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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61] 조선시대 임금수라상에 올랐던 어수리나물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61] 조선시대 임금수라상에 올랐던 어수리나물
  • 권오길
  • 승인 2020.12.21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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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강원일보의 2020년 11월 13일자 영월(寧越) 기사이다. 

“귀향 온 단종(端宗)임금께 영월백성들이 진상했다는 ‘어수리 나물’의 매력에 빠져 보시죠!” 영월군과 지역음식점‘박가네’는 올 7월부터 영월에서 나는 어수리 풀(나물)을 활용한 어수리 밥상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이번에 박가네가 선보인 어수리 밥상은 어수리 나물과 감자, 표고버섯 등 100% 영월산식재료로만으로 짜인‘어수리 정식’과‘어수리 나물밥’등 두 가지 메뉴다. 어수리 밥상과 어수리 나물이 인기메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종임금과 어수리 나물에 대한 설화가 한몫을 했다. 설화에 따르면 영월로 유배 온 어린 단종이 정순왕후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고 있던 차에, 백성들이 올린 어수리 나물에서 정순왕후(定順王后)의 연한 분 냄새를 떠올렸고, 이에 단종께서 어수리 나물을 즐겨 드셨다고 한다. 

어수리나물은 이렇게 조선시대 임금수라상에 올랐던 진상나물로, 높고 깊은 계곡주변에 자생(自生)하는 식물이다. 식감과 향이 좋고, 어느 음식과도 조화롭게 잘 어울린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 피를 맑게 하고, 당뇨와 비만예방에 좋다고 동의보감에 기록돼 있는 등 약성도 좋아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어수리 나물밥이야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강원도토속음식인 ‘곤드레밥’ 생각이 난다. 주로 강원도 남부지역(정선군, 영월군, 평창군)에서 먹는 음식으로, 쌀 위에 곤드레(풀)를 얹어서 짓는 음식이다. 과거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보릿고개(麥嶺)를 넘기기 위해 지어 먹던 구황음식이기도 하다. 곤드레 때문에 보통 쌀밥과는 달리 색깔이 연한 푸른빛을 띤다.사실 곤드레는 강원사투리이고, 그 풀(나물)의 정식 식물명은 ‘고려엉겅퀴(Cirsium setidens)’이다.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1m 높이까지 자라고, 사투리로 곤드레, 곤드레만드레, 독깨비(도깨비), 엉겅퀴, 구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래 고려엉겅퀴는 오뉴월의 연한 새잎줄기가 부들부들하여 식용한다. 그런가하면 ‘곤드레’와 비슷한 말인 ‘곤드레만드레’는 술이나 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못 가누는 모양을 뜻한다. 

본론이다. 어수리(Heracleum moellendorffii)는 전국의 산에 흔하게 자라는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중국, 몽골, 일본, 러시아에도 분포한다. 어수리 풀(나물)의 원래 이름은 ‘어누리’였지만, 단종의 수라상에 오른 나물이라고 해서 ‘어수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어수리의 어린순은 나물로, 뿌리와 열매는 약용으로 쓰는데, 최근에는 어수리의 뿌리가 만성염증질환에 효과가 탁월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어수리를 찾는 이가 더욱 늘고 있다 한다.

어수리 잎은 어긋나고, 3∼5개의 소엽(小葉․작은잎)으로 된 우상복엽(羽狀複葉․깃꼴겹잎)이다. 잎 뒷면과 엽병(葉柄․잎자루)에 털이 있고, 줄기 위로 올라갈수록 잎자루가 짧아지며, 잎 밑 부분이 넓어 줄기를 감싼다. 겹잎 끝에 달린 소엽(leaflet)은 심장모양이고, 3갈래로 갈라지고, 또 옆에 달린 소엽은 넓은 달걀모양 또는 삼각형이고, 길이가 7∼20cm이며, 2∼3개로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줄기는 곧추서고, 높이가 70∼150cm이며, 속이 빈 원기둥모양이고, 굵은 가지가 갈라진다.

어수리 꽃은 하얀색으로 6~8월에 가지 끝과 줄기 끝에 복산형화서(複繖形花序․겹산형꽃차례)로 달린다. 참고로 산형화서(繖形花序)란 우산대모양(繖形)의 꽃대들 끝마디에 꽃이 하나씩 붙는 꽃차례로 미나리, 파꽃 따위에서 볼 수 있으며, 겹산형꽃차례란 산형화서 꽃대 끝에 다시 부챗살 모양으로 갈라져 피는 화서이다. 열매는 10월에 익는데, 여러 개의 씨방으로 이루어졌고, 익으면 벌어지는 분과(分果)이며, 길이 7mm의 편평한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고, 윗부분에 독특한 무늬가 있다.

뿌리에서 추출한 기름은 항바이러스효과가 있으며, 이는 어수리속(屬)식물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밝혀졌다. 또 뿌리에는 항염증작용과 혈액응고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는 파낙시놀(panaxynol)과 팔카리노디올(falcarindiol) 같은 생약성분이 있어서 신약개발이 진행 중이라 한다.

그리고 어수리속 식물에는 사람의 피부를 태양광선(자외선)에 과민하게 반응케 하는, 즉 식물광선피부염(植物光線皮膚炎․phytophotodermatitis)을 유발하는 푸라노쿠마린(furanocoumarin)을 가지고 있다 한다. 아토피피부염과 같이 붉은 반점과 가려움증이 동반되며, 수포(水疱․물집)가 생긴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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