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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출판 못지 않은 기획력… 대학사회 본연의 의무 충실”
“상업 출판 못지 않은 기획력… 대학사회 본연의 의무 충실”
  • 박강수
  • 승인 2020.12.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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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출판협회 2020 올해의 우수도서 선정

사단법인 한국대학출판협회(이사장 신선호)가 지난 23일 ‘2020 올해의 우수도서’ 18종을 최종 선정했다.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11월까지 1년간 대학출판부에서 출간한 책 중 심사에 응모한 114종을 대상으로 했다. 선정에 응모한 학교는 15곳이다. 선정 분야는 셋으로 학술 부문 10종, 교양 부문 6종, 대학교재 부문 2종이 우수도서에 뽑혔다. 학술 부문과 대학교재 부문에서 최우수 도서가 한 종씩 나왔고 교양 부문은 최우수작이 없었다.

한국대학출판협회 ‘올해의 우수도서’는 2017년 처음 기획돼 올해로 4회차를 맞았다. 당시 기획자인 김정규 한국대학출판협회 사무국장은 “학술출판의 한 축을 이루는 대학출판부 도서들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추진했다”라고 의도를 설명한 바 있다. 이번 선정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98종에서 올해 114종으로 응모 도서 수가 늘었다”라고 김 사무국장은 전해 왔다.

심사는 이현우 서평가와 이권우 도서평론가가 맡았다. △독창성 △완결성 △시의성 세 가지 항목으로 점수를 매겨 지난 4일부터 18일까지 15일간 두 심사위원이 응모 도서를 읽고 토의해 결정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심사를 맡은 이권우 평론가는 “학술 출판을 상업 출판사에 맡기다시피 하면서 한국 대학사회가 책임을 방기해온 면이 있는데 몇몇 대학출판부는 상업 출판사에 밀리지 않는 기획력, 만듦새, 감각을 보여줬다”라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이현우 서평가 역시 심사평을 통해 “대학출판부만의 기획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도서도 여러 종 눈에 띄었다”라고 평했다. 다만 대학교재 부문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하면서 “대학교재는 대학출판부만의 독점적인 영역이지만 아직 대학 강의의 다양성과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학과 글쓰기뿐 아닌 교양과 전공 분야에서 다양한 교재가 개발돼 출판과 접목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우수작 학술 부문∙대학교재 부문에서 각각 1종

 

학술 부문에서 최우수작에 꼽힌 『국보 겐지모노가타리에마키』(김수미 지음∙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는 일본 고전문학을 주제로 한 고전회화에 대한 연구를 담은 학술서다. 대학교재 부문 최우수작 『한국학 학술용어』(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는 한국학이라는 학문의 역사 속에 축적된 학술용어를 집대성한 연구 지침서다.

대학출판부 별로 보면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과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에서 각각 최우수작을 포함해 2종, 영남대학교출판부, 계명대학교출판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각각 2종을 우수도서에 올렸다. 상대적으로 과학 서적이 적었는데 이에 대해 심사를 맡은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과학 분야는 특수성이 있다. 교양 대중서는 상업출판에서 소화되고 전문적인 내용은 논문으로 풀린다. 대학출판에서 다루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 학술 부문

 

[최우수]국보 ‘겐지모노가타리에마키(源氏物語絵巻)’: 일본 고전문학을 그림으로 읽다

김수미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 300쪽

‘에마키’란 두루마기 그림을 뜻하는 말이다. 11세기 일본 여성 작가 무라사키 시키부의 장편소설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를 회화로 풀어낸 에마키를 ‘겐지모노가타리에마키’, 줄여서 ‘겐지에’라고 부른다. 책에서 다룬 작품은 12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존하는 겐지에 중 가장 오래되고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일본의 국보’에 대한 해설, 연구 등이 정리된 학술서다.

 

 

 

 

당순종실록역주

한유, 이종한 지음 | 계명대학교출판부 | 448쪽

현전하는 세계 최초의 실록인 당나라 10대 황제 순종의 통치기간의 조정 대사와 궁중 비사를 서술한 편년체 역사물이다. 짧은 재위기간동안 과감한 개혁이 추진됐으나 기득권 세력의 연합 공격에 좌초된, 긴박한 시절의 역사적 파노라마가 담겼다. 당대 중국을 대표하는 문호 한유가 편찬했으며 국내 한유 연구 권위자인 계명대 이종한 교수가 역주를 달았다.

