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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술의 역사
일본 미술의 역사
  • 교수신문
  • 승인 2021.01.0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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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스탠리베이커 지음 | 강민기 옮김 | 시공아트 | 320쪽

 

개방적 외향성과 배타적 내향성,

일본 미술의 스타일을 관통하는 키워드들

 

일본은 다양한 외래 문명을 받아들여 적용하는 오랜 역사 과정에서 매우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왔다. 고대부터 근대 이전까지 일본의 모든 제도와 문화에서 한국, 중국, 남아시아 해양 문화 등이 남긴 뚜렷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 대상이 유럽과 미국 문화로 바뀌었을 뿐, 외래문화를 새롭게 변형해 자국화하는 문화적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저자 조앤 스탠리베이커에 따르면, 일본 미술은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인식 아래 균형과 조화 그리고 유머를 추구해 온 역사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다양한 외래 문명의 영향과 적용이라는 문화적 특성이며, 이는 저자가 일본 미술을 바라보는 중요한 초점이다.

특히 저자는 권력체제가 불안정한 시기에는 개방적 외향성이 짙은 미술사조가 유행하고(중국과 한국의 삼국시대 미술을 수입했던 아스카, 나라 시대 미술과 패전 후의 현대 미술), 평화와 안정을 구가하는 시기(헤이안 시대와 무로마치 시대)에는 배타적 내향성을 드러내는 일본적 형식화가 두드러지는 현상이 번갈아 나타남을 강조한다. 신라 불상을 빼닮은 일본 국보 제1호 '미륵보살반가상'(일명 보관미륵, 7세기 전반)이나 ‘겐지모노가타리 에마키’(두루마리 그림)에 쓰인 당나라 회화 기법은 국제적 양식이 엄격하게 지켜진 사례다. 하지만 신토 문화를 반영한 가람배치나 ‘설중매를 벚꽃으로 바꾸고 장엄한 중국의 산을 아늑한 논밭으로 대체한’ 헤이안 시대의 야마토에는 일본적 형식화가 진화된 사례다. 이러한 경향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사진 구도나 문학적 뉘앙스를 담은 구름 등 특정 모티프와 함께 이후 일본 미술의 역사에서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중국 등 동북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패전 후 현대에 이르는 일본 미술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일본 미술의 전 분야, 즉 고대 유물, 조각, 회화, 목판화를 비롯해 도자, 칠기 등 공예까지 일본 미술의 핵심을 아울렀다. 특히 최신 3판을 번역한 이 책에서는 망가와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현대 미술의 최신 연구를 추가했다. 일본 미술의 비전문가나 초심자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도록 189점의 풍부한 도판과 해설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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