전문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강력한 공학자 단체와 공학윤리 교육의 확대를 주문하고, 유전가 가위와 빅데이터 두 개별 기술의 대상 사례를 중심으로 좋은 사회에 기여하는 실천적 물음들을 점검하며, 바람직한 미래를 여는 방법으로 한국의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다루면서 선도자 모델로 거버넌스 방향의 조정과 기술영향평가를 강조한다.

지은이는 이러한 이론적,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20세기 전반기부터 시작된 기술철학의 흐름을 고전적 기술철학, 경험으로의 전환, 포스트휴머니즘의 셋으로 크게 나누어 살핀다. 이 흐름에서 축이 되는 것은 조셉 핏, 돈 아이디, 앤드류 핀버그, 랭던 위너, 알버트 보르그만 등 ‘경험으로의 전환’에 속하는 기술철학자들이다. 이들은 다양한 철학적 전통에 속하면서도 고전적 기술철학자들과는 차별되는 방법론을 공유한다. 경험으로의 전환은 개별 기술에 대한 경험과학적 연구에 주목하고 기술 발전의 실제 궤적을 살피면서 기술철학의 학문적 발달에 중심적 역할을 했으며, 이후 포스트휴머니즘이 제시한 여러 철학적 주장과도 뚜렷이 구분되는 입장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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