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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기 황실 의례와 의물
대한제국기 황실 의례와 의물
  • 김재호
  • 승인 2020.12.28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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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황제국을 상징하는 의물을 제작 사용!
조선국 왕족에서 대한제국 황족으로!
의물에 나타난 황족의 신분 구별!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는 황제국으로서의 대한제국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대한제국기 황실 의례와 의물』(이욱 외 지음, 16,000원)을 발간했다.

의례는 꾸밈에 기초한다. 내면에서 우러나는 것이 예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외면을 통해 내면을 가꾸는 것이 의례이다. 이 책은 의례를 구성하는 물질적 요소인 외적인 부분에 치중하였다. 금책(金冊), 복식(服飾), 노부(鹵簿), 제기(祭器), 홀기(笏記), 발기[件記], 제물 등과 같이 의례에서 사용하는 구체적인 의장, 기물, 음식 등 ‘의물(儀物)’을 주제로 삼았다. 의물은 의례에서 사용되는 물건이란 의미와 함께 의례의 상황에서 달라진 가치를 존중하기 위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들은 의례라는 시공간 내에서 성스러운 물건으로 간주된다. 이 책은 이러한 의물의 성스러움을 보여주고자 이들이 등장하는 봉책, 관례, 가례, 다례, 진연, 국장 등의 의례를 고찰하였다.

한편, 의물은 도구적인 성격을 지닌다. 의복이나 패물, 그리고 음식을 진상 또는 하사할 때 사용한 발기는 물품 명세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를 통해 의례 현실에 더 접근할 수 있다. 한글로 적힌 홀기, 책문, 발기 등을 통해서 우리는 여성이 의례에 어떻게 개입하였는지도 비로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의물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각각의 의물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과정을 검토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황제만이 아니라 장인(匠人)을 만나고 내인(內人)을 만나고 내관(內官)을 볼 수 있었다.

우선, 장을연은 ‘대한제국 황실의 책봉의례와 금책’에서 왕비, 왕세자, 왕세자빈 등을 책봉할 때 사용하는 책문을 분석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책문의 재질이 신분에 따라 죽책 또는 옥책을 올렸는데 황제국인 중국에서는 금책을 사용하였다. 그러던 것이 대한제국에서는 명성황후를 책봉하면서부터 금책이 사용되었다.

김봉좌는 ‘황태자 가례와 한글 문헌’에서는 왕실 관련 여성들이 생산한 한글문헌을 분석하였다.  이들 문서들은 거의 황태자비가 참여하는 의식에서 황태자비를 보조하는 여성 내인들을 위해 만들었음을 밝혔다.

이민주는 ‘왕실 발기로 보는 대한제국기 복식-의친왕·영친왕을 중심으로’에서 황태자를 제외한 황자들이 입학례, 관례 등에 사용된 의복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황자들 사이의 신분적 위상과 의미를 고찰하였다.

구혜인은 ‘대한제국기 선원전의 다례와 제기’에서 역대 왕의 어진을 봉안하는 선원전의 제기를 다루었다. 중국 고대 전례를 따르던 종묘 제향과 달리 선원전은 음식과 도구에서 우리의 고유 전통을 따랐음을 밝혔다.

제송희는 ’진연 의례와 황제국 노부‘에서 국왕의 행차나 의식 때 의장을 진열하는 노부를 다루었다. 조선시대 노부는 대가, 법가, 소가로 구분하여 왕의 권위를 드러내었는데 대한제국에 이르러서는 황제의 노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사용된 제작 과정과 비용까지도 분석하였다.

이욱은 ’대한제국기 국장과 제물-명성황후 국장을 중심으로‘에서 명성황후 ’국장‘과 ’음식‘을 고찰하였다. 

이 책은 한중연 왕실문헌연구실이 주관하는 장서각 자료 연구의 결과물이다. 한중연은 장서각의 세계화 대중화라는 목표 아래, 조선왕실도서관인 장서각 자료를 꾸준히 연구하여 연구자와 대중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로 발간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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