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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과학, 완충망을 찾아서
위험한 과학, 완충망을 찾아서
  • 이인영 한림대
  • 승인 2004.05.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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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줄기세포연구의 윤리와 법정책』(박은정 외 지음, 이화여대출판부 刊, 2004, 286쪽)

▲ © yes24
이인영 / 한림대·법학

과학과 인문사회학의 상호 이해의 논의의 마당을 풀어놓은 책으로서 “줄기세포연구의 윤리와 법정책”에 대한 서평의 서두는 과학에 대한 여전히 풀지 못하는 의심에서부터 출발하고자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생활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 삶의 의미와 생명관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은 그 엄청난 속도이며, 이 위력적인 힘을 발휘하는 분야가 인간복제기술, 배아줄기세포연구, 유전자치료, 유전자조작 등의 생명공학분야다. 그러나 이러한 과학기술은 인류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막연한 위험이 아니라 인간의 배아를 손상하거나 파괴하는 결과를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위험으로 우리에게 놓여져 있다. 생명과학은 내재적으로 위험을 안고 있으며, 우리는 위험을 구조적으로 산출하는 과학기술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 3월 국내외 언론은 황우석·문신용 교수의 세계 최초의 인간배아복제와 줄기세포연구성과를 보도하면서 '생명공학의 혁명' 내지 '의학사의 위대한 발걸음'이라고까지 극찬을 마다하지 않는다. 언론보도의 한켠에 밀려난 채로 "윤리가 뒤따르지 않는 과학기술의 독주가 걱정스럽다"는 작은 목소리가 조용히 이어졌지만 이내 그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게 되고 만다. 생명과학의 일련의 첨단기술이 단지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응용해 실현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이제는 과학자들만의 논의대상이나 전유물도 아니다. 더욱이 윤리학자나 법학자만의 물음이나 처방의 영역도 될 수는 없다. 오늘날 생명윤리 내지 과학윤리는 과학자와 의학자들의 전문윤리 내지 특수윤리가 아니라 이 사회구성원이 모두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로서 우리에게 등장했다.

첨단 생명과학기술 중 줄기세포연구가 과학자, 윤리학자, 의학자, 법학자 공동의 영역으로 상호 협력하고 이해해야 할 영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우리 사회가 과학을 공유하고 함께 상호협력과정으로 삼아야 한다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노력한 많은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생명과학이 가져다주는 유용성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과학연구의 윤리적 물음과 법적 물음에 대해 공론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생명과학이 주는 위험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완충망 역할로서의 제도적 장치들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우리에게 제시해주고 있다. 인간배아를 연구대상으로 해 이를 손상하고 파괴하면서 이뤄지는 줄기세포연구를 '과학사의 큰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포장하는 우리 사회에서 그 연구로부터 파생되는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살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것도 이 책이 담당하고 있는 중요부분으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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