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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블루
코리아 블루
  • 교수신문
  • 승인 2020.12.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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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택 지음 | 푸른사상 | 230쪽

 

시대의 이념과 가치의 불화에 관한 인문학적 사유

서종택 소설가(고려대 명예교수)의 세 번째 산문집 『코리아 블루』가 [푸른사상 산문선 35]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전 지구촌을 덮친 채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이어 한국 사회를 잠식하고 있는 또 다른 바이러스성 증후군을 ‘코리아 블루’로 진단한다. 저자는 우리 시대와 사회 및 문화를 둘러싸고 있는 이념의 대립과 가치의 불화에 관해 인문학적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의 창궐로 전 세계는 우울의 심연에 갇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를 격리와 단절로 내몰고 있고, 모든 사회와 문화적 요소들은 통제되지 않는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지구촌을 덮친 코로나바이러스에 이어 우리 한국 사회를 잠식하고 있는 또 다른 바이러스성 증후군이 ‘코리아 블루’이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의 우울한 초상화라 하겠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 사회와 문화에 스며든 코로나적 증후군에 관한 검진 기록이다.

서종택 산문집 『코리아 블루』는 한국 사회의 시사적·문화적 쟁점에서부터 저자의 내밀한 정서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우울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를 담았다. 시대의 이념과 가치의 불화에 관한 정치의 비루함이나 일상의 세속화에서 대한 혐오는, 문화란 결국 세련되지 못한 것들과의 싸움이라는 저자의 일관된 태도의 반영이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35년간의 식민 상황과 분단 75년으로 정리되고 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분단 현실은 수차례의 남북, 북미회담 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 사회를 불 밝힌 현대의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격동치는 사회변동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지적하듯, 분단의식은 통합의 정신으로 이행되어야 하고, 불구적 상황에 대한 극복 의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하수상한 시절, 위기에 빠져 있는 우리 사회를 자가진단해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신체적 거리는 사회적 거리를 만들고 사회적 거리는 우리를 격리와 단절로 내몰고 있다. 광화문의 촛불이 혁명으로 타오른 지 3년, 그러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다시 불신과 반목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 블루’가 지구촌을 덮치고 있으며, 방역 선진 코리아는 또 다른 정치 후진성 악성 코로나에 깊은 우울에 빠져 있다.

이 책은 나의 세 번째 산문집이다. 『풍경과 시간』, 『갈등의 힘』에 보이는 멜랑콜리나 비평적 언사는 다소 깊어졌고 볼메어졌다. 어느 시대이고 위기 아닌 때 없었으며 이 위기의식이야말로 사회통합이나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라고는 하지만 그 역설을 즐길 여유도 시간도 없어졌다.

한 어절의 은유를 위해 밤을 새우는 시인이나 하나의 메시지를 위해 백 줄의 허구를 만들어내는 소설가의 심미적 이상은 이제 사치가 되었는가. 이 책은 그러므로 비애의 용량도 상상력의 용량도 함께 줄어만 가는 나의 그동안의 우울한 날들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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