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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꿈
마키아벨리의 꿈
  • 교수신문
  • 승인 2020.12.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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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차섭 지음 | 길 | 338쪽

 

철학자 마키아벨리등 그에 대한 새로운 인식 틀을 제공하는 제4부 세 편의 논문 주목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제4부인 새로운 마키아벨리를 위하여이다. 저자 스스로 지금껏 세계 학계에서 새롭게 연구되고 있는 최신 성과를 바탕에 두면서도 마키아벨리를 보다 더 새로운 시각 - 철학자 마키아벨리’ - 에서 바라볼 수 있는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마키아벨리가 조우한 에피쿠로스-루크레티우스 철학의 수용을 다룬 제10장은 종래 어떤 사상 유파에도 속하지 못했던 - 그래서 그냥 리얼리스트일 뿐이었던 - 그의 사상적 특이성을 해명해줄 실마리를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쓰였다.

마키아벨리 역시 르네상스 사회의 후원자 네트워크의 일원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제11장의, 그와 줄리아노 데 메디치와의 관계에 대한 가설은 공화주의 대() 전제주의의 지나치게 엄격하고 관념적인 잣대로 그의 사상을 재단하는 것이 매우 비역사적임을 시사한다.

마지막 제12장에서 저자는 군주론8장에 나타나는 이른바 아가토클레스이 역설 - 악행 대() 글로리아(즉 영광) - 을 로마적 국가윤리의 틀 속에서 바라보면서, 군주론의 저술 동기 및 의도가 특히 줄리아노가 교황 레오 10세의 후원 아래 신생국가의 군주가 될 것이라는 마키아벨리의 믿음을 제외하고는 적절히 해명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아가토클레스의 역설에는 신군주 줄리아노에게 악행이 아니라 영광을 추구하라는 마키아벨리의 권고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 마키아벨리는 여전히 고전적 공화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고 있다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은 사상적 유연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많고, 모던(modern)한 요소가 곳곳에 잠재해 있다. 딱딱한 화강암이기보다는 무른 점토질의 사상가라는 저자의 표현이 아마 마키아벨리에게 적절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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