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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 ‘의제 설정’, ‘일상의 공론장’…시민운동이 거듭나는 길
‘자기성찰’, ‘의제 설정’, ‘일상의 공론장’…시민운동이 거듭나는 길
  • 김재호
  • 승인 2020.12.11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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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NGO학회 20주년 기념 공동학술회의

이념성과 운동성이 정권과 결탁한 시민운동
당사자 운동과 공익활동 생태계 보장이 필요
온라인 네트워크로 심층 탐사형 운동해야

시민운동이 위기라고 한다. 제도권에 들어간 시민운동가들이 하나 둘씩 추락하면서, 그 시민운동가들이 몸 담았던 시민단체에 대한 비난마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정책적 대안과 모색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정치의 한 축을 담당했던 시민사회는 새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 스스로 의제를 설정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마련하고, 자기반성의 성찰이 가능하도록 변화할 시기다. 특히 시민운동에 시민이 참여하고 재정적 자립과 시민이 함께 한다는 전제는 언제나 중요하다.

한국시민사회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공동학술회의가 지난 8일 경희대에서 펼쳐졌다. 사진 = 한국NGO학회

지난 8일, 한국NGO학회(회장 서유경) 20주년 기념 공동학술회의가 경희대 청운관 407호에서 열렸다. 주제는 ‘한국시민사회의 성찰과 새로운 실천의 모색’이었다. 이번 공동학술회의는 한국NOG학회, 서울연구원, 경희사이버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한국NGO학회 회장인 서유경 경희사이버대 교수(후마니타스학부)는 개회사에서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 깨어 있는 시민이 누구인지, 또 그가 왜 어떻게 조직화하는지, 그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어떻게 자신의 시대적 역할을 달리 규정하는지 등에 주목해야만 합니다”라면서 “한국NGO학회는 2000년 창립 이래 줄곧 한국 민주주의를 선도하고 견인한 ‘깨어 있는 시민’의 활동 공간이었고, 또 ‘깨어 있는 시민’에 관한 연구의 중심 플랫폼”이었다고 강조했다. 

제1세션은 「한국 및 지역 시민사회에 대한 성찰적 진단」이었다.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이사장은 「시민사회와 정치: 엘리트주의와 권위주의를 넘어서: ‘하냐’ ‘마냐’가 아니라, ‘민주적’ ‘상식’에서 ‘잘’하자」에서 한국 시민사회의 이념성과 운동성이 정권과 결탁하면서 자기성찰이 부족해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글을 인용하며, 공론장이 소멸하면서 시민운동이 당파적으로 재편되며 대학과 지식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일갈했다. 

이 이사장은 새로운 시민사회 운동을 위해 ▷ 분권자치와 풀뿌리 역량 강화 ▷ 생활 속 공론장과 숙의 민주주의의 확대 ▷ 실험적 의제와 방안 개발 ▷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성숙한 파트너십 구축 ▷ 거버넌스 주체로서의 성숙과 역량 강화를 제안했다. 

한국시민사회는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공동학술회의는 이러한 고민을 토론했다. 사진 = 한국NGO학회

생활 속 공론장 마련과 자기 성찰

윤창원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시민사회와 세대 회원참여 및 활동가 재생산 구조」에서 새로운 시민환경이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기존 사회운동이 통일성, 중심성, 공식성을 기반으로 '조직'되어 왔다면, 지금 시점의 운동양식은 다양성, 탈중심성, 비위계성, 정보성, 분산성 등을 기반으로 ‘개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 전문가, 활동가 중심의 대변운동에 대응하는 당사자 운동 ▷ 공공 조직과 시민단체가 서로 더 깊이 이해하고 협력하는 공공(행정)과의 협력 전환 ▷ 시민활성화제도 마련, 시민친화적 제도를 통한 공익활동 생태계 보장 ▷ 청년들이 강조하는 의사소통과 개인의 적성과 취향이 존중되는 활동가 재생산 구조를 제언했다. 

서정훈 광주NGO 센터장은 「시민사회와 협치-로컬 거버넌스의 표방과 실상」에서 광주시의 폐선부지가 푸른길로 바뀐 사례를 지역협치로 제시했다. 그는 “지역 주민 ‘스스로’ 지역 사회문제를 ‘탐색’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그리고 토론과 협의를 통해 지방정부의 정책 과정에 주민들의 ‘견해를 제시’하는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라며 “지역주민의 참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입안이나 지방자치 단체의 계획수립 과정에 참여하는 등 지방 정부와 지역주민간의 네트워킹 및 연대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2세션은 「새로운 시민사회의 모색과 제도적·실천적 과제」였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사회교육과)는 「한국의 시민운동과 정치: 비판적 성찰을 통한 미래지향적 관계의 모색」를 통해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나 재정의 위기는 통계 자료상 개선되고 있다며, 시민운동의 핵심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첫째 시민운동과 정당정치와의 관계 설정(제도화)의 실패, 둘째 다른 국가의 사례와 우리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시민정치의 이론화가 실패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두 가지가 '시민정치'의 과제이다. 정 교수는 그간의 시민정치가 ‘시민운동가 출신의 정치’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루소의 자기-입법 원리로서의 시민정치와 민주주의 개념을 인용해, 시민운동과 정치의 관계 설정과 새로운 활동영역 개척을 주장했다. 

한편,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는 자료집의 「시민운동,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글에서 시민단체들이 선택과 집중을 해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성을 강화해 세밀한 분석과 대안으로 차별이 가능한 ‘심층탐사형 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온라인 네트워크 체계에서 시민단체들이 부문별로 이슈 허브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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