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7:40 (화)
經典의 눈으로 접근한 불교미술…고증과 분석 철저
經典의 눈으로 접근한 불교미술…고증과 분석 철저
  • 김리나 홍익대
  • 승인 2004.05.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평 : 『한국불교미술연구』(장충식 지음, 시공사 刊, 2004, 423쪽)

▲ © yes24
김리나 / 홍익대·미술사
 
불교미술 연구에서는 표현된 미술작품의 내용이 어떤 불교 교리에 근거하며 신앙의 예배대상으로서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교경전의 내용이나 문헌기록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장충식 동국대 교수의 '한국불교미술연구'는 선생이 30여년에 걸쳐서 써 온 불교미술사 관련 논문 50여편 중에서 20편을 선정해 수록한 논문모음집으로, 불교경전에 대한 저자의 깊고 폭 넓은 지식과 올바른 해석에 기초해 많은 사고와 고증을 거쳐서 이뤄진 연구의 결과다.  우리나라의 불교문화의 큰 흐름에서 미술사연구의 핵심 분야인 건축, 조각, 회화, 공예를 전부 망라해 다뤘고 또 寫經과 금석문을 추가했다. 각 논문들은 기록에 대한 고증과 올바른 해석, 실제답사와 발굴을 통한 세밀한 관찰을 토대로 이뤄진 연구결과로, 특히 불교사상의 근간이 되는 불교경전의 내용을 중시해서 문헌과 미술을 연관시킨 불교미술연구로 높이 평가할만한 업적으로 볼 수 있다.

경전의 이해와 문헌 고증의 중요성 일깨워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의 위원으로 같이 있으면서 유물조사를 하거나 회의 때에 불전내용에 대한 선생의 해박한 지식과 문헌의 정확한 해석에 대해 좋은 의견을 내 주고 있는데 이번에 출간된 선생의 저서를 읽고 보니 역시 선생의 불교미술연구의 기본은 올바른 경전의 이해와 문헌 고증의 중요성에서 출발함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장의 불교조각에서는 우리나라의 불상 중에서 기록이 있는 가장 오래된 예로 고구려의 延嘉 7년 명 불상의 광배 뒤에 선각된 명문의 바른 해독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상의 연대와 상의 양식을 연결했다. 이 상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편의 연구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부각되는 문제점들을 정리해 불상의 중요성을 확고히 해주었다. 조각부문에서 특히 흥미 있는 논문은 신라의 탈해왕과 관련되는 우물 遙乃井 위에 석굴암이 건립됐다는 고찰이다. 선생의 치밀한 고증과 석굴암내의 습기에 대한 여러 차례의 보존점검에서도 문제점들이 계속되고 있는 배경을 연관시켜 볼 때에 매우 신기하면서도 가능성이 있는 해석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東海口의 감은사와 문무대왕능인 대왕암까지를 연결시켜 불교와 산신, 용왕신앙의 접합을 시도해 신라 불교신앙의 토착적인 수용과 종교적인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불교건축에서는 사리신앙과 戒壇과의 관계에 대한 문제, 현재 남아있는 통도사와 금산사의 석조계단의 구조와 해석 등을 다루면서 불교의 受戒儀式, 후대의 사리탑과 石鐘 浮屠와의 연관성을 깊이 있게 고찰했다. 불교 의식과 사리신앙의 깊은 내용과 상징성에 대한 불교적인 이해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점들을 차근차근히 해결해 나갔다고 생각된다.

선생의 불교문헌과 사상에 대한 깊은 지식은 불화연구에서 돋보인다. 무위사 극락전의 후불벽화 뒤에 있는 15세 후반의 白衣觀音에 대한 기록과 도상에 대한 경전적인 고증은 고려시대부터 유행해 온 백의관음 연구에 기여하는 바 크다. 한편 직지사의 대형 삼세불화에 대한 연구는 아주 치밀하고 정확하다. 표현된 여러 도상들의 개별적인 확인과 해석은 불화의 의미와 내용을 이해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조선시대 佛畵의 발전에 대한 통찰 돋보여

또한 조선시대의 불화에서 佛法과 불국토를 지키는 호법신장인 사천왕의 배치에 대해서는 통일신라시대의 예들과는 다른 경우가 많아서 가끔 혼란이 일어나는데 시원하고 명료하게 정리해 줬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야외 불교의식에 사용한 대형불화인 掛佛에 대한 연구는 畵記, 조상명칭과 유형분류 등 다각도로 접근해 한국 불교회화의 조선시대적인 발달과 특징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저자의 불교문헌에 대한 깊은 지식과 기록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역시 경전과 寫經에 대한 연구에서 돋보인다. 흔히 사경을 볼 때에는 시작부분에 있는 變相圖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으나 선생은 사경의 중요성을 먼저 알려주는 경전의 말미에 쓰여진 발원자와 연대에 대한 고증과 해석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남아 있는 많은 자료들을 분석해 고려의 목판대장경이 이뤄지기 이전에도 '金字寫經', '銀字寫經'이 대장경 조성의 일환으로 이뤄졌음을 주장했다.

이상 간단히 저서의 내용을 요약해 봤다. 논문 하나하나 저자의 학문적인 태도와 정성이 배어있고 사고의 치밀함이 엿보일 뿐 아니라 저자 특유의 문헌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분석은 우리나라 불교미술연구에서 이 책의 비중을 더해 준다. 책의 장정도 산뜻하고, 부드럽고 감촉이 좋은 종이의 사용이나 선명한 도판의 적절한 배치는 출판사의 공이겠으나 이 역시 책을 읽는 즐거움에 주는 보탬이라 하겠다.

저자는 학문적인 겸손함을 항상 간직하면서도 불교경전 해석의 깊은 지식을 기반으로 자칫 불교사상과 경전의 이해부족에서 오는 오류를 지적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에는 개인적인 주장을 굽히지 않는 학자적인 태도가 내용의 곳곳에 담겨있다. 이미 알려져 있는 글들의 모음집이라 하더라도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내용들을 통해 선생의 불교미술 연구에 대한 폭 넓은 업적을 알려주며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 발전에 큰 기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저서다.

필자는 하버드대에서 '통일신라 불교조각의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대한일미술교섭사', '미술사와 우리문화의 해외소개', '삼국시대불상연구의 제문제' 등의 논문이 있고, 저서로는 '한국고대불교조각비교연구', '통일신라미술의 대외교섭', '통일신라미술의 대외교섭'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