 

 

 

나의 장례식: 自挽詩, 나의 죽음 소유하기

임준철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 396쪽

‘만시’는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시다. ‘자만시’는 나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쓰기다. 실제로는 불가능한 상황을 전제로 한 문학이다. 죽음 이전의 유일한 글쓰기가 유언이라는 형식에 머무른다면 죽음의 과정과 그 이후를 언어로 체험한다는 점에서 자만시는 특별하다. 이 책은 조선시대 자만시에 초점을 맞춰 이 고유한 한시 장르 전반을 검토한 최초의 시도다.

 

 

 

 

북한지역의 청동기시대 묘제와 고조선 연구

오대양 지음 | 단국대학교출판부 | 615쪽

북한과 중국 동북 지역 청동기시대 묘제와 매장 문화를 비교 연구한 결과물이다. 청동기시대 북한과 중국 동북 지역 사람들은 고인돌, 석관묘, 적석묘 등 서로 다른 매장 방식으로 발전상을 달리 하면서도 속에 안치된 부장품에서는 상당한 유사성을 공유한다. 묘제의 종류와 분포권에는 차이가 있으나 그 안의 사람들은 연관돼 있다. 이로부터 이 책의 탐구는 시작된다.

 

 

 

미디어와 성: 사회생물학에서 여성혐오까지

주형일 지음 | 영남대학교출판부 | 343쪽

미디어와 성 사이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미디어가 성을 재현하는 방식과 실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고, 성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바탕으로 육체적 쾌락을 탐닉하는 경향과 젠더 간 불평등한 권력 분배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특정한 성 관념을 재생산해온 미디어 컨텐츠를 통해 사회적 성 인식을 추적한다.

 

 

 

은둔의 나라 러시아 역사 속의 민중 상∙하

이정희 지음 | 영남대학교출판부 | 739쪽

러시아 근현대사의 구조와 특성을 주제별로 아우른 교양 학술서다. 러시아는 유럽 문명권도 아시아 문명권도 아닌 독특한 발전구조와 문화를 지닌다. 최초로 전제적 봉건질서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혁명을 일으켰고, 계획경제 체제를 거쳐 페레스트로이카 실험으로 그 체제를 종식시켰다. 동시에 19세기, 유럽에서 손꼽히는 심오한 철학과 예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철학으로 비판하다: 한국적 학문과 교육에 대한 해부

정세근 지음 | 충북대학교출판부 | 645쪽

이 책은 한국 학계의 폐쇄적 구조가 오늘날 민주주의 위기를 조장한 주요 문화적 요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기획된 비평서다. 철학적 학술에 대한 관심도 시대적 이슈를 두고 벌이는 논쟁도 시들해져 가는 상황에서, 단편적 학술적 성과는 있었으나 비평과 소통을 통해 생기로운 토론의 장을 마련하지 못한 현대 한국의 철학적 주제와 인물, 교육 문화를 조망한다.

 

 

 

프랑스 대혁명의 철학

베르나르 그뢰퇴유젠 지음 | 이용철 옮김 | 에피스테메 | 360쪽

데카르트부터 시작해 디드로, 몽테스키외, 볼테르, 루소 등 철학자를 거쳐 프랑스 대혁명의 핵심 이념인 권리 개념이 ‘인권 선언’에 표명되기까지 서구 사상사를 훑었다. 20세기 유럽의 지성 베르나르 그뢰퇴유젠이 몽테스키외에 대해 쓴 미완성 원고를 정리한 1부와 프랑스 대혁명의 철학에 대한 에세이를 모은 2부로 구성된다.

 

 

 

고구려 후기 대외관계사 연구

김진한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 411쪽

고구려의 대외교사에 대한 최신 연구가 업데이트됐다. 백제와 신라, 남북조, 수∙당 전쟁을 넘어 유연, 돌궐, 거란 등 북방 여러 나라와의 관계를 접근하는 고대사 연구의 진전이 반영됐다. 고구려 유적과 유물은 중국뿐 아니라 북방 유목국가와 중앙아시아 문화에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고구려의 국제성과 개방성에 대한 탐구는 고구려를 이해하는 핵심 루트가 된다.

 

 

 

조선인민군: 북한 무력의 형성과 유일체제의 기원

김선호 지음 | 한양대학교출판부 | 720쪽

조선인민군은 현대 북한 정규군이자 한국전쟁의 주축이었다. 이 책은 지휘관과 부대명조차 배일에 쌓여 있던 인민군 형성과정을 파고든 전문 역사연구서다. 기존 연구와 달리 인민군 형성 과정을 일제시대부터 살피며 군사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인민군의 권력지형과 ‘혁명전통’을 분석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북한 유일체제의 역사적 기원까지 다가간다.

