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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에서 증폭되는 한중 갈등
디지털 세상에서 증폭되는 한중 갈등
  • 정원교
  • 승인 2020.12.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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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언론학 박사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
정원교 성균관대 초빙교수

이번 학기 기말 과제로 한국, 미국, 중국 3국의 미디어 환경을 비교하고 그 특징을 설명하는 소논문을 쓴 뒤 발표하도록 했다. 한국에 유학 온 모 대학 대학원 과정의 중국 학생들이 대상이다. 이 과정은 수업 진행은 물론 과제 작성과 발표도 중국어로 진행된다. 과목은 매스커뮤니케이션. 과제물을 하나 둘 읽으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 미디어 상황에 대해 엉뚱한 내용이 적잖이 보이는 게 아닌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과점 체제의 미디어 환경 아래서 좌파 매체가 주요 보수 매체를 비판하는 것 외에 매체 간 경쟁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기자들의 경우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받는 게 가장 보편적인 취재 방식이다.” “한국의 미디어와 정치권력은 협력 위주의, 일종의 특수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 언론은 정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밀월기간이 지난 뒤에도 1년 이상 비판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물론 매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등 한국 미디어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한 글도 있다. 위에 인용한 내용은 문제성 표현 중 일부만 소개한 것이다. 처음에는 개인별 발표 뒤 토론 시간에 잘못을 바로 잡아주었다. 그런데 왜 이런 허위정보가 소논문에 포함된 거지? 발표 수업이 계속되면서 나는 틀린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학생들이 왜곡된 정보를 확산시키는 건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오류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학생들은 한국의 미디어 환경 관련해서도 한국 자료가 아니라 중국 문헌에 주로 의존했다. ‘컨트롤+c’와 ‘컨트롤+v’만 누르면 짧은 시간에 과제를 완성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진 탓이다. 한국 미디어 관련 중국 측 연구 결과나 자료는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니 내용이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아질밖에.  


둘째, 중국 저명 학자가 쓴 논문에도 틀린 내용이 있었다. 한국의 미디어와 정치권력이 협력 위주의 특수 관계를 맺고 있다는 내용이 그 예다. 학생들이 본 자료는 중국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중국 미디어 전문지에 실린 기고문, PR 뉴스와이어(언론 홍보 및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 제공 미국계 회사) 중문판에 게재된 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나 지식공유 사이트 즈후(知乎)에 올려진 내용, 블로그의 콘텐츠 등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래된 문헌을 인용했거나 참고 자료를 복사한 뒤 옮겨 붙이면서 제대로 정리를 못해 왜곡된 사례도 있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중국 역시 한국에 대한 이해 부족에 빠져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기회였다. 다른 분야도 아닌 언론 상황에 대해 이처럼 비뚤어진 시각이 중국 인터넷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게 개운치 않았다. 언론은 한 나라를 비춰주는 창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 허위정보가 쉽게 전파되고 소비되는 건 일종의 숙명이다. 디지털 세상의 가장 큰 특징, 즉 원본의 무한한 복제 가능성을 어떻게 하겠는가. 한중 양국 사이에 잠잠해질 만하면 불거지는 ‘역사 왜곡’도 이러한 환경 아래서 더욱 증폭된다. 최근 한복의 경우에도 그랬고 김치도 그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서로 비난의 목소리만 높일 것인가, 아니면 서로 머리를 맞댈 것인가. 문제의 출발은 허위정보의 1차 생산자이지만, 디지털 환경에서 해당 콘텐츠의 무차별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두 나라가 소셜 미디어, 포털,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 서로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양국 관계자들로 상시적인 ‘대화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해당 업계와 학계 외에 정부 당국자는 꼭 참여토록 해야 한다. 중국은 각종 미디어가 당의 영도(領導) 아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한국과 언제든 검열이 가능한 중국 간 좁히기 힘든 간극을 실감할 지도 모른다. 우선 민감한 역사 문제는 서로 먼저 도발하지 않도록 합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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