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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세계사
옥스퍼드 세계사
  • 교수신문
  • 승인 2020.12.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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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외 10인 지음 |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684쪽

우주의 망대에 올라선 은하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사
다중 시점으로 과거와 현재, 지역과 세계를 한꺼번에 조망한다

 

세계의 일류 역사가들이 들려주는 호모 사피엔스 출현부터 현재까지 20만 년의 역사
인류의 다양성을 관통하는 발산과 수렴, 가속적 변화의 흥미롭고 체계적인 서사!

“과거를 바라보는 최선의 방법은 과거에 맥락을 더하는 것이다. 과녁의 중심에 원을 둘러서 표적을 더 분명하게 표시하고 시선을 잡아끄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주의 망대에 올라선 은하계 관찰자에게는 역사가 어떻게 보일까? 21세기의 현재까지 좋든 나쁘든 우리의 세계를 형성해온 온갖 변화의 이야기를 담은 최신의 세계사 책 『옥스퍼드 세계사』가 출간되었다(교유서가 刊). 이 책은 인류 역사 전체를 아우른다. 대표 저자인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를 위시한 세계의 일류 역사가들이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부터 최근까지 20만 년에 걸친 역사를 서술한다. 저자들은 환경의 격변, 이념들의 상호작용, 문화의 단계와 교류, 정치적 충돌과 협력, 국가와 제국의 계승, 에너지의 해방, 생태와 경제,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만드는 데 일조해온 접촉과 갈등, 파급효과를 탐구한다. 인류의 성취를 대견하게 보고 때때로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류의 소산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심지어 거의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대체로 전자가 근대 이전을, 후자가 근대 이후를 다룬다는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또 과거와 현재의 연속성에 초점을 맞추는가 하면, 인류의 혁신과 변혁에 주목하기도 한다. 장기적 추세와 보편성에 중점을 두는 서술이 있는가 하면, 단기적 우발 사태와 특수성을 세심하게 살피는 서술도 있다. 이 책은 세계사 전체를 조망하는 데 필요한 시각의 다양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적 호기심은 많지만 몹시 바쁜가? (…) 그렇다면 이 책이 딱이다! 흥미롭고 최신 내용인데다 잘 썼다.
_재레드 다이아몬드(『총 균 쇠』 저자, UCLA 지리학 교수)

 

옥스퍼드대 역사 시리즈의 세계사 편, 새로운 역사관을 반영한 최신 세계사 책
이 책은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펴내는 ‘도판과 함께 읽는 옥스퍼드 역사 시리즈(The Oxford Illustrated History)’의 세계사 편이다. 인류의 출현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책에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뿐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도 반영되어 있다. 과거에는 역사의 주된 내용이 인간의 활동, 특히 문명인의 활동이었다면, 이제는 그 범위가 넓어져 문명 이전 인간은 물론이고 우주, 지구, 환경, 기후, 생명체, 질병 등 비인간 동인들까지 포괄한다. 실제로 이른바 ‘빅 히스토리’ 분야(이 책의 저자들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이 분야의 개척자다)의 책들은 으레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요컨대 현재 알려져 있고 추론할 수 있는 과거의 거의 모든 변천이 역사라는 이름으로 서술할 만한 주제가 된 것이다. 이런 역사관의 변화를 반영하는 이 책은, 고대 문명의 발상부터 서술하는 기존의 관습적인 세계사 책들과 달리 인류의 초창기, 즉 호미닌의 세계에서 사피엔스가 등장해 진화해간 시기를 꽤 비중 있게 다룬다. 지리 범위도 말 그대로 전 세계다. 저자들은 인간이 생활해온 세계의 모든 지역을 발산과 수렴, 변화라는 맥락에서 서술한다. 철 지난 서구 중심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또 역사에서 어떤 비가역적 추세나 바람직한 목표를 상정하지도 않는다. 문명의 발달 수준을 잣대로 각 문화를 평가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한마디로 역사 연구와 관련한 최신 성과의 집대성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염두에 둬야 할 중요한 장기 추세

이 책은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날을 전망할 때 유념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장기 추세를 알려준다. 하나는 인류가 처음부터 줄곧 자연에 속박된 존재였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드러나듯이 태양 극소기, 계절풍, 엘니뇨 등 지구 기후계의 변동은 문명의 흥망을 좌우해왔다. 흥성한 문명의 배경에는 온난한 기후와 적절한 강우량이 작용했고, 쇠락한 문명의 배경에는 한랭한 기후와 폭우 또는 가뭄이 작용했다. 산업혁명 이래 인류세에는 인간이 자연의 속박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근래의 전례 없는 자연재해와 기후 위기는 인간이 오만하게도 자연의 한계를 시험하려다 파국을 자초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장기 추세의 다른 하나는 때때로 창궐하여 문명과 사회에 심대한 타격을 입혀온 전염병의 위력이다. 저자들이 적지 않은 분량으로 서술하듯이 페스트, 두창, 출혈열, 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은 인구를 급감시키고 경제를 마비시켜 지정학적 판도를 바꿀 정도의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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