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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인문학을 만나다
여행 중 인문학을 만나다
  • 교수신문
  • 승인 2020.12.1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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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지음ㅣ패러다임북ㅣ294쪽

해외여행이 생활의 한 부분인 것처럼 일상화된 지금도 ‘몽골’이나 ‘바이칼’이라는 이름은 아직도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몽골 자연의 광활함과 호수 밑바닥까지 보일 것 같은, 호수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거대한 바이칼은 우리에게 이미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아직도 그 이름만 들어도 꿈을 꾸게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와 대화를 나누게 만든 자이슨 전승기념탑, 이보다 더 의외였던 애국지사 이태준 선생의 기념공원, 태양은 잦아들고 땅거미가 깔릴 때 소리 없이 흘러가던 헤를엥 강의 물빛, 초원의 캠프에서 올려다본 밤하늘의 별빛, 바이칼 호수를 따라 이어진 연푸른 자작나무 잎이 나풀거리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찰랑거리던 바이칼의 투명한 물빛 등.

몽골에서 뜨거운 애국의 열정을 불태우다가 이국의 땅에서 원통하게 생을 마감했던 이태준 선생의 기념공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몽골인들을 위해 의술을 펼치면서도 험난한 항일투쟁에 몸을 던져 싸우다가 조국의 독립도 보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은 이태준 선생의 삶을 마주하며 우리는 부끄러움과 자신의 초라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생명의 위협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분들의 희생 위에서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은 일상의 삶에 쫓겨 종종 그분들을 잊어버린다. 그러나 이국의 땅에서 원통한 죽음을 당하고 조국에서도 잊혀져버린 이태준 선생의 생애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헤를엥 강의 물빛과 몽골 초원의 밤하늘의 별빛은 서로 닮아 있는 듯, 그 오묘하고 경이로움에 나도 모르게 매료되어있는 모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역사적인 많은 짐과 고민을 실어 날랐던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그 무게를 벗어 던져버리 듯 철로를 따라 연이어진 자작나무 잎을 살며시 건드리면서 달리는 모습은 이국의 풍정을 느끼게 한다.

몽골은 물론 바이칼 호수가 있는 시베리아도 역사적, 문화적으로 우리 민족과 많은 연관성이 있는 땅이다. 우리나라 샤머니즘의 뿌리가 있고, 우리의 전설과 비슷한 전설이 있으며, 혈연적으로도 우리와 가깝다는 가설도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떠나서 그 자체로 수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는 몽골과 바이칼은 도시와 문명을 떠나 자연의 원초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광활한 원시의 땅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호수의 투명한 물은 인간의 내면 어딘가에 숨어있는, 근원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인간 본성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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