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9:35 (금)
최인훈의 '전체'를 향하다
최인훈의 '전체'를 향하다
  • 권오룡 한국교원대
  • 승인 2004.05.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간리뷰 : 『해체와 저항의 서사』(김인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刊, 2004, 312쪽)

▲ © yes24
권오룡 / 한국교원대·불문학

김인호의 비평집 '해체와 저항의 서사'는 특이한 비평집이다. 수록된 열 한 편의 평론들은 모두가 최인훈이라는 한 작가의 작품만을 대상으로 삼아 씌어진 글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비평집이 최인훈에 대한 모노그라피인 것도 아니다. 이 비평집을 관통하는 정신을 찾는다면 최인훈의 작품들을 "대중에게 안내할 지형도"(6)를 그리겠다는 정도의 겸손한 생각이지만, 개별적으로 씌어진 것이면서도 하나의 전체로 기획된 구상에 따른 것처럼 적절한 주제에 의해 인도되고, 또 다시 적절하게 배치, 구성된 글들에 의해 이러한 생각은 매우 의미 있는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인훈이 20세기 후반의 한국문학사에 가장 깊고 뚜렷한 흔적으로 각인된 작가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이보다는 "한국문학사에 대표적인 작가이면서도 '광장' 이외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6) 작가라는 심각한 역설이 최인훈의 진실에 더 가깝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최인훈에 대한 전체의 시각이 만족스럽게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다시 말해 부분과 전체의 변증법에 입각해 전체의 관점에서 부분의 의미를 캐고, 이 부분들의 의미를 전체화의 과정으로 역동화하고, 또 이를 통해 전체의 외연을 끊임없이 넓혀가는 구조적이면서도 탈구조적인 이해의 노력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최인훈에게 있어 이러한 역동적인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한편으로 그것은 데뷔작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에서 '화두'에 이르는 오랜 시간 동안의 수립과 해체와 변화의 과정을 날줄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섯 차례에 걸친 '광장' 개작의 과정을 씨줄로 삼아 만들어진다. 형식과 자의식에 대응하는 이 날줄과 씨줄에는 근대의 망령에 작가가 사로잡히는 순간부터 마침내 탈근대의 지평으로 해방되기까지의 역사에 대한 추적과, 현실과 이데올로기에서 사랑과 환상으로 탈이데올로기화 되기까지의 작가의 내면적 탐색의 과정이 들러붙어 내용의 차원을 구성한다. 이것이 저자가 이번 비평집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최인훈 문학의 최소한의 전체다. 그렇다는 것은 이 전체를 좀더 크고 세밀한 것으로 가다듬으려 할 때 추가돼야 할 논의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의미이지만, 최소한의 것이라고 해서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이 전체의 의미와 가치가 감소되는 것은 아니다.

김인호의 비평적 아비투스는 최인훈을 場으로 삼아 관계를 맺으면서 최인훈을 구조화하고 최인훈에 의해 그 자신 또한 구조화되는 교환관계 위에 놓여 있다. 이런 점이 앞으로 저자에 의해 확대되고 심화될 '최인훈 學'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지닐 수 있게 한다. 또한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김인호의 비평집을 통해 공감의 비평이 이룰 수 있는 성과의 범례를 보게 되지만, 이러한 공감의 자세가 몇몇 글들에서 필요 이상의 논쟁적인 어조로 표출됐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 하더라도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