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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구상' 讀法 신선…국가의 역할에 대한 입장 밝혀야
'동북아구상' 讀法 신선…국가의 역할에 대한 입장 밝혀야
  • 국민호 전남대
  • 승인 2004.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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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서평 : 『세계체제, 동북아, 한반도』(이수훈 지음, 아르케 刊, 2004, 276쪽)

▲ © yes24
국민호 / 전남대·사회학

오랫동안 세계체제론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 시대에 세계체제와 한국이 과연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동북아시대'라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구상과 연계시켜 설명했다. 책 전반에 걸쳐 동북아 정책 및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저자의 확신과 열망이 담겨있고, 나아가 '중도공동체' 구상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전 지구가 '신자유주의' 학설에 바탕을 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학설의 중심 사상은 국가의 경제개입을 최소화시키는 것으로 이의 실천은 경제 자유화, 공기업 민영화, 각종 규제완화 등의 정책으로 나타난다. 그 동안 국가 주도로 재벌위주의 수출지향적 발전전략을 취해온 한국경제는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더욱 더 깊숙이 세계시장에 편입됐으며 그 과정에서 국가의 경제 조정능력은 눈에 띄게 약화됐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조변석개하는 세계시장의 파동에 매우 취약하게 변모됐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경제에 대한 국가의 조정능력은 1997년의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IMF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 생명을 다했다. 오늘날 한국경제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경제로 변모됐다.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이르는 호황기에 한국은 부국강병과 선진대국의 가치를 추구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외향과 성과가 중시됐으며 이는 과소비와 사치로 이어졌다. 따라서 IMF 경제위기 이후의 정리해고와 대량실업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과정은 더욱 가혹하게 다가왔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는 가운데 광범위한 개인파산, 가족해체, 사회해체가 진행됐다. 사회 전반에서 기업과 금융이 국가의 역할을 대신하는 가운데 국가의 영향력은 크게 축소됐다. 저자는 세계화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동요가 反-국가주의 흐름을 형성했고 한국도 이의 예외가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국가에 대한 신뢰 상실은 상대적으로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가져왔다고 본다.

그렇다면 세계화과정과 시민사회의 발달은 신자유주의와 함께 진행되는 것인가. 저자는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데 비해 세계화 과정은 받아들이고 있으며 시민사회의 발달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과연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서로 다르게 평가받을 수 있는가. 시민사회의 발전은 세계화의 진행과 꼭 함께가는 것인가. 이러한 진행과정이 핵심과 주변부, 반주변부에서 어떻게 다르게(또는 유사하게) 진행되는가 하는 점들이 좀 더 명확히 밝혀졌으면 한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중심 내용은 앞서 말한 내용보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설명된 노무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동북아시대론'에 대한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북한을 고립시켜 자연적으로 고사케 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러한 가운데 김대중 정부의 대북한 정책인 햇볕정책은 멈춰질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미국의 패권에 의해 봉쇄돼 경제적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적대적 북미관계 속에서 한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긴장돼갔다. 동북아 구상은 한반도가 미국이라는 중심의 주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며 미국주도의 세계질서의 해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동북아 정책은 아시아 연합을 통한 거점구축으로 역내 협력과 통합을 통해 미국 중심구도에서 탈피해 동아시아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고, 나아가 북한(북핵) 문제를 더 이상 북미만의 이슈나 남북한 이슈로 다루는 기존의 접근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듯 동북아 구상은 미국 중심구도에서 북한을 무시해온 기존의 '아ㆍ태지역'의 설명과는 다르게 북한을 동북아의 일 주체로 복원시키고, 북핵문제를 남북관계를 넘어서는 동북아관계의 핵심 의제의 하나로 설정하고 설명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오늘날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과 함께 반세계화, 반자본주의 운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제적 시민운동과 NGO 운동도 이와 연계돼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세계화의 기조가 '반국가주의'라면 세계화 추세에 대한 대안은 국가의 복원, 즉 복지 등에 대한 국가의 경제개입을 다시 강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구상을 세계화 흐름에 대항해서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동북아시대론을 주장하는 저자의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가 명확하지 않다. 과연 반국가주의 추세는 지속될 것인가. 또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인가.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대항해 반자본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우리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것인가 아니면 반국가적인 신자유주의의 추세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발전을 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일까에 대한 냉철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필자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The Relationship between Government and Large Private Companies In the Industrial Development of South Korea'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교사회학과 세계지역연구 분야에서 '동아시아 신흥공업국 산업발전에서의 국가와 노동' 등의 논문을 썼으며, 저서로 '동아시아의 성공과 좌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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