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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실패와 도덕적 해이가 잉태한 재정위기
거버넌스 실패와 도덕적 해이가 잉태한 재정위기
  • 이혜인
  • 승인 2020.12.11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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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 이대로 좋은가 | 정성호 지음 | 도서출판 해남 | 205쪽

우리는 세계가 괄목할 만큼 고도의 압축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여느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저성장에 직면하게 되었다. 다만 여느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아직까지는 건전한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팔라서 우려스럽기도 하다. 정부는 불가피하게 경기가 좋지 않으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게 되는데, 이는 곧 재정건전성과 직결된다. 

지방정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앙정부는 스스로 세입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인 반면 지방정부는 스스로 세입을 결정할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연성예산제약’하에 놓여 있다. 솔직히 말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더 많은 재원을 받으면 그뿐 재정운영의 책임성은 작동하지 않는 구조이다. 

다만 정치권(공약)의 수사어적 구호에 편승하여 지방정부는 이제 지방자치도 성년이 되었으니 자율성을 더 인정해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거버넌스 실패(중앙정부)와 도덕적 해이(지방정부)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들어 지방자치가 부활되어 민선 7기(2018년 7월)가 출범하였지만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오히려 낮아졌다.

 논리를 비약하면 매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재정분권’을 외쳤지만 실상은 ‘재정집권’에 더 가까워졌다. 이는 중앙정부가 과거 중앙편중식 재정구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생긴 결과이다. 또한 지방정부는 과거의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재정을 물 쓰듯 펑펑 쓴다. 이른바 책임성 없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 

현 정부 들어 연방에 버금가는 재정분권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그 방향성이 맞지 않는 듯하다. 단지 정치적 수사어로 재정분권을 외쳐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권이 보장된다고 해서 재정분권이 완성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지방정부로 재원을 더 내려준다고(지방소비세 15%로 증액 등) 해서 재정분권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조차 재정분권 1단계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한다(과연 1단계 완성이라 할 수 있을까?). 

재정분권을 위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인식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기존의 재정구조를 유지한 채 중앙정부가 재정을 좀 늘려 주는 것이 재정분권이 아닌 것처럼, 균형발전도 재정분권이 아님에도 분권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건전재정의 핵심 가치는 책임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흔히 국민들은 재정은 관심 밖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관료와 정치인에게만 재정을 맡기기 일쑤이다. 

하지만 관료와 정치인에게만 재정을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은 선거에 이길 수만 있다면 후일은 생각하지 않고 막대한 재정을 기꺼이 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상태에서 지방정부들은 인구소멸과 학령인구 감소를 대비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지방정부 구조(예, 광역-기초)를 유지하는 한 밑 빠진 독에 재정을 지출하는 형국이다.  결국 재정위기를 향해 달려가는 폭주 기관차와 다를 바 없다. 

일례로 인천시는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될 위기에 놓이자 알짜배기 땅(터미널)을 팔아 빚을 갚아야 했다. 또한 은하모노레일(현 월미바다열차)을 건설한 뒤 좌충우돌하다가 뒤늦게 운행하였지만 이내 멈추고 말았다. 왜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는지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일본 유바리시의 경우 실제 재정위기 단체로 전락한 다음, 시민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던 공공시설물에 비용을 부담시켰고, 공무원의 봉급도 절반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파산 시 결국 시민의 몫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는 재정위기 쟁점들에 관해 기술하였다. 

거버넌스 실패와 도덕적 해이가 재정위기의 원인임을 밝히고 있다. 제2부는 재정위기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집중했다. 근본적으로 연성예산제약, 무분별한 국고보조금사업 추진, 방만한 지방보조금사업 추진,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민간투자사업 추진 등에 대해 기술했다. 제3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논의한다. 

연성예산제약에서 탈피한 재정분권, 건전재정 유지를 위해 포괄적 부채관리, 토건족과 비슷하게 무분별하게 구축되는 시스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큰 틀에서 지방재정위기 관점에서 재정구조 개혁을 다시 하자’는 것이다. 재정구조의 개혁 없이는 재정위기로 향하는 폭주 기관차에서 탈피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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