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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시진핑 시대, 중국의 외교 담론은 어떻게 달라졌나
[글로컬 오디세이] 시진핑 시대, 중국의 외교 담론은 어떻게 달라졌나
  • 서상민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 승인 2021.01.0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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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한국어로 세방화(世方化)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이 말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로 ‘세계적 경제 시스템의 통합과 지역별 정치문화의 분화가 동시에 벌어지는 경향성’을 가리킨다. 영국의 사회학자 롤랜드 로버트슨이 만든 말이다. 금융과 무역으로 촘촘히 연결될수록 문화적, 국가적 반목은 심화되는 오늘날의 역설적 현실이 이 표현에 담겨 있다. <교수신문>이 세계 각 지역 이슈와 동향을 우리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국내 유수의 해외지역학 연구소 전문가의 통찰을 매주 싣는다. 세계를 읽는 작은 균형추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시작은 동아시아다.

 

지난해 10월 23일 중국공산당 간부들이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인민해방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
지난해 10월 23일 중국공산당 간부들이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인민해방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

 

많은 사람이 시진핑 시기의 외교가 이전 정권과 달라졌다고들 말한다. 어느 나라든 최고지도자의 국정철학과 방침 그리고 국가전략에 따라 외교정책은 크게 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덩샤오핑 이래 40여 년 동안 개혁개방정책을 유지해왔다.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여기에 도움이 되는 외교 전략을 구축해 왔다. 특히 후진타오 시기 ‘조화세계’ 담론(서로 다른 문명과 발전상을 상호 인정하면서 경쟁과 공존이 함께하는 국제 사회를 만들자는 이념으로 경제적 변혁을 강조한 변혁핵심론 등이 포함됨)은 그 대표라 할 만하다.


평화와 조화를 강조하던 후진타오 시기에 비해 시진핑 시기 중국외교에서는 ‘화’(和)와 관련한 언술은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대국(大國)’을 강조하는 담론이 많이 등장한다. ‘사회주의 이념과 가치’를 중국적 언술에 담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실크로드’, ‘운명공동체’ 등과 같은 표현을 통해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친(親)・성(誠)・혜(惠)・용(容)과 같은 언어를 통해 주변 국가에 중국의 외교적 목표를 전한다. 일련의 전략은 모두 ‘중국적 담론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판 유토피아 ‘인류운명공동체론’


후세에는 시진핑 시기를 ‘중국에서 담론외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권’으로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몽’,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인류공동운명체’, ‘일대일로’, ‘신시기 외교’ 등 수 많은 외교 관련 담론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담론의 직접적 소비자인 중국인들은 이 슬로건 또는 용어가 중국에 어떤 의미를 가지며, 중국공산당이 이를 통한 얻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와 이익이 무엇인지를 쉽게 알아차린다. 그러나 중국인이 아닌 입장에서는 중국의 담론들이 국제사회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곧바로 체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시진핑 정권의 대표적 외교 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인류운명공동체론’이 그렇다. 인류운명공동체론은 중국이 제시하는 이른바 ‘유토피아’로, 중국판 인류의 미래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부상하는 중국이 스스로 미국의 대안을 자처하고 향후 자국 중심 국제질서에 대한 큰 그림을 내놓은 것이다. 따라서 이 담론의 구조와 기원을 뜯어보는 일은 중요하다.


세월을 좀 거슬러 올라가보자. 2017년 1월 18일 제네바 UN본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 자리에서 행해진 시진핑 주석의 ‘인류운명공동체를 공동으로 건설하자(「共同构建人类命运共同体: 在联合国日内瓦总部的演讲)’ 연설문 속 언술을 살펴보면 윤곽이 드러난다. 이 연설문의 영문 제목은 「Work Together to Build a Community of Shared Future for Mankind」다. 연설문 속 키워드와 요지를 이루는 주요 주제들을 추출해 중국의 인류운명공동체론을 재구성하면 아래와 같은 요소들이 파악된다.


시진핑 제네바 연설을 통해 본 외교 담론


첫째, “갈등과 전쟁의 국제질서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해서 주로 냉전체제, 테러리즘이 같이 언급된다. 아울러 “인류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창출한다”라는 주장이 따라온다. 둘째, “세계화 과정에서의 인류가 당면한 제반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라는 제언이 나온다. 여기에 인류공동운명체 실현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강조점이 찍힌다. 셋째, “국제사회에서의 정의, 평화, 성장이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 실현을 위해 화합의 새로운 미래문명을 창출하자”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대목에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은 ‘미래문명의 전환’으로까지 연결된다.

 

넷마이너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진핑 주석의 2017년 제네바 연설문 속 키워드를 시각화한 연결망 지도. 오른쪽 끝 파란 원이 ‘인류운명공동체’를 의미한다. 사진=서상민 교수
넷마이너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진핑 주석의 2017년 제네바 연설문 속 키워드를 시각화한 연결망 지도. 오른쪽 끝 파란 원이 ‘인류운명공동체’를 의미한다. 사진=서상민 교수


시진핑 연설 속 관련 주제를 종합 분석해 보면, 중국의 인류운명공동체 담론에는 ‘미·중 사이 권력 관계 아래서 중국의 국제사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대안적 미래청사진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상호협력과 호혜적 관계를 유지하자’라는 주장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인류운명공동체론은 과거 냉전시대, 이후 탈냉전기 테러리즘으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비판을 내적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대안적인 새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류 공동의 목표인 평화와 정의 그리고 공동발전실현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문명이 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의 논리가 인류운명공동체론의 요체다.


결과적으로 시진핑 시기 중국의 외교 언술의 핵심은 ‘글로벌 차원의 대안세력, 새로운 문명건설의 중심국가 중국’이라는 담론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정권들과의 차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이 담론을 의도적으로 기획해 국제사회에 전파, 확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서상민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해 동대학원에서 중국정치를 전공했다. 최근에는 사회연결망분석을 활용해 중국 정치의 정책 네트워크를 연구 중이다. 주요 논문과 저작으로 「시진핑 1기 중국인민해방군 상장 네트워크」(2018), 『현대중국정치와 경제계획관료』(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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