 

 

교양 부문

 

 

그리스도교 영성 역사(전 3권)

전영준 지음 | 가톨릭대학출판부 | 759쪽

교회사를 큰 줄기로 삼고 인류사를 넘나들며 그리스도인의 영성 생활 깊은 곳을 들여다 본다. 지난 2천년을 아우르는 저자의 탐구는 다양한 측면에서 전개된다. 사상사적 배경에서 주요 영성가와 영성신학자의 사상을 살펴보고 평신도의 전례생활과 성사생활, 수도자의 수도생활, 음악과 미술 등 인류 정신문화와 예술 기록을 망라한다. 고대∙중세∙근현대 3권으로 구성됐다.

 

 

 

마르크스의 귀환

제이슨 바커 지음 | 이지원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 464쪽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상가 칼 마르크스의 생애를 소설 형식으로 재구현한 역사소설이다. 위인을 다룰 때 섞여 드는 엄숙주의를 걷어내고 학문적 발췌와 이야기적 허구를 배합한 일대기다. 저자는 철학자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이기도 하다. 슬라보예 지젝은 이 책을 가리켜 ‘마르크스의 혁명 사상 핵심에 가닿은 걸출한 소설’이라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야단법석 괘불탱화

김남희 지음 | 계명대학교출판부 | 296쪽

괘불탱화란 야외 법단에서 의식(이것을 야단법석이라고 부른다)을 거행할 때 사용되는 거대한 불화를 이르는 말이다. 괘불탱화의 도상 유형과 시대별∙지역별 특징, 역사적 흐름, 예술사적 의의를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현존 괘불탱화 120여 점 중 80점의 도판을 수록했으며 괘불탱화의 회화적 형식을 전승한 20세기 민중미술의 ‘걸개그림’까지 아우른다.

 

 

 

한국고전문학 수업

정병설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92쪽

시조, 향가, 판소리, 야담 등 고전문학은 한국인에게 익숙하지만 가깝지 않은 세계다. 한국 고전문학의 주요 주제, 묘미, 흐름을 새로이 개괄하는 책이 나왔다. 저자는 그간 학계가 축적해온 연구 성과를 담아내는 동시에 탈민족주의, 페미니즘, 퀴어 이론 등 새로운 문학 연구 경향을 반영해 주로 민족주의적 자장 안에서 다뤄졌던 기존 관점을 확장했다.

 

 

 

양명학, 돌봄과 공생의 길

김세정 지음 | 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 542쪽

현대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양명학 강의다. 자연생태계 파괴와 소비문명으로 인한 생명 위기의 현상과 원인들을 진단하고, 생명철학, 환경철학, 돌봄철학과 같은 새로운 관점에서 공자유학, 맹자유학, 『주역』과 『중용』의 유학, 양명학을 새롭게 해석한다. 승자독식,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돌봄과 공생의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과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 이종오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 | 440쪽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하는 두 가지 ‘테크네’ 시에 관한 기술 『시학』과 이에 상응하는 수사학의 기술 『수사학』을 번역한 책이다. 『시학』은 20세기 문학 창작 이론 부흥에 관심을 불러일으킨 텍스트이고 『수사학』은 ‘수사학의 수사학’, ‘학문의 학문’이라 불리면 여러 영역에서 특별한 성찰과 견해를 만들어 냈다. 두 개론서를 합본하면서 가능한 한 윤색 없이 원문을 살렸다.

 

 

■ 대학교재 부문

 

 

[최우수]한국학 학술용어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 676쪽

한국학의 과제는 한국인이 살아온 과정 속에서 인류의 보편성과 일국의 특수성을 포착하고 이들 사이 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다. 한국학이 정립되고 발전되면서 창안∙도입된 학술용어들은 한국학의 통로이면서 벽돌이다. 역사학, 사회학, 문학, 철학 등 각 분야 연구자들이 한민족, 근대, 실학 등 18개 항목을 선정해 학술용어를 포괄한 한국학 연구 입문서다.

 

 

 

Synergy: Essentials of Scientific research Writing

Nick Clements 외 3명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16쪽

서울대에서 영어 논문 쓰기를 강의하고 영어 교육 방법론을 연구해 온 저자들이 팀을 이루어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영어 논문 쓰기’ 교재를 출간했다. 학부생 수준에 맞는 예시문과 활동으로 학습을 설계했고 토론과 참여 중심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교재를 구성했다. 한국인이 흔히 범하는 문법 오류에 대한 중점 학습도 배치해 효과적으로 배우게 했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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