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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人事에는 ‘휴머니즘’이 없다
대한민국 人事에는 ‘휴머니즘’이 없다
  • 교수신문
  • 승인 2020.12.3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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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대한민국 인사혁명』 이창길 지음 | 나무와숲 | 318쪽

상명하복의 조직문화
민주주의 없는 한국의 인사제도
인권, 공정, 영혼, 민주를 묻는다

대한민국은 ‘인사’공화국인가? 많은 사람들은 ‘그렇다’고 할 것이다. 모든 조직의 권력은 인사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조직의 성과도, 개인의 행복도 모두 인사가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인사‘공화국’일까?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인사‘군주제’와 가깝지 않을까. 상명하복의 조직문화 속에 인사 권한이 일방적으로 행사되기 때문이다. 피인사자들은 자신의 희망을 전달하기도 어렵고, 인사권자와의 상담도 쉽지 않다. 우리 인사에는 민주주의도 휴머니즘도 없다. 

1945년 해방 이후 지금까지 70여 년간 수차례 인사 개혁이 추진되었지만, 근본적 변화는 없었다. 계급과 경력 중심의 인사 체계는 오래된 관행이 되었고, 인사 이동과 승진, 보수 체계 또한 반세기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조직 내 인권과 평등, 공정의 가치는 여전히 뒷전이고, 영혼 없는 복종과 침묵만이 감돌고 있다.

이제 진정한 인사혁명을 시작할 때이다. 20세기 병영관료제를 벗어나 21세기 휴머니즘 인사혁명으로 나아가야 한다. 피인사자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공정하며, 영혼과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직장 혁명이다. 

인권이 보장되고 공정한 인사 

인사혁명을 위한 핵심 가치를 4가지로 보았다. 인권, 공정, 영혼, 민주이다. 우리가 조직 속의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가치들이다. 

첫째, 인권을 묻는다. 피인사자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고 있을까. 계급과 복종, 기강이란 이름 아래 박탈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1946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독일 경찰 오토 올렌도르프의 책임 회피, 1970년대 이탈리아 마피아들의 체념적 복종,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계급조직의 무능력과 무책임, 2020년 조직의 의리와 충성을 강조한 검찰의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둘째, 인사 과정의 공정성을 묻는다. 우수인재란 머리인가 가슴인가, 역량이 차별을 넘을 수 있는가, 승진 투쟁은 멈출 수 없는가, 평가공화국 이대로 좋은가, 호봉제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1세기 초 로마제국의 티베리우스 황제의 인사정책, 프랑스 국립행정학교가 100년간 문 닫은 사연, 실적주의가 만든 신귀족주의 현실, 헤겔의 ‘인정투쟁’과 후쿠야마 교수의 ‘우월욕망’이 던져준 과제는 무엇일까.

직장 내에 따뜻한 인간주의와 인사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이창길 교수는 강조했다. 이미지 = 나무와숲

영혼과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인사

셋째, 잃어버린 영혼에 대해서 묻는다. 우리 조직에는 왜 휴머니즘이 없을까. 인간주의 조직을 만드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진정한 역량이란 무엇이며, 정치적 중립은 불변의 철칙일까. 프란츠 카프카와 레프 톨스토이가 소설 속에서 제기한 관료주의 현실, 소크라테스가 제시한 공인의 자질과 역량, 소개(疏開)와 학살의 전문가 아돌프 아이히만의 영혼, 프랑스 혁명 당시 대치했던 두 관료의 선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넷째, 인사 민주주의에 대해 묻는다. 인사권은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일까. 인사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창의적 인재들을 존중할 수 없을까. 노동조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제5세대는 어떤 인사 시스템을 원할까. 일찍이 민주주의 가치를 역설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신념, 1948년 허 정 장관과 전진한 장관의 논쟁, 유럽 축구와 남미 축구의 인사방식, 도스토예프스키의 평범함과 비범함의 차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러한 질문은 곧 대답을 의미한다. 과거와 현재 목격했던 현장과 다른 나라들의 모범적인 사례와 경험을 보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나온다. 

혁명의 완성은 결국 제도이다

무릇 모든 혁명은 ‘운동’으로 시작하지만 ‘제도’로 완성된다. 우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혁명을 시도했지만, 늘 완성 하지는 못했다. 기득권의 뿌리는 깊었고 과거의 잔재들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독일 출신의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1단계 혁명은 봉기와 해방이고, 2단계 혁명은 혁명 정신이 지속되기 위한 헌법 제정이라고 했다. 인사 혁명 역시 인사 제도의 변화 없이는 그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20세기의 삭막한 ‘피로사회’를 뒤로하고 21세기 휴머니즘 인사혁명을 상상해 본다. 200만 명에 달하는 공공부문 종사자를 포함하여 2천700만 명에 이르는 취업자들의 웃음과 행복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싶었다. 우리 사회를 따뜻한 인간주의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결합하여 조직시민이 다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공동체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책이 던진 질문에 작은 메아리들이 울리고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기를 소망한다.

 

 

 

이창길 
세종대 교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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