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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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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21.01.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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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턱 지음 | 조무원 옮김 | 교유서가 | 252쪽

홉스는 인간 본성을 악하다고 보고 인간적 결함들을 억제하는 전체주의 국가를 제안한 비관적 무신론자라는 평판을 들어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러한 신화를 불식시킨다. 저자는 홉스가 과학과 윤리학 모두에서 회의론을 반박하는 데 큰 관심을 보였으며 근대철학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데카르트에 견줄 이론을 발전시켰다고 주장한다. 홉스의 저작 중 『시민론』에 주목한다.

저자는 홉스가 대면했던 문제가 인간의 이기적 본성이 아니라 세계의 불확실성과 그로 인해 초래되는 의견의 불일치라는 사실을 설파한다. 또한 홉스의 철학 전체가 당대의 어떤 지적인 문제들과 씨름했는지를 재구성함으로써 그 해법으로 제시된 정치학에 대해서도 누구나 편견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현대의 홉스 해설가들은 홉스를 그의 실제 모습보다 더 난해하고 덜 흥미로운 인물로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한다.

저자의 홉스 해석 방식은 케임브리지 학파의 사상사 연구 경향
저자가 홉스를 해석하는 방식은 ?틴 스키너를 중심으로 하는 일단의 사상사 연구 경향에 속한다. 학계에서 흔히 케임브리지 학파로 통칭하는 이들 연구자는 기존의 텍스트 중심의 해석이나 사회경제적 맥락을 중시하는 관점 등을 비판하고 사상가가 당대의 지적 맥락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 기초해 인문주의적 회의론과 갈릴레이로부터 시작된 근대 과학의 지적 맥락 속에서 홉스를 해석한다. 이러한 지적 맥락은 홉스가 처한 역사적 상황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가 마주한 지적인 문제들을 시사한다. 홉스가 직면했던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우선 인식론적이고 윤리적인 것이었다.

홉스의 정치학 주저는 『리바이어던』이 아니라 『시민론』이라는 관점
이 책에서 저자는 『리바이어던』이 홉스의 위대한 업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치학 저서로서의 그 유별난 중요성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그 책의 핵심이 종교와 신념의 갈등을 종국적으로 끝내고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 주권자가 종교적 교리까지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리바이어던』은 의견의 불일치라는 홉스의 철학적 문제의식이 궁극적으로 도달한 결론이며, 다원주의적 자유주의가 존립하기 위해서는 비자유주의적인 정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주는 저작인 셈이다. 저자는 홉스의 정치학적 주저가 『리바이어던』이 아니라 『시민론』이라는 관점에서 민주주의자로서의 홉스를 재해석한다. 홉스의 초기 저작은 분명 왕당파의 대의에 충실하기도 했지만, 왕과 인민을 동일한 원리로 다루면서 이후 이론가들에게 인민주권의 상상력을 제공했다. 우리는 홉스를 통해서 헌법을 제정하는 주체인 인민과 실제적인 정부의 활동이 근대 민주주의 정치에서 어떻게 구별되면서도 공존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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