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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진흥을 위한 제언] 연구비 지원 방식의 개선 방향
[인문학 진흥을 위한 제언] 연구비 지원 방식의 개선 방향
  • 장춘익 한림대
  • 승인 2001.04.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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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6 00:00:00
장춘익/한림대·철학

인문학 분야의 연구비 지원은 그간 꾸준히 확대되고 다양화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첫째, 지원규모와 수혜기회의 문제이다. 약 4조원으로 추정되는 국가 부담의 연구개발비에서 인문사회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학진을 통한 지원금 약 4백억원 내외가 거의 전부로 불과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 연구비 수혜기회와 선정률도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인문학 분야의 연구지원비 전체 규모와 수혜기회를 늘려야 한다. 특히 연구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커진 비전임 학자들의 연구비 수혜기회를 대폭 늘려야 한다.
둘째, 현행의 소수다액주의 지원방식의 문제이다. 현재 학술진흥재단은 경쟁의식을 고취시키고 우수연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 하에 선도연구의 경우 1년에 1인 최대 2천만원까지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인문학의 성격과 제대로 부합하지 않는 지원방식이다.

여럿 살리는 다수중액주의
인문학의 경우 이공계 학문 분야처럼 연구업적의 학문적·경제적 효과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 연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의 장점이 별로 크지 않다. 오히려 인문학에서는 각 분야의 주제들이 소홀히 취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랜 준비 작업을 필요로 하거나 다작이 불가능한 연구 분야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다면 연구지원제도에 큰 결함이 있는 것이다. 소수다액주의로부터 다수에게 적당한 액수를 지원하는 다수중액주의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연구비 구성과 정산방식의 문제이다. 지금까지 연구비는 ‘연구수행 부대경비’ 개념으로 이해되어 해당 연구기간에 연구를 수행할 때 드는 직접적인 경비로만 사용되어야 했다. 이것은 실험과 관련된 인력, 기자재를 많이 필요로 하는 이·공계 분야에서와 달리 인문학 분야의 연구에는 적절치 않은 규정이다.
인문학의 경우 대부분의 수고를 연구자 자신이 감당하며 문헌도 상당부분 공식적인 연구개시일 이전에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사용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러므로 인문학의 경우 연구자의 연구활동비를 상향조정하여 고정하고 문헌 등에 관해 포괄적으로 기본 연구소요경비를 인정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1년 기준으로 연구활동비 연 4백만원, 기본소요경비 2백만원을 설정한다. 그리고 연구자가 이 안에서 사용하고자 하지 않는 경비에 대해서는 별도로 신청하게 하되 철저한 정산이나 반납을 요구하는 것이다.
넷째, 프로그램의 다양성 문제이다. 그간 학진은 기존의 연구논문 지원 외에 보호학문분야 강의 지원, 동서양학술명저 번역지원, 인문학 육성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짧은 연구지원제도의 역사를 감안하면 프로그램의 이런 다양성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진의 지원은 여전히 연구계획서로 시작하여 연구논문으로 결과물이 나오는 전통적인 학술연구논문에 치중되어 있는 편이다. 연구 준비를 위한 자발적 모임의 지원, 교육과 연계된 연구, 연구환경의 조성, 학문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지원은 극히 미흡한 실정이다.
대우학술재단이 연구모임을 위한 공간과 월 1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함으로써 많은 연구의 싹을 틔우는 데에 기여했음은 좋은 참고 사항이 될 것이다.

연구자 따라 다양한 방식 구성
다섯째, 연구비 사용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 인문학 분야의 연구는 대부분 연구자 개인이 많은 시간을 들여 문헌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연구에 가장 필요한 자원은 바로 연구자 자신의 연구시간이다.
만일 연구자가 연구비의 상당부분을 특별강사의 급료로 지불하고 강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연구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국제적인 학술교류가 증가하는 여건에서 해외출장경비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문제도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비 사용의 항목별 비율을 고정하지 말고 연구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게, 심지어 강사고용이나 해외 자료 수집을 위한 경비, 전문인력 초청비등 단일 항목으로 연구비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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