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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리학
공무원 생리학
  • 교수신문
  • 승인 2020.12.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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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16쪽

19세기 프랑스나 한국이나 다를 바 없다.
공무원 사회를 치밀하게 꿰뚫는 대문호의 르포르타주!

 

개혁의 시대, 기대와 불만이 탄생시킨
생리학이라는 새로운 풍자 문학

지금부터 대략 200년 전 프랑스에서는 의학용어의 이름을 빌린 생리학Physiologie이라는 기묘한 문학 장르가 생겨났다. 당시 사회는 일종의 격변기였다. 절대 왕정을 몰락시킨 프랑스 혁명이 다시 나폴레옹이란 전제군주를 탄생시킨 뒤 군주제로 퇴행해버렸고, 그 퇴행을 극복할 새로운 혁명들이 기존 계급을 허무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한편, 급격히 이루어진 과학의 발전은 상업의 득세와 함께 자본주의를 권력의 유력한 한 축으로 새로이 편입시켰다. ‘~의 생리학’이라는 이 기이한 문학 장르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태어났다. 급격한 사회 변화, 새로운 시대에의 기대, 지지부진한 개혁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탄생시킨 시대의 풍자 문학인 것이다.

기존의 관념과 학문이 더는 인간사회를 분석할 수 없을 때, 마치 동물이나 식물을 연구하듯 인간 혹은 인간 유형을 치밀하게 과학적으로 분석하겠다는 야심만만한 발상이 이 장르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은 그 나름의 생존방식에 따라 생리적 기질대로 살아가며, 이를 분석, 분류함으로써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그리고 익히 알고 있듯, 이는 발자크가 “인간 희극” 연작을 집필한 의도와 정확히 일치하며, 실제로도 발자크 역시 익명의 작가들이 가득한 이 생리학이라는 장르 속에서 이름이 드러난 몇 안 되는 필진 중 하나로 찬연히 빛나고 있다. 날카로운 풍자와 치밀한 분석을 주 도구로 삼을 수 있는 생리학이라는 장르에서 발자크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의 필력을 거침없이 자랑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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