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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되지 않으려면 다시 짜야한다"
"붕괴되지 않으려면 다시 짜야한다"
  • 홍윤신 통신원
  • 승인 2004.04.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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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리포트: 해외대학 학과 어떻게 운영하나(일본)

일본의 대학이 전략 중심형 경영체제로 변화하면서 학과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학장이 가지는 권한이 증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두되고 있는 것은 국립대학의 법인화문제라 할 수 있다. 일본의 국립대학은 제도상 국가 행정기관의 내부조직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대학운영이 국가행정과 밀접히 연계되다보니 국가에 의한 통제가 학문의 자유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그러나 일본의 국립대학은 메이지시대 이후 일본 국가에 의해 보호되고 지원받아왔던 성역이었다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여기에 사실상 사립대학의 역할과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는데도 전체 대학의 30%에 지나지 않는 국립대학만이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져 왔다.

이러한 배경속에 2001년 고이즈미 총리가 ‘성역없는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교육개혁을 들고 나왔고, 2003년 7월 ‘국립대학법인’이 설립됐다. 대학본부가 권한과 동시에 책임을 지는 법인이 된다는 점에서 민영화와는 차이가 있다. 이후 국립대학의 통합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99년까지 국립대학은 99개교였으나 2003년까지 10건의 통합이 이루어져 87개교가 됐다.

법인화 모색이후 지방국립대의 문제점들

무엇보다 국립대학 개혁의 핵심은 대학 경영에 기업경영자와 사학경영자,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가하게 됐다는 점이다. 새로운 국립대학은 이사와 간사로 각각 1명 이상의 외부인을 임명해야 한다. 학외의 경영참가자와 각 학부와 학생들의 의견 조율은 학장과 교육담당이사 학술담당이사, 학외담당이사 등으로 구성되는 ‘책임자회의’가 한다. 경영에 대한 최종적 책임자가 되는 학장은 학내, 학외 책임자가 같은 수로 구성되는 선고회의에서 결정하며, 문무과학대사가 임명한다. 교수회의는 기존과 같이 각 학교의 교칙에 의해 진행되나 법인화후에는 인사권이 학장에게 일원화되는 등 학장의 권한이 강화된다. 조직과 운영에 관한 부분에서 대학학장의 리더쉽과 권한이 동시에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립대학의 독립행정법인화는 위상 저하와 그로 인한 지원자 감소, 특히 기초학문분야의 지원자 감소 등 지방의 국립대에게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지방의 국립대학인 사이타마대학에서는 사이타마현의 명문 고등학교와 단위인정제도를 실시하는 등 지역의 우수인재를 고등학교 때부터 선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지역으로의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공립대학역시 마찬가지이다. 오오사카시립대학등의 공립대학에서는 지역사회의 사회인을 타겟으로 한 대학원을 신설하기 위해 개설준비위원회를 설립하고 기본 계획과 정책을 연구하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사립대학, 의사결정 시스템 재편

한편, 사립대학의 경우 학내의 의사결정스템을 바꾸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사립대의 변화는 혁신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개혁본부라는 조직 활성화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총장실이나 학장실에서 총장직속기관의 다양한 프로젝트와 회의가 이뤄지며, 시스템을 직원중심으로 라인화하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지역적 특성을 살린 연구소도 활성화 하고 있다. 와세다대를 비롯한 사립대학들이 법과대학원을 신설하고 있는 것도 사립대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국/공/사립대학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낙오되면 ‘손님 없는 대학’으로 전락되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 일본의 교육현장은 어떻게 교육의 질을 상승시키고 매력적인 커리큘럼과 제도로 학생을 선발하느냐가 쟁점화 되고 있으며, 임용 전에 교수의 수업역량을 측정하고 선발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동경대학, 요코하마국립대학, 무사시노대학, 나고야대학, 오오사카국립대학, 오키나와대학 등의 대학에서 참관수업 후 교수를 임용하고 있으며, 와세다대학, 게이오대학 등의 사립대에서는 우수한 교수임용을 위해 모교출신자를 제외한 공모제와 임기제가 활성화 되는 추세이다.

총장, 학과장 중심의 리더형 체제로 변화

일본에서 명문대학 총장은 분단위로 스케줄이 짜여져 있다는 말이 있다. 명문대와 지방대, 국립대와 사립대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가 대학구조조정으로 인해 오히려 극명화되는 가운데, 각 대학 내의 의사소통구조부터 총장, 학과장 중심의 리더형체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일본의 경제 불황과 출산기피현상이 가져온 소자화(아이 적게 낳기) 문제는 유미리의 ‘가족시네마’에서 보여지는 가족의 붕괴만이 아니라, ‘붕괴되지 않으려면 다시 짜야한다’는 대학구조조정의 핵심논리가 되었다. 새로운 대학의 틀거리에서 대학의 리더는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지역사회를 향해 대학을 선전하고, 대학의 존립을 책임지는 총장은 스케쥴을 분단위로 짜야 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학내 의사결정조직의 개혁이 최우선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단위 스케줄이 대학의 붕괴, 기초학문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홍윤신 일본통신원 /와세다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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