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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과 답사로 문학사 재해석
발굴과 답사로 문학사 재해석
  • 유재천 경상대
  • 승인 200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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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한국 근대문학의 실증과 방법』(박태일 지음, 소명출판 刊, 2004, 434쪽)

▲ © yes24
유재천 / 경상대·국문학

문학연구에 있어서 실증적 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학 연구는 지나치게 해석학적인 측면에 기울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박태일 교수의 '한국 근대문학의 실증과 방법'은 그 동안 박 교수 자신의 학문에 대한 자기반성의 결과이자 실증적 연구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해석학적 연구가 얼마나 허망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이뤄져 있다. 1부 백석과 정지용은 백석과 정지용의 미발굴 시와 전기적 자료를 다루고 있고 2부는 문학과 전쟁, 3부는 문학의 방법에 대한 관심으로 구성돼 있다.

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 책을 전체적으로 관류하고 있는 정신은 실증주의적 정신이다. 박 교수는 기존의 해석학적 연구들이 가질 수 있는 한계와 문제점들을 새로운 자료의 발굴과 철저한 현장답사에 근거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한 예로 1부의 '백석과 신중현, 그리고 경남문학'에서 박 교수는 백석의 조선일보 친구 신중현의 수필과 통영지역 답사를 통해 백석의 두 차례 남행길이 신중현이 소개한 박경련(후에 신중현과 결혼)과 관련돼 있고, '남행시초' 연작에 나타나는 연인 역시 박경련이라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혀내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그 동안 해석학적 연구에서 백석 시에 나타나는 여인이 자야여사 하나였다는 생각을 수정해주는 것으로 백석의 문학과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

'새 자료로 본 정지용의 광복기 문학'은 정지용의 수필과 시, 심사평 등 10여편의 글들을 새롭게 발굴해 해방기 정지용의 문학적 궤적을 추적하고 있는 글이다. 시간적 간격을 두고 씌어진 심사평들의 차이를 통해 해방기 정지용의 문학관의 변화나 혼란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자칫 소홀히 넘기기 쉬운 심사평 같은 자료까지 찾아내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 책의 실증적 방법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그 외 2부의 경인전쟁기 출간된 시집 문헌을 정리해 놓은 부분도 연구자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 같지만 그 동안 한국전쟁 시를 연구하면서 단편적인 몇몇 자료에 의지했던 학계에 새로운 연구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박 교수는 그 동안 학술 논문에서 우리 말 용어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학자이기도 하다. 이번 저서에서 그 동안 기울여온 주체적 글쓰기 노력들이 완숙 단계에 도달한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많은 용어와 표현들을 순 우리말로 바꾸고 있다. 그러나 그의 책을 읽으면서 일반적으로 한글 전용을 추구하는 학자들의 논문에서 느껴지는 어색한 표현이나 용어들은 발견하기 어렵다.
                     
유재천 / 경상대·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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