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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부터 일자리까지…선순환으로 ‘다중위기’ 극복
코로나19부터 일자리까지…선순환으로 ‘다중위기’ 극복
  • 심광현
  • 승인 2020.12.24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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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인간혁명에서 사회혁명까지』 심광현, 유진화 지음 | 희망읽기 | 736쪽

지식순환의 철학과
일상혁명 스토리텔링으로
문명전환을 시도하다 

세계는 지금 유례없는 문명사적 위기에 처해 있다. 계급적, 성적, 인종적 차별, 갈등의 폭발로 인한 사회생태계의 붕괴에 인류세·자본세로 통칭되는 자연생태계의 심각한 요동이 겹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혐오감정, 우울증, 세대 간 적대가 중첩된 인간생태계의 위기가 소용돌이 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강제한 경제·사회·문화적 순환의 중단, 4차 산업혁명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의 위기라는 새로운 쓰나미가 덮치고 있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는 애절한 곡조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위기가 넓고 깊게 인지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그러나 위기에 대한 진단과 단기적-국부적 처방, 위로와 공감의 담론들이 넘쳐나는 데 반해 다중위기를 극복할 장기적·총체적 처방과 그 실행 주체에 관한 논의는 찾기 어렵다. 'AI 자본주의'라는 새 고양이에게 또다시 생선가게를 맡긴다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각자가 자신의 잠재력을 각성해 그간 쟁취해 온 민주적 분투의 경험과 과학기술의 역량을 새롭게 연결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인간혁명에서 사회혁명까지』는 양자를 연결해 절망 속에서 희망의 틈새를 벌리려는 획기적인 사고실험이라 자평할 수 있다.  

물론 과학기술과 민주주의는 아직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이 두 바퀴를 만들어 온 서구사회에서는 인공지능혁명의 가속화에 반해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사회는 과학기술에서는 뒤쳐지지만 2016~17년 촛불항쟁에서처럼 대중의 민주적 역량은 앞서 있다. 이 힘은 2020년 정부·의료기술·시민의 삼박자로 표출되어 코로나19 팬데믹 방역에서 세계적 모범을 보였다. 이 잠재력을 과학적-철학적으로 온전히 규명해 각자가 주권을 <상시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새 길을 찾는다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생산과정의 수직적 지배를 통해 인간의 자연과 비인간의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착취/수탈해 오늘의 다중위기를 초래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주체인 소수 자본가/정치인/엘리트)라는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다.

다중위기 초래한 생산관계 주체

오늘의 뇌과학에 의하면 환경 변화와 몸의 변화를 매개하는 뇌의 다중지능적 연결망에는 2의 n제곱의 다채로운 역량들(감각/오성, 감정/판단력, 욕구/이성, 상상력/직관, 무의식적 지각/정동/충동 등의 역량과 거울뉴런/뇌섬엽을 매개로 즉각 작동하는 사회적 뇌)의 복잡계 네트워크가 풍부하게 잠재해 있다. 이 신경과학적 발견을 철학적 통찰과 연결해 인간을 원자적 개인이나 공동체의 일원으로만 파악해 온 낡은 인간관을 ‘개인·사회·자연의 동적 관계의 창조적 변형 과정’이라는 혁명적 인간관으로 대체하면(인간혁명), 각자가 일상적으로 자유인, 생활인, 주권자, 생산자로서의 창조적 역량을 발휘해 대안적 주체양식·생활양식·통치양식·생산양식을 구성할 수 있다(사회혁명). 

이제까지의 혁명은 사회 환경의 변화(러시아·중국혁명) 또는 인간 활동의 변화(68혁명)를 양자택일했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다중위기를 극복하려면 인간 활동의 혁명적 변화(인간혁명)를 통해 사회 구조의 혁명적 변화(사회혁명)에 이르는 모든 국면에서 개인·사회·자연 간 선순환 경로를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혁명을 야만으로 퇴행시켰던 폭력과 대항폭력의 악순환을 통제하는 반폭력의 관점(발리바르)에서 지식인·과학기술과 대중·민주주의의 새로운 연결 고리를 찾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이 고리를 가시화하고자 했다. 

1) 사회적 형식지와 개인적 암묵지의 거대한 비대칭 극복: 오늘의 과학기술혁명은 생명/물질/지능을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도약하고 있으나 이 모든 지식들은 자본순환의 폐쇄회로에 갇혀 있다. 반면 개인들의 암묵지는 상품/서비스 소비로 대체되어 갈수록 빈곤해지고 있다. 이비대칭이 방치되면 영화 『매트릭스』가 보여주듯 개인의 정신은 가상현실의 놀이에 함몰되고 육체는 생체 배터리로 전락한 디스토피아가 도래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자연과학-사회과학-인문학/문화연구-인지과학에 걸친 제반 형식적 지식들의 통섭과 순환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인간혁명과 사회혁명>의 항해지도와 항해술을 구성하고(1부와 3부), 50개의 이야기로 일상 속에서 각자의 정신과 육체를 재충전하면서 암묵지와 형식지를 재연결하는 방법을 시뮬레이션 하고자 했다(2부). 

인간과 사회 혁명의 선순환

2) 일상혁명(2부)의 몸통에 인간혁명(1부)과 사회혁명(3부)의 양 날개 결합하기: 앙리 르페브르가 강조했듯이 일상생활이야말로 모든 토대의 토대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혁명들은 이 점을 간과해 왔다. 삶의 몸통을 이루는 각자의 암묵지와 사회적 형식지라는 날개의 연결과 순환을 위해서는 지식인과 대중의 새로운 소통과 일상적 협력이 요구된다. 필자가 1부와 3부를 쓰고, 필자의 전업주부 아내가 2부에 쓴 50개 이야기에 필자가 철학적 해석을 덧붙이는 8년간의 공동작업으로 이 협력 방법을 직접 시연하고자 했다.   

3) 과학적-철학적 시각화: 과학기술은 숫자/기호/수학 공식으로, 철학과 인문학은 장문의 텍스트로 서술되는 오랜 관행을 가로질러 복잡하고 다층적인 개념적 관계들을 33개의 도표와 65개의 다이어그램으로 압축했다. 오늘의 세계는 정보/지식의 <과잉>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의 양자택일은 이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나아가 세대 간 단절, 형식지와 암묵지의 간격을 부채질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과학적-〮철학적 시각화라는 새로운 형식과 문학적 서술을 결합한 새로운 글쓰기 실험은 이런 난점의 정치적 산물인 엘리트주의와 포퓰리즘의 악순환을 넘어서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미학/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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