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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을묘 정리의궤
원행을묘 정리의궤
  • 교수신문
  • 승인 2021.01.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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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지음 | 김문식 옮김 | 아카넷 | 368쪽

『원행을묘정리의궤』는 1795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顯隆園)을 참배하고 행차의 중심 행사인 어머니의 회갑 잔치를 봉수당에서 치른 과정을 기록한, 총 10권 8책의 기록이다. 특히 이 책자에 표현된 글과 그림은 행사의 기억에 시각적 사실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행사 장면을 현장감 있게 전달한다. 왕실 여성의 궁궐 밖 행차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국왕 행차 반차도, 각종 연회 장면과 국왕을 수행한 많은 인물에 관한 정보가 풍부하다. 또한 10만 3천여 냥에 이르는 재정의 조달과 지출의 내역도 상세해서 국가재정의 일단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원행을묘정리의궤』는 각종 전시와 그림 자료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구체적인 내용을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적었다.

이에 따라 조선시대의 국가 전례 및 왕실 문화의 전문가인 김문식 교수는 『원행을묘정리의궤』를 역해하면서 1795년에 있었던 행사를 다섯 가지 즉 경모궁의 제사(1월 21일), 화성행차(윤2월 9일~16일), 영흥본궁의 추향 제사(4월 26일), 혜경궁 탄신의 축하(6월 18일), 영괴대비의 건립(10월 24일)으로 로 구분하고, 각 행사에 관한 기록을 자료의 성격에 따라 분류하여 정리하였다. 그럼으로써 1795년의 행사들은 『원행을묘정리의궤』의 편집 방식처럼 다섯 가지로 분리된 별개의 행사가 아니라 사도세자의 복권을 목표로 하는 정조의 일관되고 치밀한 기획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1795년의 어느 하루의 일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여러 기록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 가령 윤2월 13일에 있었던 화성행궁 봉수당의 회갑잔치를 보면, 이날 정조와 신하들이 나누었던 대화는 ‘전교’와 ‘연설’에 나타나고, 행사에 사용된 노래가사는 ‘악장’, 잔치를 축하하기 위해 올린 글은 ‘치사’, 정조가 지은 시는 ‘어제’, 잔치에 거행된 의례는 ‘의주’, 잔치 음식은 ‘찬품’, 잔치에 사용된 그릇은 ‘기용’, 잔치에 참석한 손님은 ‘내외빈’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의 행사 장면을 온전히 그려내려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기록들을 합하여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역해자는 이 책에서 특정한 날에 일어난 일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여러 곳에 분산된 기록들을 합하여 날짜를 구분하고, 동일한 날짜에서는 시간 순으로 정리하는 서술 방식을 취했다. 또한 정조의 개인 발언이나 정조와 신하들의 대화를 집중적으로 골라 번역문과 해설을 실었다. 1795년의 특별한 행사를 기획한 정조의 의도는 주로 그의 육성을 통해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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