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23:45 (화)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
  • 교수신문
  • 승인 2020.12.11 1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와 지음 | 상추쌈ㅣ88쪽

20대 청년 여성 농부의 진한 하루하루
천천히 소박하게, 그러나 걸음걸음 기쁨이 총총한 삶을 시에 담다

 

시를 쓰는 20대도, 여성도, 농부도 어느덧 모두 낯선 시대, 20대이자, 여성이면서 또 농부인 이가 쓴 시들을 묶었다. 서와의 시는 가로등 하나 없는 산골 마을의 짙고 깊은 밤을, 생강밭 좁은 고랑 사이에서 바라본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을, 수수밭 풀을 매다가 문득 들여다보게 된 자신의 마음을, 논밭 걸어 오가며 마주치는 이웃들의 정다운 목소리를, 식구와 이웃, 또래 청년들과 함께 땀흘리며 농사짓는 기쁨을, 밭이랑에 몸 붙이고 살뜰히 키운 작물들의 대견함을, 애면글면 농사의 됨새를 살피며 속 태우는 농민의 한근심을, 세상의 편견을 한 삽 한 삽 뒤집으며 여성 농부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뭉싯거리며 조금씩 자리를 넓혀 가는 스무 살의 다짐과 성찰, 고민을 담담히 노래한다.

농부로 살면서 그는 햇살 좋은 날도, 눈이 내리는 날도, 태풍이 몰아치는 날도 있다는 것을, 그 모든 날들이 어울려 삶이 된다는 것을 시나브로 깨우쳤다. 천천히 소박하게, 그러나 걸음걸음 기쁨이 총총한 삶을 조금도 젠체하는 법 없이, 담백하게 읊조린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시인 서와가 20대 초중반을 밭이랑에 호미 들고 앉아 흘린 땀이, 그 땀으로 살뜰히 키워 낸 생명들이, 함께 땀 흘리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웃들이, 살며시 나와 곁에 앉는다. 조붓한 어린잎을 끝내 밀어올린 봄싹처럼 파릇하고 풋풋한 시 50편을 첫 시집 『생강밭에서 놀다가 해가 진다』에 담았다.

"단순하고 소박한 말로 써 내려간 시에는 우리들 도시 사람이 알 수 없는 순하고 아름답고 정겨운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들어차 있다. …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의 노래 … 어서 와 주어야 할 것들에 대한 기다림의 노래다. 그래서 아직 자연과 생명의 리듬에 충분히 몸을 싣지 못한 어설픔과 서투름 속에서도 숨겨진 보석처럼 반짝인다. 진짜 미래파 시가 여기서 태어나고 있는 중이다."

- 김명인(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