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轉向은 생존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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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술부
  • 승인 2004.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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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리뷰

연세대 국학연구원 주최
'일제하 지식인의 파시즘 체제 인식과 대응'

일제 식민지 통치 시기 국내 지식인들이 파시즘 지배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했는가를 검토하는 학술대회가 지난 5월 21일부터 이틀간 연세대 국학연구원(원장 전인초) '일제하 파시즘 연구팀' 주최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가 주목을 끄는 것은 다음에서다. 일제시기를 바라보는 기존의 '친일'과 '저항'이라는 패러다임을 벗어나 다양한 편차를 갖는 식민지 지식인의 정세 인식과 정치논리를 면밀히 검토했다는 점이다. 특히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정치적 격동과 민족 분단의 내적 배경이 되는 1940년대를 전후한 '파시즘기'를 대상으로 해서 분석을 펼쳤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1940년대의 조명은 해방 이후 파시즘 유산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기 위한 최우선으로 관찰해야하는 지대이기도 하거니와, 그 동안 '암흑기'로 인식해왔던 이 공간을 지식인들의 물밑 모색이 치열한 시기로 재조명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총 4부로 진행됐는데, 1부에서는 방기중 연세대 교수(사학)를 비롯해 이준식 연세대 교수, 신주백 한국교원대 연구원이 지식인들의 파시즘 체제인식과 국제정세 인식에 관해 살폈다. 방 교수는 '통제 경제와 신체제 인식의 사상구조'에서 당시 통제경제와 신체제론에 관한 지식인들의 인식을 고찰함으로써 당시 광범위하게 전개된 지식인의 현실순응과 체제편입의 내면을 고찰했으며, 이 교수와 신 연구원은 1930년대 변화된 일본의 국제적 위상 및 만주에 대한 인상에 대해 고찰하고 파시즘 국가론을 함께 살펴봤다. 2부에서는 이경란 연세대 연구교수의 '경제전문가 집단의 경제인식과 경제관'이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정책금융기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한국인의 삶, 민족과 계급, 자본주의 운영 등에 관해 어떻게 인식했는지 살펴봄으로써 해방 이후 한국의 국가 경제체제의 기본적인 구상과 발전·변화상을 추적했다.

후반부에서는 지식인들의 '전향'과 '저항'이라는 두 흐름이 어떤 논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파시즘기 민족주의자의 민족문화론과 '민족적인 것'의 의미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다. 전상숙 연세대 연구교수는 '전향, 사회주의자들의 현실적 선택'이란 글에서 일제의 사상통제정책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주의 지식인들의 전향을 고찰했는데, 단순히 변절·배신으로 간주하던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당시 일제와 사회주의자들 사이의 민족적 차이로 인해 각각 갖게 되는 이중적 의미에 주목해 이를 파시즘기 살아남기 위해 고려될 수 있었던 현실적인 선택의 하나로 봤다. 문학 분야에서 권명아 연세대 연구교수는 당시 '문학비평 영역'에서도 민족적인 것의 모색이 있었음을 밝혀내고, 1940년대 전후 시기의 민족주의와의 연결지점을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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