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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의 문화 등반③] 언택트 시대, 잊지 말아야 할 인간의 본질
[한민의 문화 등반③] 언택트 시대, 잊지 말아야 할 인간의 본질
  • 김봉억
  • 승인 2020.12.22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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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 문화심리학자
한민 문화심리학자

코로나19가 일상이 되면서 언택트, 비대면 역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회의, 화상 수업에 낯설어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이다. 혹자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편이 스트레스도 적고 업무 효율성도 낫다며 언택트 생활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되리라고 예측한다.


사실, 관계에 대한 피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확연히 나타나는 추세였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조용히 쉬고 싶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직장인들의 회식문화도 점차 바뀌고 있었다.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조별과제는 대학생들이 가장 혐오하는 수업방식이 된 지 오래, 학과 모임의 참여도 상당 부분 자율로 전환되고 있다. 전화보다는 메신저가 편하고 시장과 식당보다는 택배와 배달앱으로 생활을 유지해 나간다. 코로나19는 이러한 추세를 한층 가속시키고 있다. 


물론 창궐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언택트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일일 확진자수가 1천 명을 넘나드는 요즘은 더 그렇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지 않는 삶이 ‘더 나은 것’이라는 생각에는 문제가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개인의 삶은 관계 속에서 규정되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과의 관계는 특히 행복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2010년 실시된 미국인 시간 사용조사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 즐거움과 목적의식이 높아진다. 행복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반면 외로움은 행복과 정신건강의 적이다. 시카고대학의 카시오포 교수팀은 현대인의 가장 총체적인 사망요인이 외로움이라고 단언한다. 


외로움, 배신감, 이별 등에는 고통이 따른다. 뇌는 이러한 사회적 고통을 이용해 위협을 알리며, 그 덕에 더 치명적인 고립을 방지한다. 뇌영상을 보면 신체적, 사회적 고통은 동일한 뇌 부위에서 발생한다. 다리를 잘리는 것만큼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집단으로부터 잘려나가는 것이다. 


관계에서 멀어지는 것을 현명하다고 믿고 고립을 당연히 여기는 것은 인간이 진화해 온 방식과 거리가 멀다. 이 부자연스러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코로나 외에도 결정적으로 청년들이 관계 유지를 위해 시간, 돈, 감정 등의 자원을 쓸 여유가 없다는 데 있다. 


3포 세대에 이은 5포 세대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연애, 출산, 육아를 포기한 3포에 더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것이 5포다. 그러나 포기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선택이다. 포기하면 편하다고 하지만 단지 더 편한 것이 행복이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청년들이 해야 할 일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뭐라도 하는 것이지, 어차피 못 얻을 것들을 포기하고 결핍에서 행복을 느끼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대인관계와 사회적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계에서의 도피는 사회적 기술의 퇴화를 가져온다. 특히 감정조절 및 대인관계 능력을 맡고 있는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인 20대 초중반에 사회적 관계에서 물러나는 것은 자신의 미래에 엄청나게 해로운 일이다. 


30대가 넘으면 전두엽은 더 이상 발달하지 않는다. 사회적 기술이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30대 이후는 사회적 관계가 본격 중요해지는 시기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언택트 시대라 할지라도 일은 사람과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다. 


부족한 사회적 기술은 서툰 대인관계로 이어지고 서툰 대인관계는 상처로, 상처는 고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최근 유난히 분노범죄가 두드러지는 데는 관계의 기피와 그로 인한 사회적 기술의 부족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타인과의 갈등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이들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갈등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수백만 년 이상 눈빛과 몸짓, 터치와 냄새로 소통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비언어적 소통은 실제 소통의 90% 이상을 담당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인류 진화의 역사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언택트 시대가 의미하는 바는 관계의 소멸이 아니라 관계 양상의 변화일 것이다.

한민 문화심리학자
문화라는 산을 오르는 등반가. 문화와 마음에 관한 모든 주제를 읽고 쓴다. 고려대에서 사회및문화심리학 박사를 했다. 우송대 교양교육원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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