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1-24 14:13 (일)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62] 먹이사슬에서 최종포식자 '가물치'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62] 먹이사슬에서 최종포식자 '가물치'
  • 교수신문
  • 승인 2021.01.04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물치
가물치

지난해 11월 30일자 중앙일보 34면의 ‘한 컷’란에‘전통어업 유산 가래치기’란 제목에다, 난생 처음 보는 사진이 눈길을 글었다. 사진 아래에는 “전남 강진의 저수지에서 농한기를 맞아 28일 ‘가래치기’ 축제가 열렸습니다. ‘가래’는 위아래가 모두 뻥 뚫린 원통형의 커다란 대나무바구니 모양으로, 물이 빠진 저수지에서 물고기를 가둬잡는 도구입니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사진의 가운데 있는 사람은 펄떡 거리는 큰 가물치를 치켜들고 있었고! 

설명을 덧붙이면, 이곳 마을 농민들은 한해 논농사를 마치고 겨를철에 접어들면 연잎 가득한 저수지의 물을 빼고, 그 안에 들어가 가래로 물고기를 잡는다. 물을 적당히 뺀 겨울철의 연못이나 호수바닥을 눌러 가래 안에 갇힌 물고기를 잡는 전통어로 방법이다. 구석구석을 오가며 농민들은 대나무 바구니 가래를 내리꽂고 그 안으로 손을 깊숙이 넣어 살핀다. 한데 가래에 갇힌 물고기가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격렬한 요동이 손끝에 전해진다. 탁한 물속을 손으로 더듬어 노획물을 잡아 올린다. 팔뚝만한 가물치다. 가래치기는 전라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농부들이 농한기인 겨울에 즐기던 일종의 레저(여가시간)였다. 특히 강진군 병영면 일대에서는 전통어업으로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산으로 이어오고 있다한다. 가래치기는 여럿이서 해야 한다. 한 방향으로 물고기를 몰이 하듯 가래를 짚어나간다. 물고기는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지만 결국 빈틈없이 줄지어 다가오는 가래에 갇힐 수밖에 없다. 

가물치(Channa argus)는 가물치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두 콧구멍이 양 눈알과 주둥이 사이(중간)에 작게 열려있는데 몸빛이 검다 보니 실제로 구멍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듯 있는 둥 만 둥한 가물치 콧구멍을 빗대어, ‘소갈머리 좁기가 가물치콧구멍’이라거나 “저 놈의 속은 가물치 콧구멍처럼 좁아서 원”이라 한다. 가물치의 옛말은‘가모티’이며, 몸이 검기 때문에‘흑어(黑魚)’, ‘흑례(黑鱧)’라 한다. 그리고 가물치는 ‘검다’의 작은말(뜻은 큰말과 같으나 표현상의 느낌이 작고, 가볍고, 밝고, 강하게 들리는 말로, ‘누렇다’에 대한 ‘노랗다’, ‘물렁물렁’에 대한 ‘말랑말랑’따위가 있다)인 ‘감을’에 비늘 없는 물고기를 나타내는 접미사‘-치(-티)’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한마디로‘가물’은 오늘날의‘검음’에 해당한다. 

가물치는 검은빛을 띤 푸른 갈색으로 등 쪽은 짙고, 배 쪽은 회백색이거나 황색이다. 몸은 길고 가는 편이고, 지느러미가 몸의 거의 전부를 차지 할 정도로 길게 붙어있으며, 길이가 80㎝까지 가는 놈도 있다. 머리는 비교적 크고, 주둥이는 끝이 뾰족하며, 아래턱(下顎)이 상악(上顎)보다 약간 돌출되었다. 

옆줄(側線)의 위아래에 각각 13개 정도의 흑갈색의 마름모꼴 무늬(斑紋)가 있고, 머리의 양쪽에는 두 줄의 검은빛 세로띠가 있다. 입이 크고, 이빨이 매우 날카로우며, 지느러미에는 가시가 없다. 육식성으로 어린 시기에는 물벼룩 등을 먹지만 좀 더 자라면 잔물고기는 물론이요 개구리도 잡아먹으며, 배가 고프면 병든 친구나 제 새끼까지 닥치는 대로 마구잡이 한다니 육식동물들에서 흔히 보는 cannibalism(동족끼리 서로 잡아먹음)이다. 식용하거나 산모의 보혈 약 따위로 쓴다. 

가물치는 보통 때는 아가미로 호흡하지만 물이 마르면 아가미 가까이에 붙어있는 부호흡기(accessory respiratory organ) 1쌍으로 공기호흡을 한다. 어린 것들은 꼼지락꼼지락 꿈틀거리며 물 밖으로 기어나가 며칠을 너끈히 견딘다. 수온이 높아 산소가 부족한 곳이나, 부패하여 악취가 날 정도의 물속에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질기다. 

또한 5∼8월이면 이들은 물풀을 뜯어 모아서 지름이 1m나 되는, 물에 둥둥 뜨는 납작한 산란둥지(spawning nest)를 만들고, 한꺼번에 7,000여 개나 되는 알을 낳으며, 암수가 어린물고기가 집을 떠날 때까지 보살핀다.

가물치는 원래 우리나라, 중국, 러시아에만 살았으며, 강이나 호수의 먹이피라미드(먹이사슬)에서 최종포식자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1923년경에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 가물치를 키워먹기 위해 일부러 들여갔으니 일본본토의 모든 평야지대를 거세게 치고 들어갔고, 근래는 홋카이도(북해도)까지 퍼졌다고 한다. 그 힘세고 억센 민물고기 ‘가무루치’가 일본을 평정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미국으로도 흘러들어가 각지로 퍼져 미국토종 물고기를 괴롭히는 유해어종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