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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_한국생명윤리학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집중점검
학술대회_한국생명윤리학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집중점검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4.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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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배아 제대로 관리하고 있나?" 대책 촉구

최근 ‘네이처’지에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대한 윤리적 의혹이 제기되면서 배아복제와 생명윤리 논쟁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 1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공포돼 문제점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생명윤리학회(회장 송상용 교수)가 지난 22일 서울대 의대 함춘회관에서 열었던 학술대회는 ‘법안’의 타당성을 토론하면서, 필요시 법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자리였다. 국회의원과 관련 부처의 담당자도 참가해 법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폭넓게 퍼져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생명윤리심위원회에 대한 비판 쏟아져

1부에서는 김장한 울산대 교수(의학)가 객관적 입장에서 법률의 성격, 위원회 문제, 배아연구, 유전자 검사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했으며, 이어서 홍석영 박사(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는 윤리학적 관점에서 법률을 전면적으로 비판적인 분석을 했다. 의학적 분석과 윤리적 해석이 균형감 있게 분석됐고, 이어 발표문에 대한 질의와 토론은 각 분야의 전문가 8명이 참가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김계성 포천중문의대 교수, 이인영 한림대 교수(법학), 김동광 박사(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성수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김상희 여성민우회 대표 등이 주요 참석자였다.

토론 중 쟁점으로 부각됐던 건 제 6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및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조항에 대한 것이었다. 배아복제도 심각한 문제지만, 현 단계에서는 시행규칙이 매우 폐쇄적인 그룹 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 발표자인 김장한 교수도 6조에 대해 “논의의 여지가 있다”라고 평가했는데, 이에 대해 공학계 쪽 토론자였던 김계성 교수가 “보건복지부장관 아래 윤리위원회를 위치시키고, 장관이 결정하기 전에 위원회의 의견을 묻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자 비판들이 쏟아졌다. 

그 중 이인영 한림대 교수(법학)가 여러 조항들에 대해 가장 활발히 비판을 가했다. 이 교수는 “법집행의 엄격성과 공정성이 의심스러우며,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참여를 배제했다”라는 총평을 가했다. 이어서 김계성 교수의 견해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의견만 묻도록 돼있을 뿐,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없어 실질적인 위상이 없다”라면서, 나아가 “단기적인 차원의 심의만 이뤄질 뿐 연구자들의 윤리의식을 고취시키는 장기적인 차원의 심의사항이 전혀 없다”라며 위원회의 성격도 문제 삼았다.

위원회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심의의원회 구성’ 조항이 다양성과 민주성을 결여했다는 데 화살이 돌려졌다. 박병상 도시생태연구소장은 “장관이 7인이나 포함될 이유가 없다. 외부인사가 한명만 포함된 것도 문제다. 현재대로라면 각 부처나 이해당사자들의 견해만 반영할 것이다”라며 구성비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씨는 이어서 ‘위원회의 기능’에 대해서도 “너무 허무맹랑한 것들을 심의한다”라며 실질적인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여성 민우회의 김상희 씨도 “여성계의 견해가 반영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배아연구’에 관한 조항들도 토론이 뜨거웠다. 우선 김계성 교수는 “배아와 줄기세포 두 분야가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라며 기존 연구자 측의 견해를 반복했는데 이에 대해 김상희 대표는 “여성의 대상화, 도구화, 상품화이자 반인권적 견해”라고 못 박았다. 이러한 반론들에 대해 김계성 교수가 “윤리학자들이 너무 앞서서 규제만 하려는 건 옳지 않다. 초점은 안전하게 기술이 발전하는 것이다”라며 지적하자, 이인영 교수는 “굉장히 놀라운 발언”이라고 받아쳤다. 이 교수는 “과연 연구자들이 줄기세포, 생체세포 연구가 비윤리적이라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가”라며 다른 학계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충고를 해 공학계와 윤리계의 견해차가 팽팽함을 보여줬다.

입장차 확연한 의학-윤리학계, 뜨거운 논전

토론이 진행되면서 김동광 박사는 토론회 기조 자체를 문제 삼았다. 김 박사는 오랜 기간을 거쳐 나온 법률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생명공학과 윤리학계의 논쟁의 이분법적 논쟁이 토론회와 이번 법안에서도 여전히 내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안은 윤리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과학은 긍정적이고 윤리는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이분법적 의식이 깔려 있다. 최근 황우석 교수의 발언도 마치 윤리학자들이 발목을 잡음으로써 과학기술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라며 특히 국내의 공학계 연구자들이 윤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했다. 또한 “현 단계에서 논쟁의 주가 돼야 할 것은 배아관리실태다. 어마어마한 냉동배아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못한데, 이에 대한 윤리적 고려가 없다”라며 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생명윤리학회의 이번 토론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와 관련해 보다 윤리적인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짚어내며 법률개정을 촉구했다는 데 충분한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법이 만들어질 당시 제기됐어야 할 문제제기들이 뒤늦게 나와 법에 대한 ‘리뷰’에만 그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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