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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분야, R&D 예산의 1% 불과…"학문후속세대 끊길 판"
인문사회분야, R&D 예산의 1% 불과…"학문후속세대 끊길 판"
  • 장혜승
  • 승인 2020.12.16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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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인문사회 학술발전을 위한 국회 포럼’ 개최
8월 10여개 관련 단체명의 국회 청원서 제출
정부 지원 안정적 확보가 관건
'인문사회 학술발전을 위한 국회 포럼'에서 발제하는 김양현 전남대 교수. 사진=유튜브 캡쳐
'인문사회 학술발전을 위한 국회 포럼'에서 발제하는 김양현 전남대 교수. 사진=유튜브 캡쳐

“정부 R&D 예산 중 인문사회예산에 2.5%를 배정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김양현 전남대 교수·인문사회학술발전위원회 공동대표)

전국 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회장 전남대 류재한 학장)를 비롯한 10여개의 인문사회 관련 학술단체와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6일 개최한 ‘인문사회 학술발전을 위한 국회 포럼’에서 고사(枯死) 위기에 처한 인문사회 학술연구 지원 방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내년도 정부 R&D예산은 27조원이 넘으나, 인문사회 분야 기초연구 예산은 1%에 불과해 논란이 됐다.

지난 8월에는 전국 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 전국 사립대학 인문대학장협의회, 전국 국·공립대학 사회과학대학장협의회, 한국사회과학협의회, 한국인문학총연합회, 한국체육학회, 한국디자인학회, 한국동양예술학회 등 10여 개의 인문사회 관련 단체들이 ▲인문사회 학술정책 담당 제도와 조직 설치 ▲정부의 인문사회 학술연구 예산 배정 원칙 수립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지속적, 안정적 지원책 ▲대학재정지원 사업 통한 인문사회계 역할 강화 ▲국책연구사업에서의 인문사회 분야 참여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전국 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 류재한 회장은 개회사에서 “내년도 정부 R&D예산은 27조원이 넘으나, 인문사회 분야 기초연구 예산은 그 1%에 불과하다”며 “이러다 보니, 박사급 연구자들은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연구자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고사(枯死) 위기에 몰린 우리나라 인문사회 분야 연구교육 생태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정부의 지속적이고 안정적 지원이 관건”
‘인문사회 연구지원사업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강재 서울대 교수(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는 연구비 예산 증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사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전체적으로 높은 경쟁률과 낮은 사업 선정률이 문제”라고 핵심을 짚었다. 구체적으로 이 교수는 현재 인문사회 연구지원사업이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다른 사업을 줄여야 해 사회적 의제 개발 등 신규사업을 시도하기에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매년 예측불가능하고 들쑥날쑥한 사업별 예산규모가 연구자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내역의 불편함도 문제로 지적됐다. 세밀하게 분류된 예산내역이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연구비의 안정적 확보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면서 인문사회분야 연구자의 학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새로운 연구에 대한 도전을 주문했다. 또 학술기본법 및 관련 법률 제정 및 정비와 예상 가능한 예산 배정 원칙의 수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양현 전남대 교수(인문사회학술발전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 R&D 예산 중 인문사회 분야에 2.5%를 배정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문사회 분야 예산이 2.5% 기준액에 도달할 때까지 매년 약 500억 정도를 증액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렇게 될 경우 2025년에는 인문사회 순수 R&D 예산이 약 5천억 규모로 성장하게 된다.

김 교수는 참고 사례로 ELSI(Ethical, Legal, Social Implication) 5%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1990~2003년까지 수행된 세계적 프로젝트인 휴먼 게놈 프로젝트(HGP) 수행시 적용한 원칙으로 과학기술프로젝트 총 연구비의 5%를 인문사회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결국 정부의 지속적이고 안정적 지원이 관건”이라면서 인문사회분야의 성장과 발전 없이는 선진국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초학술 진흥 위한 독자적 조직 ‘한국기초학술진흥원’ 설립 필요”
안재원 서울대 교수(인문학연구원)는 과학기술진흥 관련 제도는 헌법 차원에서 헌법제9장(경제) 제127조에 규정돼 있고 헌법기관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있는데 인문사회 분야는 전무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초학술 진흥에 대한 조직과 제도적 대안으로 법적 지위와 독립성, 독자적 예산이 보장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기초학술진흥원(가칭)’ 설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한국기초학술진흥원은 기초학술 연구와 교육, 활용 관련 종합적·체계적·중장기적 기획과 조정, 평가, 연구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또 과학기술 분야의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역할도 겸비한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R&D) 일정 비율 이상을 기초학술진흥을 위한 연구개발 예산으로 의무편성하는 ‘기초학술지원 최저예산제’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를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국가 연구개발사업에 기초학술 분야와의 협업을 의무화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이 날 포럼에 참석한 교육부 구영실 학술진흥과 과장은 “기본적으로 국가연구계획 중 인문사회 확대 지원을 하고 전체적인 인문사회발전을 선도할 조직과 기구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다만 예산 확대와 조직 편성을 위해서는 법제화 절차가 필요한데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과 중심의 연구 지원 체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일용 홍익대 교수(한국인문학총연합회장)은 “대부분의 연구지원체계가 성과 중심으로 이뤄진다”면서 “인문사회과학에서 과학기술처럼 성과적인 연구가 강요되면 학문발전을 가로막고 생태계 황폐화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인문사회를 바탕으로 한 대학의 독자적 교양교육을 정부가 인증하는 인증제를 만들어 국가가 대폭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며 연구자들이 단편적인 논문이나 성과 중심에 갇히지 않고 평생 연구할 수 있는 연구지원 체계 마련도 주문했다.

장혜승 기자 zz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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