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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에 권력 분산, 공정성 강조
위원회에 권력 분산, 공정성 강조
  • 최미화 미국통신원
  • 승인 200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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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리포트: 해외대학 학과 어떻게 운영하나(미국)

미국의 대학은 재단의 성격에 따라 사립과 공립, 그리고 규모에 따라 대학원을 갖춘 종합대학(university)과 학부중심대학(college)의 형태로 나뉜다. 소규모 명문 사립  학부중심대학은 '소수정예주의'를 내세우며 인문사회 과학 전반에 걸쳐 철저한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과의 권한은 이같은 대학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가장 복잡한 행정 구조를 지닌 종합대학을 예로 소개한다. 종합대학 안에 있는 여러 단과 대학원들은 독립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안에 있는 학부(주로 college로 불림) 역시 독립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신입생 모집은 학부입학위원회 차원에서  이뤄지며, 학생이 전공이수학점을  이수한 분야가 곧 전공이 되기 때문에, 별로의 학과 구분이 분명치 않다. 교수들도 자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지도만 하면 된다. 즉 같은 학과 학생들이 과방에서  어울리거나 함께 여행을 가는 등 의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학부 학생들은 특정 학과에 소속된다기보다는 자신이 특정 학문 영역을 개척해 나가기 때문이다. 학부 학생들의 전공문제 상담은 학부전담 지도교수가 맡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교수들은 박사과정 학생 지도에 주력한다. 종합대학의 학부학생들이 소홀히 취급받을 수 있다는 단점을 감안해, 소규모 명문  사립 단과대학들은 학부학생들의 개인 지도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학원 중심으로 학과 구성. 학과 빈부차 커

종합대학에서 '학과'라는 울타리는 대학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학원 신입생은 학과 교수회의의 결과로 정해지며, 학생들에 대한 재정 지원도 학과 차원에서 이뤄진다. 각 학과는 학교 행정 당국에서 할당한 예산 안에서 대학원생들에게 학비면제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각 학과는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기탁한 장학 기금으로 따로 장학생을 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지원자가 외부 장학금을  미리 받았다거나, 본인이 등록금을 전액  부담한다면,
학과는 이런 학생들에게 쉽게 입학허가서를 내줄 수 있다.  학과가 독립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장학금을 많이 기탁받은 학과는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선발할 수도 있고, 여러 강의와 세미나, 학회 등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또한 외부의 기금을 끌어들여 특정 분야를 가르치는 교수의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 거칠게  말하면 한 학교 내에도 돈많은 학과와 돈없는 학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립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미국 대학의 의사 결정권은 철저하게 각종 위원회에 분산돼 있어서, 한 개인이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학과장에게 특별한 권한이 없고, 또 각종 행정 업무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들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한  해 단위로 돌아가며 맡는 순환보직인 경우가 많다.

신임 교수 채용이나 석좌교수 임용 심사가 있을 때도 위원회가 구성된다. 해당 학과 교수와 관련분야의 타학과 교수, 단과대학의 학장이나 학생처장 등도 심의위원회에 참석한다.  특히  신임 교수를 채용할 때는, 학생과  교수를 상대로 한 공개강의 또는  세미나를 거의 대부분 개최하기 때문에, 학과전체의 반응이 심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다. 많은 경우,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신규채용 교수 심사 위원회를 구성해 자신들의 의견을 제출하고, 공식 위원회가 이를 반영하도록 촉구한다.

학생들도 교수심사위원회 구성 의견 제출

위원회 구성이 그야말로 일상적인 일이어서, 박사 과정의 학생도 자신의 연구지도 위원회를 구성할 정도다. 종합시험 출제위원회와 논문지도  위원회 등을 만들어 이들과  유대를 갖는 것. 그 결과 학생은 연구와 학위  취득 과정에서 지도 교수 한 사람의  영향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교수들의 지도를 받게 된다. 학과 운영 및 학생 지도에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 권력을 분산시켜 공정함을 획득하려는 의도다.

최미화 미국통신원/ 시카고대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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