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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21.01.0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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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콧 카스탄, 스티븐 파딩 지음 | 홍한별 옮김 | 갈마바람 | 326쪽

 

눈에 보이는 색이 전부는 아니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눈을 뜨고 있는 한 우리는 어디서나 색을 본다. 우리의 삶은 색으로 가득하며, 세상에 대한 경험에서 색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만약 색이 없다면 우리가 사는 물리적 공간을 구분하고 질서를 부여해 그 안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색으로 생각하고 정서적·사회적 존재를 표현하고 우리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듯 색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색을 어디서나 보고 명확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색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물론 ‘눈으로 색을 보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노력에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 화학자는 색을 띤 물체의 물리적 속성을 연구하고, 물리학자는 그 물체가 반사하는 전자기에너지를 연구하고, 생리학자는 그 에너지를 감지하는 눈의 광수용체를 연구한다(이마저도 뇌가 정보를 어떻게 해석해 색의 경험으로 바꾸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색을 보는가, 무엇을 보거나 본다고 생각하는가, 인지하거나 상상한 색으로 무엇을 하는가, 우리가 어떻게 색을 만들고 색은 우리를 어떻게 만드는가’로까지 생각을 확장하면, 우리는 색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하려는 이야기이다.

 

세상의 본질에 대한 사색으로 이끄는 색의 세계

 

예일 대학교의 영문학과 교수와 영국의 대표적 화가가 만나 색에 대해 이야기한다. 화가의 화실과 작가의 서재, 미술관과 박물관을 오가며 이어진 두 사람의 색에 대한 사유가 정리되어 이 책에 담겼다. 그들은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색은 우리 대화에서 끝나지 않는 주제이자 영감을 주는 소재였다. 10년 동안 대화를 이어가면서 우리 스스로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는 회화와 문학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언어와 색의 관계를 학제를 넘어 탐구하는 학자들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색의 본질 자체에 골몰하며 생각과 이미지를 나누는 작가와 화가이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그러다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본질에 대한 사색도 같이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열 가지 색이 저마다 세상과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상징과 함의들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우리가 색을 사용하고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을 파고든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색에 대한 관념을 뒤흔들고 새로운 사유로 나아가게 한다.

 

열 가지 색으로 살펴본 우리 삶에서의 색의 의미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색이 있다. 색이 총 몇 가지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사람의 눈으로 1,700만 가지 색을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열 가지 색 정도면 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괜찮은 숫자라고 말한다. 무지개를 구성하는 일곱 색깔에 검은색, 흰색, 회색을 더하여, 각 장에서 제목이 된 색을 초점 삼아 색이 우리 삶에서 어떤 존재이고 의미인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핀다. 문학과 예술, 역사, 문화, 인류학, 철학, 정치학, 과학을 넘나들고, 호메로스에서 피카소, 모네, 인종주의, 이란 민주화운동, 노예제, 『모비 딕』, 『오즈의 마법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고 흥미로운 소재들로 색을 이야기한다. ‘색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기도 하고, 특정 색이 상징하는 예술적 진보를 논하기도 한다. 어떤 장에서는 색의 이면에 감춰진 인종적 편견을 들춰내는가 하면, 또 다른 장에서는 색을 향한 욕망이 노예제의 폭력으로 이어진 역사를 성찰하기도 한다. 문학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색의 함의가 주제인 장도 있고, 색으로 표출되는 정치적 의지를 이야기하는 장도 있다. 어느 색을 이야기하든, 그저 눈에 보이는 색의 표면적 측면이 아닌 우리가 색에 부여한 상징과 색이 우리에게 부여한 의미를 면밀히 탐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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