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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전쟁과 사랑
미생물의 전쟁과 사랑
  • 교수신문
  • 승인 2020.12.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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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호, 김재한 지음 | 자유아카데미 | 224쪽

 

인류는 미생물의 존재를 알기 전부터 미생물을 활용해 왔습니다. 예로부터 빵, 술, 발효유, 김치 등 다양한 발효식품을 만들어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였지요. 동시에 병원성 미생물의 침입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기도 하였습니다.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한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참혹한 재앙이었습니다. 인간과 미생물의 전쟁에서 병균은 항상 승자였고, 패배자인 인간은 많은 희생을 치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루어진 일련의 과학적 성과로 인간은 병균을 제압할 무기를 가지게 되었고, 이로써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현미경의 발견으로 미생물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순수배양기술로 미생물 하나하나를 대량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되었습니다. 백신을 생활에 도입하여 우리 몸을 미리 훈련시켰고, 미생물을 제압할 수 있는 비밀병기인 항생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활용하게 되면서 인간은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승리의 찬가를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 몸에는 인간 세포보다도 많은 미생물이 존재하며, 이 미생물들이 우리의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장(intestine)에는 하늘의 별보다도 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과의 관계가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속이 편하다” 또는 “속이 더부룩하다”라는 말은 바로 장에 있는 미생물 집단이 우리와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있는지, 아니면 전쟁 상태에 있는지를 가늠하는 징후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와 같이 장내 미생물에 대한 역할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들 미생물은 더이상 퇴치해야 할 생명체가 아니라 우리 몸과 서로 이야기를 하며(crosstalk) 상호관계를 가지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임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미생물, 애증의 파트너’, ‘미생물과의 전쟁’, ‘미생물과의 사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미생물, 애증의 파트너’에서는 생명체로서의 미생물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명체인 미생물과 바이러스를 혼동하는 것을 보면서 이를 정확히 구분하고자 생명현상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우리와 같이 지내온 미생물이기에 미생물에 대한 분류도 기존의 학술적인 분류가 아닌 인간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나누어보았습니다. 나쁜 놈(병균), 좋은 놈(식품미생물), 이상한 놈(장내 미생물), 말 잘 듣는 놈(산업용 미생물)이 바로 그것입니다.

2장 ‘미생물과의 전쟁’에서는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병원미생물을 퇴치하는 인간의 무기에 관하여 설명하였습니다.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사용한 화학살균제, 백신, 항생제 등의 개발과 그 의미를 이야기하여 보았습니다.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축적한 경험과 지혜는 현재 진행 중인 COVID-19와 같은 바이러스 퇴치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요즘 회자되고 있는 유산균과 장내 미생물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과학적 사실에 입각하여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좋은 미생물로 맛있는 발효식품을 만드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미생물이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고 나아가서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미생물의 역할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것입니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개똥이 아니라 사람 똥이 질병치료의 약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미생물은 작은(微) 생물체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운(美) 생물체입니다. 미생물은 오랫동안 살아 남았기에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생명체이며, 지구 어디에서나 살고 있기에 진정한 지구의 주인공입니다. 건강하고, 쾌적하고, 풍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생물과 함께 아름다운 여행을 즐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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