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1-15 23:38 (금)
[신진 작가 큐레이션 4] 몽당연필 속에 거대한 숲이 담겼다
[신진 작가 큐레이션 4] 몽당연필 속에 거대한 숲이 담겼다
  • 하혜린
  • 승인 2021.01.04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수영,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에 살았던 나무-그린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 2012, 종이에 연필, 21X29.7.
송수영,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에 살았던 나무-그린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 2012, 종이에 연필, 21X29.7. 
송수영,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에 살았던 나무-연필」, 2012, 원산지 풍경 14장을 그린 후 남은 몽당연필.

송수영은 가장 일상적인 사물을 선택한다. 일상적인 사물은 송수영을 만나 작품이라는 권위를 획득하고, 이내 우리의 일상에 다시금 개입한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사물을 다시 만나고, 사물의 지위와 역사에 대해 돌아본다. 익숙한 아름다움 속에서 가치를 찾는 그를 지난해 29일 인터뷰했다. 

 

[신진 작가 큐레이션 4] 송수영 인터뷰

 

송수영, 「젓가락-복음」, 일회용 젓가락, 유리 액자, 2019.
송수영, 「젓가락-복음」, 2019, 일회용 젓가락, 유리 액자.

송수영이 익숙한 사물들을 작업의 모티프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 작업은 ‘주변 사물’에서 시작됩니다. 예를 들면 일회용 나무젓가락 같은 것이죠. 나무젓가락은 도구일 뿐, 다른 의미나 가치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의 과거와 현재를 상상해보면 그 의미가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제 키보다 큰 나무였을 것이고, 손톱보다 작은 새싹이었을 때도 있었겠죠. 자라는 동안 벌레도 살았을 것이고, 다람쥐나 새가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상을 하고 있으면 모든 사물에게 고유한 역사가 있고 의미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송수영, 지구-알약, 2019.
송수영, 「지구-알약」, 2019, 알약 케이스, 색점토.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일상의 사물들을 선택해 낯선 방식으로 구현하는 작가들도 많다. 송수영만의 차별화된 사유는 무엇일까. “저는 특별하지 않고 익숙한 것을 골라요. 낯선 것에 매혹되기는 쉬운 것 같아요. 낯선 것에 대한 선호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달콤한 상상으로 채우기 때문입니다. 흔히 오래 사귄 연인보다 낯선 사람이 더 매력적이라고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오랜 시간 동안 그 고유의 체계와 한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가치를 둡니다.”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에 살았던 나무-그린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 2012, 설치전경.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에 살았던 나무-그린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 2012, 설치전경. 

송수영에게 연필은 훌륭한 매개체가 된다. 연필은 전 세대가 경험한 일상 밀착의 사물이다. “저는 각종 연필 회사에 문의해서 제 연필에 사용된 나무 원산지와 수종을 알아냈어요. 그리고 연필 재료의 정보와 이미지를 조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필의 재료가 캘리포니아 삼나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캘리포니아 삼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 종으로, 다 자랐을 때 키가 일백 미터 이상 된다고 합니다. 나무가 보냈을 세월과 풍경은 손 안에 쉽게 쥐어지고 하찮게 다뤄지는 연필과 대조적이었습니다. 저는 대조적이고 동떨어져 보이는 두 모습을 겹쳐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연필 한 자루의 역사

드로잉이 끝나는 지점에 몽당연필을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드로잉의 마지막에 몽땅 연필이 있으면 관객들이 ‘이 그림들을 그리고 남은 연필이구나’라고 유추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우리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거대한 숲의 풍경이 사실은 우리 일상에 속해있는 이 작은 몽당연필 속에 있었다는 것. 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요. 드로잉들의 마지막에 등장하니까 마침표 같기도 하고, 극을 연출한 연출가가 무대 위에 올라와서 인사를 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송수영, 「책-숲」, 2012, 책. 

우리는 송수영의 작업을 경유해 쉽게 소비되는 사물들 사이에서 본래 모습을 상기해볼 수 있다. 또 모든 사물에 고유한 역사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최대한 친환경적 재료를 사용하며, 창작활동 역시 일상 속 실천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물었다. “코로나 때문에 너무 시각에만 의존했던 것 같아요. 촉각적인 작업을 더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작업은 머리나 의지로 되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그때그때의 관심과 느낀 것들이 작업으로 나올 것 같아요.” 

 

송수영(37세)=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같은 대학 석사·박사 ▷상업화랑 개인전 「젓가락-복음」 외 4회·단체전 다수 ▷난지 미술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작가 등.<br>
송수영(37세)=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같은 대학 석사·박사 ▷상업화랑 개인전 「젓가락-복음」 외 4회·단체전 다수 ▷난지 미술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작가 등.

 

하혜린 기자 hhr210@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